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 국경을 넘나들며 번성 중인 카지노는 아시아 정부들이 도박에 대해 보다 현실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그렇지만 정부들 역시 하나의 거대한 도박을 하고 있는 셈이다."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 최근호(1월 25일자)는 번성일로에 있는 아시아지역 도박사업이 갖는 함의와 문제점을 진단하면서, 통치의 도덕성과 현실적 이해라는 딜레마 속에서 고민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의 근황을 소개했다. 주요내용을 소개한다.  최근 마카오와 필리핀이 기존의 독점적 카지노 사업을 확대개편하는 계획을 내놓은 것을 비롯, 한국과 인도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내국인이 이용할 수 있는 카지노가 개설됐다. 캄보디아와 버마에서는 카지노들이 국경을 따라 번성하고 있으며, 오랫동안 카지노산업의 사각지대로 남아있었던 일본과 태국, 대만도 극성맞은 도박꾼들에 못이기는 척 눈치를 보고 있는 중이다. 호주의 도박중개업체인 버뎃 버커리지 영은 아시아지역 카지노 수입이 작년의 80억달러에서 2010년까지 230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신규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도박장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럴 경우, 아시아지역은 세계에서 마지막이자 최대의 카지노붐을 맞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과 호주에서는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시장과 사회적 입지의 약화로 인해 카지노의 성장세가 꺾였기 때문이다.  아시아지역의 카지노붐은 오랫동안 카지노에 따라 붙던 사회적 반감이 누그러지고 있다는 점과 맥을 같이 한다. 홍콩 폴리테크닉 대학의 호텔관광경영학 교수인 카예 촌은 "아시아 사회의 카지노에 대한 반감이 20년전에 비해 훨씬 줄어들었다"며 "이제는 카지노를 죄악시하기보다는 레저활동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신생 도박장들의 확산이 새로운 문제들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무엇보다, 카지노가 실제 고객들에게 은행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카지노들은 "돈세탁"을 비롯한 갖은 금융범죄의 온상이 될 확률이 높다. 즉, 전문가들은 카지노들이 아시아지역 지하경제의 새로운 혈로로 작용할 수 있음을 우려하는 것이다. 잠재적인 금융범죄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최근, 시드니 스타시티 카지노에서 발생했던 돈세탁사건을 해결했던 북웨일스의 카지노규제위원회에 의해서이다. 이 지역의 아시아 출신 특급 도박꾼 100명중 40명은 경찰의 리스트에 올라 있는 인물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지노에서의 돈세탁문제는 각국의 카지노 규제를 촉구하고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돈세탁대책위원회(FATF)"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시드니에 있는 FATF의 아시아지부의 책임자 릭 맥도넬에 따르면 아직까지는 FATF가 여기에 대해 본격적으로 문제삼고 나선 것은 아니다. 카지노는 또, 습관성 도박에서부터 고리대금, 매춘, 밀수 이르는 관련 범죄나 같은 사회적 문제로 인해 첨예한 정치적 이슈가 되기 일쑤이다. 최근 태국과 캄보디아 사이에서는 국경지대에서 성행하고 있는 카지노가 외교적인 문제로 비화되기도 했다. 호주의 도박 연구협회 책임자인 잰 맥밀렌은 "가난이 만연하고 후생제도가 취약할 경우 카지노의 부정적인 영향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며, 특히 인도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인 카지노 규제기구'나 '국가간 공동대처' 같은 강력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막대한 이익을 챙기게 해주는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운영방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맥밀렌은 "지금의 아시아식 카지노 활성화 모델에 대해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그들(정부들)은 규정과 사회적 비용을 희생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버뎃 버커리지 영의 서비스부문 애널리스트인 션 모나건은 "아시아 정부들이 적절한 사회적 비용을 보상할 시스템도 갖추지 않은 채 단기적인 이익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지적했다. 그는 또 "앞으로도 대부분의 정부들이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고용창출과 매출에만 집중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시아 정부들이 카지노를 합법화하는 명분은 불법영업을 일소하겠다는 것이다. 버딧 버커리지 영은 작년 아시아지역 카지노 수입의 25%에 해당하는 20억불 정도는 불법 영업장에서 벌어들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이나 태국이 카지노 합법화를 놓고 고민하는 이유도 이와같은 불법 카지노에서의 이익이 막대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카지노가 다른 도박산업들에 비해 규제하기 쉽다는 점도 있다.  이런 식으로 간다면 머지않아 모든 사람들이 마음만 먹으면 몇시간안에 "레이디럭"같은 도박도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럴 경우 정부는 자국의 도박꾼들(?)을 국내에 붙잡아 두기 위해 카지노에 대한 제한을 더욱 철폐하려들 지도 모를 일이다.  말하자면, 아시아 국가들은 지금 훌륭하게 규제되는 안전한 카지노를 만들 수도, 아니면 총기와 매춘, 범죄가 난무하는 악당들의 소굴을 건설할 수도 있는 기로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해결방안으로는 ◈카지노 전담 규제기구◈관련산업간 협력◈지역차원의 공동대응◈정부의 개선의지를 들 수 있다.  카지노 전담 규제기구로는 대법원 판사 출신의 의장이 관장하는 뉴질랜드의 "카지노규제위원회"를 예로 들 수 있다. 엄격한 수준의 자기규제를 수행하고 있는 "유럽도박기구(EGO)"는 관련산업간 협력의 이상적인 모델이지만, 아시아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션 모나건은 "아시아지역의 대형도박업체들은 결코 이래라 저래라하는 다른 업체들의 간섭을 용납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화된 지역차원의 협력은 자금의 출처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비롯, 국경을 넘나드는 불법도박도 규제할 수 있게 해준다. 태국의 경찰들은 국경근처의 캄보디아 카지노들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의지이다. 맥밀렌은 아시아에서 카지노가 극성을 부릴수록 점점 규제는 허술해지고 모종의 타협이 늘어날 것"이라며, "국가차원의 강력한 규제가 요구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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