[사건추적] '정선 카지노' 현금상자 턴 외국인 도주극 막전막후
지난 12일 오전 3시47분쯤(한국시간·이하 같음) 태국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 카타르항공 QR837편이 이륙했다. 카타르 도하로 떠나는 비행기다. 안에는 페루인 A(45)와 B(32·여)가 타고 있었다. 이들은 5일 전 강원 정선군 강원랜드 내 카지노에서 2400여만원이 든 슬롯머신 ‘빌 스테커’(현금상자)를 털고 도주한 혐의를 받는 외국인이다.
앞서 지난 정선 범행 직후 A 등은 인천 국제공항서 태국으로 출국했었다. 태국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에 공조가 요청됐지만, 쉽게 덜미가 잡히지 않았다. 일당 중 한명인 A는 페루인이지만 위조한 아르헨티나 여권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현지 경찰이 확인해보니 입국신고서에 기재한 태국 내 현지주소·호텔은 모두 가짜였다.
A 일당은 방콕 이륙 후 7시간여 만에 도하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다만 정선 범행에 연루한 홍콩 국적의 남성 C(30대)는 없었다. A·B 둘은 입국장을 빠져나가지 않고 2시간 뒤 ‘환승’했다. 스페인 마드리드로 떠나는 비행편(QR149)이었다. 8시간 가까이 걸리는 비행거리다. 때마침 이들의 뒤를 쫓던 한국 경찰은 A와 B가 아직 비행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인터폴 상황실(CCC·Command & Coordinator Center)이 분주해졌다. 한국 인터폴-인터폴 상황실-스페인 인터폴 간 공조요청서와 전화가 수시로 오갔다. 결국 스페인 경찰주재관인 김승철 경정이 현지 경찰과 공조, 공항에서 A와 B를 체포했다. 같은 혐의를 받는 C는 태국에서 제3국으로 도주해 경찰이 추적 중이다. 수사에 혼선을 주려 ‘찢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A 일당이 한국에 입국하기 직전 필리핀에 머문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필리핀 카지노에서 범행이 여의치 않자 강원랜드를 노렸다는 것이다. A 일당은 필리핀 현지 카지노에서 수상한 행동을 해 일명 ‘블랙리스트’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카지노끼리 이런 유의 고객정보를 공유하다 보니 A 일당은 필리핀 내 다른 카지노에 출입할 수 없었다. 이후 한국 땅을 밟았다.
실제 최근 유럽 등에서도 페루나 콜롬비아 범죄조직과 연계한 전문 슬롯머신 털이 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경찰은 A 일당의 범행수법을 공유하는 ‘보라색 수배’를 인터폴에 요청할 방침이다.
A 일당의 범행수법을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다. 슬롯머신에 돈을 넣고 바로 취소 버튼을 누르면 현금 대신 ‘이지티켓’이 발행된다. 슬롯머신 인근의 현금지급기에 이 이지티켓을 투입하면 일정액 수수료를 제외한 ‘현금’이 나온다.
이 방법을 계속 반복하다 보면, 슬롯머신 하단의 현금상자 안에 현금지급기에서 뺀 돈이 차곡차곡 쌓이게 되는 것이다. 이후 만능열쇠로 현금상자를 열면 그만이다.
경찰 관계자는 “A 등은 현지에서 수감 중으로 법무부와 협조해 범죄인 인도 절차를 통해 신병을 넘겨받을 계획”이라며 “달아난 홍콩 국적 남성의 뒤도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강원랜드 카지노는 1360대의 슬롯머신과 130대의 게임 테이블이 설치돼 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ㅡㅡ지우지 말아 주세요 ㅡㅡ
온라인카지노 커뮤니티 일등!! 온카 https://casinolea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