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한국 경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힘겨운 격동의 해가 될 것 같다. 주요 경제예측 기관은 비관적인 성장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부 2.6~2.7%, 한은 2.7% 전망치에 비해 민간기관은 훨씬 비관적이다. 골드먼삭스 2.5%, 무디스 2.3%, 현대경제연구원과 LG경제연구원 2.5%로 2%대 전반의 성장을 예상한다. 결국 경제의 활력을 되살려 저성장, 저고용, 저투자의 3중고를 돌파해야 한다. 기업 활동을 옥죄는 규제를 혁파해 기업인의 기(氣)를 살려야 한다. 

정부도 '2019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경제활력 제고에 정책의 무게 중심을 두겠다고 선언했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조정·보완하고 규제개혁의 물꼬를 트겠다고 발표했다. 역대 정부는 규제완화를 핵심 어젠더로 설정하고 노력을 기울였으나 가시적 성과는 미흡했다. 이명박 정부는 규제 전봇대를 뽑겠다고 다짐했고 박근혜 정부는 손톱 밑 가시를 제거하겠다고 선언했다. 규제 때문에 기업하기 어렵다는 재계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아무도 십자가를 지지 않는 분위기 때문에 규제 관련 법이 늘고 있다. 우리도 규제를 포함한 법과 제도의 패러다임을 과감히 바꿔 기업이 경제·사회적 효용을 창출하는 시도가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도 "규제개혁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외국기업과 경쟁하는 우리 기업에 부담이 되는 것은 더는 없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생 벤처 기업 연합체인 스타트업 얼라이언스도 가장 시급한 개선 과제로 규제완화를 들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답답하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정부 규제 부담은 105위에 그쳤다. 각종 규제로 기업가치가 10억 달러를 넘는 글로벌 유니콘 기업 중 우리나라는 5개에 불과하다. 중국은 매주 2개씩 유니콘 기업이 탄생하고 있다. 바이트댄스, 메이투안 다이안핑, 하이디라오 같은 유니콘이 중국 경제의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규제무풍지대를 만들어 선시행 후보완의 열린 정책을 펴고 있다. 작년 말 규제프리존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혁신벤처단체 협의회가 제시한 정책과제 160건 중 24건이 개선되었을 따름이다. 

최근 발생한 두 가지 사례는 규제의 폐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전력 공급을 위한 서안성-고덕 송전선로 구간이 5년째 지역 이기주의와 산업규제로 표류하고 있다. 안성시 산업단지 조성이 상수원보호구역 규제로 불발되고 송탄 상수원보호 구역 해제 요청도 평택호 수질오염을 이유로 불허되었다. 네이버는 일본 자회사인 라인을 통해 소니와 손잡고 온라인 의료사업에 진출한다. 월간 이용자 수가 7800만명에 달하는 라인에 의료서비스를 접목해 원격의료 상담, 처방약 택배 서비스까지 도입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원격의료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언론사 설문조사에 따르면 혁신 성장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과도한 규제가 50%로 1위에 꼽혔다. 혁신 성장에 필요한 정책으로도 규제혁파가 52.9%로 1위다. 

주요 선진국은 규제혁파에서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규제 경감 및 규제비용 통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신규 규제 도입 1건당 기존 규제를 22건 없애도록 했다. 환경, 노동, 복지, 금융 분야의 규제를 1000건 이상 폐지했다. 취임 1년 반만에 41억 달러 상당의 규제비용이 준 것으로 평가되었다. 일본 역시 2012년 아베 정부 출범 이후 규제개혁특구 확대, 산업경쟁력강화법 제정, 카지노 허용 등으로 규제를 확 풀었다. 관광입국을 내걸고 관광 규제 완화에 나서 작년 3100만명이 일본을 다녀갔다. 3년만에 관광객 수가 3배 증가한 것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작년 다보스 포럼 연설에서 "성장을 위해 과격할 정도로 규제를 개혁하겠다"고 선언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3000 페이지가 넘는 경직적 노동법규를 손질하고 친기업·친투자 정책으로 저성장과 고실업 문제 해결에 팔을 걷어부쳤다. 기업가정신이 살아나도록 촘촘한 규제 사슬을 끊어내는 것이 한국 경제 부활의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