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이른바 ‘중독' 관련 산업의 희비가 엇갈렸다. 담배의 판매량은 급증한 반면, 카지노, 경마장, 경륜·경정 등 사람들이 밀집해 이용하는 분야의 경우 영업을 제한받으면서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방역조치로 인해 관중이 밀집하는 카지노, 경마·경륜·경정장의 사용률이 급감한 반면,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해지면서 흡연량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에 이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 여행이 어려워지면서 면세 담배 판매량이 줄이든 것도 국내 담배 판매량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4일 국세청이 발표한 ’2021년 국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담배에 대한 신고세액은 1조9719억원으로 전년 1조8209억원 대비 8.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담배 세수가 급증한 배경은 지난해 코로나19로 담배판매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2020년 담배 판매량은 35억9000만 갑으로 전년(34.만5000만 갑) 대비 4.1% 증가했다.

담배 판매가 늘어난 주요 원인은 해외여행 급감에 따른 면세담배 수요가 국내 담배시장으로 흡수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면세담배 판매량은 6600만 갑으로 2019년(2억2200만 갑)에 비해 70.2% 급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각국의 폐쇄조치와 격리기간 부여 등으로 해외여행객이 줄었고, 이에 따라 면세담배를 구입하지 못하면서, 그 수요가 국내 담배 판매량 증가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또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불안함, 무기력증 등의 증상인 ‘코로나 블루’가 증가하면서 이를 풀기 위한 담배 소비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외환위기 시기였던 1997년 1분기에도 술과 담배 지출액이 1조689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20.0%나 지출액이 급증한 바 있다. 그해 2분기(1조6930억원)에도 1년 전 대비 증가율은 18.6%에 이르렀다.

담배 종류별로는 궐련형 담배가 32억1000만 갑으로 전년(30억6000만 갑) 대비 4.8% 증가했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3억79000만 갑으로 2019년(3억6300만 갑) 대비 4.5% 늘었다. 액상형 전자담배(CSV·폐쇄형 용기(pod)에 니코틴 등 용액을 넣은 액상 전자담배)는 지난해 0.4백만 포드가 판매됐다. 이는 전년 16.9백만 포드 대비 97.6% 감소한 수준이다.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과 함께, 보건복지부 및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3차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자제, 사용 중단 권고 및 관련 대책을 마련하면서 판매량이 급감한 것 같다”고 했다.

이와 함께 승용 자동차 신고세액도 급증했다. 지난해 승용차 신고세액은 8385억원으로 전년 7954억원 대비 5.4% 늘었다. 특히 2.0L(리터) 초과 승용자동차의 출고금액은 15조8112억원으로 전년 대비 44.8% 증가했다. 자동차 신고세액이 늘어난 것은 지난해 3월 시작한 개별소비세 70% 감면 조치에 따라 구매자가 많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지난해 개소세 70% 인하 제도를 추진한 뒤, 7월부터는 30%로 줄여 운영하고 있다. 당초 개소세 인하는 지난달 말 종료될 예정이었나, 경기 진작 효과가 큰 것을 감안해, 올해 말까지 다시 연장하기로 했다.

현재 개소세 인하 혜택 한도는 100만원이다. 자동차 구매시 이 한도를 모두 채운다면 소비자는 개소세 100만원, 교육세 30만원, 부가세 13만원 등 최대 143만원의 세금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출고가격 3500만원의 중형 승용차를 구매할 경우에는 개소세, 교육세, 부가세를 더해 총 75만원의 세금 인하 혜택을 받게 된다. 또 10년 이상된 노후차를 신차로 교체하거나 하이브리드·전기·수소차 등 친환경차를 구입하면 100만원～500만원을 중복으로 세금혜택을 지원한다.

회원제 골프장의 신고세액은 1836억원으로 전년 1933억원 대비 소폭(5.0%) 감소했다. 신고세액이 줄어 든 것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2월말까지 위기지역 9곳의 골프장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75% 한시적 감면한데 따른 것이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501개 골프장에 다녀간 내장객은 4673만명으로 2019년(4170만명)보다 503만명(12.1%) 증가했다. 코로나 사태로 해외여행을 가지 못한 수요가 골프장으로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대표적인 중독 산업 중 하나인 경마장과 카지노, 유흥음식주점 등은 모임 제한, 영업시간 제한 등으로 매출이 감소했다. 유흥음식주점의 경우 지난해 신고세액은 381억원으로 2020년(827억원) 대비 53.8% 급감했다. 내국인 카지노, 경마장, 경륜·경정장에 대한 신고세액도 37억원, 28억원, 7억5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79.3%, 86.1%, 83.8% 씩 대폭 감소했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는 지난해 12월 23일 수도권에서 처음 시작된 뒤, 지난달 말까지 6개월 가까이 지속돼왔다. 내국인 전용 카지노인 강원랜드의 경우, 거리 두기 강화로 지난해 정상 영업을 한 날은 53일에 불과하다. 그 결과 강원랜드는 지난해 4316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설립 이래 처음으로 적자 전환했다. 올 1분기에도 596억원의 손실을 냈다. 결국 강원랜드는 영업중단이 이어지면서, 지난 3월 매장 내 인원 1200명으로 줄이는 제한영업을 했고, 지난달부터는 인원을 3000명으로 늘렸다.

경마장을 운영하는 마사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한국마사회의 매출손실액은 6조3000억 원에 달한다. 마사회의 매출 감소로 국세·지방세·축산발전기금 등의 세수도 1조 원가량 감소했다. 마사회는 지난해부터 긴축 경영을 하고 있으나 7월이면 보유자금마저 소진되어 폐업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이에 국회에서는 100% 현장에서만 마권 발매가 가능한 것을 비대면(온라인)으로 마권을 발매하는 방안이 담긴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경륜(자전거 경주)과 경정(모터보트 경주)도 1년 가까이 멈춰있는 상황이다. 경륜·경정은 지난 2월 23일 휴장을 결정한 이후 아직도 재개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경륜·경정을 운영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작년 매출은 2019년 대비 86% 감소했다. 총 904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포츠산업 전체 매출액은 54조 3520억원이었다. 그 전 해(81조380억원)보다 32.9%(26조686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관련 산업 종사자 수도 39만8000명으로, 1년 전(50만4000명)보다 12.1%가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