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를 주름잡은 마피아들이 영국 등 유럽의 카지노를 개척한 사실은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다.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에서 탈세(스키밍)를 통해 거액을 챙기던 마피아 조직은 쿠바에 진출했다가 실패하자 ‘신사의 나라’ 영국으로 방향을 틀어 카지노 사업에 진출했던 것이다.

라스베이거스와 마피아를 이야기하는데 있어 ‘마이어 랜스키’(유태계 마피아)는 가장 중요한 인물로 회자된다. 그는 미국의 조직범죄의 역사에서도 핵심적 위치에서 정계와 재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영화 마피아의 한 장면. ⓒ디스이즈게임

특히 그는 1930년대부터 쿠바에 진출해 1959년 1월 카스트로가 집권하기 전까지 쿠바대통령과 호형호제 할 정도로 마피아 가운데 가장 마당발 인맥을 갖췄다는 평이다.

그의 이야기는 쿠바의 마피아 보스이자 카지노 대부로 군림했던 실화를 다룬 ‘대부2’(1974년)라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랜스키가 뉴욕에서 마피아 보스를 하던 시절, 라스베이거스에 마피아 출신 가운데 첫 번째로 진출한 벅시 시걸은 랜스키의 중간 보스 겸 킬러(살인청부업자)로 보스의 신임을 얻고 있었다.

벅시가 라스베이거스에 진출하게 된 계기는 랜스키가 로스엔젤리스로 그를 출장 보내 말을 잘 듣지 않는 그 지역의 마피아들을 손보고, 조직을 인수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로스엔젤리스 마피아들은 경마, 내기 권투, 축구, 야구 경기의 결과(오늘 날의 스포츠 토토)를 알려주는 사업으로 많은 돈을 벌고 있었다. 

벅시는 로스엔젤리스에서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면서 라스베이거스에서 카지노를 즐기면서 이곳에 가장 멋진 카지노와 호텔을 건립할 구상을 세웠고, 1947년 드디어 그 꿈을 이뤘다. 그러나 카지노는 파산했고, 마피아를 통해 동원한 공사비 650만 달러를 상환하지 못해 마피아에 의해 암살되고 만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벨라지오호텔 분수쇼. ⓒ프레시안

한편 뉴욕의 마피아 보스 랜스키는 1930년대 플로리다에서 카지노 사업으로 성공을 하고 있었다. 당시 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던 쿠바는 경마장의 속임수와 카지노의 사기도박이 소문나면서 미국인들이 발길을 끊었다.

비상이 걸린 쿠바 당국은 돈 많은 미국 관광객들을 유치해 관광산업의 부흥을 일으키기 위해 랜스키를 쿠바에 초청한다.

랜스키는 쿠바에서 아름답고 신뢰받는 카지노장을 만들어 운영하였고 조폭, 사기 도박사 등의 개입을 금지시켰다. 쿠바에서 그는 카지노와 함께 고급 클럽을 운영했고, 매춘업도 활성화 시켰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쿠바는 아열대의 낙원이라는 이미지에, 미국에서 가깝고 영어가 통하는 것은 물론 물가가 저렴했으며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힐링을 하기에 아주 좋은 섬나라였다.

랜스키는 1950년대 후반까지 정정이 불안정하지만 미국인들이 선호하는 쿠바에서 카지노 관광사업을 지속했고, 1959년 1월 1일 카스트로가 집권하기 전까지 하바나를 중심으로 승승장구하였다.

<1950년대 말 쿠바는 온갖 환락의 천국과 다름이 없었다. 같은 기간 미국의 라스베이거스를 능가했다. 쿠바의 밤을 경험한 미국인들은 그 기억을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길 수 있을 정도였다. 카지노에서의 도박을 제처 두고라도 끝내주는 쇼가 공연되는 화려한 나이트클럽에서의 람 칵테일, 아열대 미인과 춤을 추는 환상적인 룸바 댄스가 있었다.
 

▲쿠바 피델 카스트로 총리. ⓒ연합뉴스

사창가도 당연히 성업했다. 하바나를 중심으로 300군데가 넘는 사창가가 모여 미국 관광객들을 상대로 영업하였다. 하바나에만 적어도 1만 5000명의 창녀가 일하고 있었다. 마약도 얼마든지 있었다. 

람주 한 잔 마시는 값보다 조금만 더 지불하면 마리화나나 코카인을 사서 즐길 수 있었으며 경찰의 단속은 이미 시스템화 된 보호료 지불로,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1950년대 하바나는 온갖 쾌락과 범죄가 범람하는 도시였다. 안혁 저 ‘마피아’에서>

그러나 1959년 1월 1일 카스트로가 집권한 이후 랜스키는 자신이 투자한 사업체를 하나도 건질 수가 없었고, 투자금 회수에도 실패하고 말았다.

