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카지노 146억원 도난사건, 62명의 사상자가 나온 제주대학교 사거리 4중 추돌사고, 신변보호 중 발생한 중학생 살인사건, 규모 4.9의 제주 최강 지진까지 올해 제주는 여느 때 보다 불안한 한 해를 보냈다. 그 속에서도 기쁨은 있었다. 21년 만의 제주4·3특별법 전부 개정으로 제주4·3 희생자·유족에 대한 국가 보상의 길이 열렸고, 제주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격한 갈등을 겪었던 강정마을이 상생화합의 첫 발을 내딛기도 했다. 뉴스1 제주본부는 두 차례에 걸쳐 올해 제주를 달군 10대 뉴스를 살펴본다.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에 있는 제주신화월드 내 제주랜딩카지노.2021.10.22/뉴스1 © News1 오미란 기자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오미란 기자,오현지 기자,강승남 기자 = ◇새해 벽두 달군 카지노 145억 도난 사건

지난 1월4일 새해 벽두부터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희대의 도난사건이 제주에서 벌어졌다.

홍콩 랜딩 인터내셔널을 본사로 둔 제주신화월드 내 랜딩카지노 VIP 고객 금고에서 현금 145억6000만원이 사라진 것이다.

카지노측은 카지노와 무관한 본사 소유 자금이라고 주장했다.

핵심 피의자인 랜딩 본사 직원 등 2명은 범행 직후 해외로 도주, 인터폴에 적색수배된 상태다.

경찰은 이들의 소재를 찾을 때까지 수사를 중단했다.

범인의 행적은 오리무중이지만 다행히 카지노 내 또 다른 금고 등에서 잃어버린 돈의 일부로 추정되는 134억원을 찾아 은행에 보관 중이다.

피의자들이 사과 상자 14~15개에 담아야할 양의 현금다발을 어떻게 빼돌렸는지, 돈의 진짜 소유자는 누구인지, 랜딩 본사는 왜 고객금고에 회삿돈을 보관했는지 등은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4월6일 오후 5시59분쯤 제주대학교 입구 사거리에서 발생한 연쇄 추돌사고로 전복됐던 버스가 처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산천단서 제주시내 방향으로 달리던 4.5톤 화물트럭이 시내버스 2대와 1톤 트럭을 잇따라 들이받아 4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2021.4.6/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사상자만 62명…제주대 사거리 4중 추돌사고

사망 3명, 부상 59명. 지난 4월6일 제주대학교 사거리에서 발생한 4중 추돌사고는 최근 10년 사이 제주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교통사고로 기록됐다.

사고는 적재중량보다 많은 만감류를 실은 8.5톤 화물트럭이 제주대학교 교차로에서 1톤 트럭과 정차 중인 시내버스 2대를 잇따라 들이받으며 발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사고 원인은 화물차의 브레이크 제동력 저하로 추정됐다.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화물트럭 기사 A씨(41)는 지난 11월 열린 항소심에서 원심(금고 4년)보다 무거운 금고 5년에 벌금 2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조치도 속속 진행됐다. 지난 7월부터 5·16 도로를 포함한 산간도로 일부 구간에서 대형 화물차 운행이 전면 제한된 데 이어 전 차량을 대상으로 하는 구간 단속도 시행됐다.

사고 당시 크게 다친 제주대 학생 1명이 여전히 병상에서 치료를 받고 있고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이들도 있어 아픔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8월1일 오후 도청 대강당에서 지사직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2021.8.1/뉴스1 © News1 고동명 기자

◇원희룡 3선 불출마·사퇴…권한대행 체제 전환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지난 8월11일 '대선출마'를 위해 도지사직을 중도사퇴했다.

학력고사 전국 수석, 서울대 입시와 사법시험 수석, 3선 국회의원, 여당 사무총장 등의 화려한 이력을 지난 원 전 지사의 대권도전은 예견됐던 일. 다만 시기의 문제였다.