이후 그는 영국에 카지노 사업을 추진한 뒤 인근 유럽지역과 중동으로 카지노 사업을 확장시킬 구상도 하였다.

1959년 영국에서도 도박이 합법화 되었고, 1963년 ‘베팅 & 게이밍 법’이 개정되면서 카지노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도박이 가능해졌다. 이때부터 영국인들은 다음 수상이 누가 선출될 것인지에 대해 돈을 걸고 베팅하는 일까지 챙겼다.
쿠바에서 카지노에 거액을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랜스키는 카지노 사업에 우호적인 해롤드 맥밀런 수상 시절 카지노 법안이 통과되면서 영국에 진출하는 호기를 잡았다.

당시 랜스키는 영국진출을 앞두고 딜러학교를 세워 유럽인 딜러를 교육시킨 뒤 자신이 실질적 소유로 있는 바하마 소재의 카지노에서 실습을 통해 능숙한 딜러를 양성할 정도로 철저하게 영국진출에 심혈을 기울였다.

랜스키는 마침내 1964년 12월 영국 런던에서 그랜드 메트로폴리탄 호텔 & 카지노를 개장했고, 이듬해 9월에는 콜로니 스포츠클럽 명칭을 달고 새로운 카지노를 오픈하였다.

<1966년 64세의 미국 영화배우 ‘조지 래프트’를 초청해 클로니 스포츠클럽 이름 대신 조지 래프트 카지노로 명칭을 바꿨다. 또한 조지 래프트에게 하녀와 숙식을 제공하고 운전기사가 딸린 롤스로이스 자동차를 제공하는가 하면 1주일에 200달러를 급여로 지급했다.

래프트가 할 일은 매일 저녁 멋지게 수트를 차려 입고 카지노에 나타나 사람들과 사교를 하는 것이었다.

클로니 클럽 카지노의 레스토랑은 최고급 식사와 최고의 와인을 준비하도록 하여, 부자 손님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도박을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이곳은 럭셔리한 카지노로 소문이 나, 많은 부자들과 유명인사, 영국을 방문한 외국 영화배우들이 이곳을 찾아와 도박을 즐기고 라이브 밴드가 연주하는 음악을 즐기며 파티를 즐겼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스트리트의 야경. ⓒ프레시안

프랭크 시나트라, 리 마빈, 소피아 로렌, 바바라 스트라이샌드도, 영화감독 존 휴스톤도 들렀으며 국제 무기상으로 유명한 애드넌 카쇼기와 같은 인사도 자주 방문하였다. 이들은 카지노가 끝날 때까지 즐긴 다음, 카지노가 제공한 숙소인 메이페어 호텔로 자리를 옮겨 밤이 새도록 파티와 도박을 즐겼다.

카지노에서 큰 돈을 쓸 손님들을 미국으로부터 실어나르는 일은 보스톤 마피아 패밀리의 빈센트 테레사가 맡고 있었다. 영국뿐 아니라 바하마의 루카얀 비치 호텔 카지노에도 도박을 좋아하는 부자와 도박중독자들을 보내는 사업이 호황을 누렸다.

마피아는 이 손님들에게 공짜 숙박과 공짜 비행기 표를 제공하며, 현금으로는 교환되지 않는 카지노 칩을 500~1500달러나 제공한다. 손님들은 대부분 이 공짜 칩을 잃는다. 추가로 칩을 원하면 카지노 측에서 외상으로 얼마든지 제공해주었다. 

결국엔 칩을 몽땅 다 날린 손님은 미국으로 돌아온 후 외상값을 갚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마피아는 카지노 매출은 기록되지 않으면서도 미국 내에서 짭짤한 수입을 올리게 된다. 매출누락으로 손쉽게 탈세하는 방식이다. 당시 이 카지노에서는 1주일에 약 4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안혁 저 카지노에서>

마피아 가운데 가장 성공한 사업가로 알려진 랜스키는 1960년대 후반부터 카리브 해에서 대형 관광 크루즈선 운행을 통해 카지노 사업을 했고, 역시 상당한 성공을 거두게 된다.

라스베이거스와 영국 등지의 카지노에서 벌어들인 돈은 스위스은행에 보관되었다가 캐나다 토론토 부동산사업이나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투자되었다.

1980년대 중반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중에서 랜스키가 관련되지 않은 카지노가 없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렌스키의 파워는 막강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구 시가지의 카지노 영업장에 설치된 슬롯머신. ⓒ프레시안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비롯해 영국과 세계 유수의 카지노가 오늘날의 세련된 모습을 갖추게 된 이면에는 ‘마피아 황제’ 랜스키와 그 조직들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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