원 전 지사는 2014년 민선 6기 제주도지사선거에 출마하면서 "한계에 도전해 새로움을 창조하는 제주도지사가 대한민국 대통령도 될 수 있다"며 "저는 제주의 변화를 통해 대한민국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입증해 보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무소속으로 2018년 제주도지사 재선에 성공한 원 전 지사는 2020년 총선 이후 국민의힘 최고위원으로 한동안 거리를 뒀던 '중앙정치 무대'에 복귀했다.

원 전 지사는 도지사 중도 사퇴후 본격적인 대권행보를 보이며 국민의힘 1·2차 예비경선에서 4강행 티켓을 확보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국회의원의 양강 구도 속에서 4위로 두번째 대권도전을 마무리했다.

원 전 지사의 중도사퇴로 제주도정은 구만섭 행정부지사의 도지사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됐다. 민선 7기의 마무리를 맡은 셈이다.

구 권한대행은 내년 6월말까지 코로나19 대응, 민생경제 회복, 제주 제2공항, 보전과 개발, 제주4·3 후속 조치, 내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해 책임이 막중하다.

국무총리가 제주도청을 방문한 3월19일 오후 제주 제2공항 찬성(사진 왼쪽)과 반대 단체가 도청 정문 앞에서 비슷한 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2021.3.19/뉴스1 © News1 고동명 기자

◇제주 제2공항 운명 '다음 정부 몫으로'

2015년 11월 입지가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으로 발표된 이후 갈등이 표면화된 제주 제2공항 사업.

올해 초 국토교통부와 더불어민주당의 당정협의에서 합리적인 절차로 제주도민의 의견이 모아지면 정책에 반영키로 한 결정에 따라 여론조사가 진행되면서 갈등 해결의 물꼬가 트일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여론조사 결과 전체 도민 의견에선 ‘반대’가 많았지만, 성산읍 주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선 '찬성'이 많았다.

국토교통부는 여론조사 이후에도 입장표명을 미뤘고, 그 사이 찬반단체들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으며 갈등은 되풀이됐다.

그러던 중 환경부는 국토부가 제출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숨골영향조사와 조류충돌 방지 방안 등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반려’했다.

그러자 제주지역 국회의원들이 서귀포시 표선면 정석비행장 활용론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찬반 단체 모두 반발하면서 논란만 커졌다.

국토부는 결국 환경부 지적사항을 보완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는 7개월짜리 용역을 발주하면서, 제주 제2공항에 대한 결정은 다음 정부의 몫으로 넘기게 됐다.

그러면서 내년 예산안에 제2공항 관련으로 425억원을 편성하는 등 내부적으론 추진입장을 유지하고 하고 있다.

11월25일 오전 제주국제공항에 여행안전권역(트레블버블·Travel Bubble)협정을 맺은 싱가포르 관광객 20명이 도착했다.이들은 29일까지 4박 5일 동안 제주를 여행하는 일정이다.2021.11.25/뉴스1 © News1 고동명 기자

◇코로나에 울고웃은 제주관광...양극화 뚜렷

제주 관광시장은 코로나19 이후 확진자 추이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타면서도 특정업종에 쏠리는 양극화 현상을 겪어왔다.

올해는 내국인을 기준으로 매달 관광객 100만명 수준을 보이며 코로나 여파에도 불구하고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2월23일 기준 올해 누적 관광객은 1171만3578명(외국인 4만7263명)으로 연말에 겨우 1000만명을 넘은 지난해보다 15.8% 상승했다.

그러나 관광업계 모두가 행복하지는 못했다.

개별여행이 늘고 힐링과 비대면을 선호하는 관광객들이 특급호텔과 고급 펜션, 렌터카 등에 몰렸다. 골프장도 해외여행이 막히자 발길을 돌린 내국인들로 호황을 누렸다.

반면 4성급 이하 호텔과 단체관광객을 주고객으로 하는 식당이나 전세버스 등은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반사이익을 누리는 내국인관광 시장과 달리 면세점과 카지노 등 외국인시장은 2년 가까이 개점휴업 상태가 이어지고 이다.

오미크론과 확진자 급증으로 여행안전권역(트래블버블·Travel Bubble)과 무사증 재개도 당분간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kd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