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에서 신규 카지노 개장이 불허되자 업계에서는 영업장을 확장 이전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곳에 문을 열고 있다. 제주드림타워 카지노(LT카지노)도 확장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8년 면적 확장 이전을 통해 개장한 제주신화월드 랜딩카지노.2021.1.13/뉴스1© News1

(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 = 총 8개의 카지노가 있는 제주지역에서 신규 카지노 개장이 불허되자 업계에서는 영업장을 확장 이전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곳에 문을 열고 있다.

지난 2018년 국내 두 번째 규모 카지노인 랜딩카지노(5646.10㎡)가 제주신화월드에서 개장한 데 이어 제주드림타워 카지노(LT카지노)도 확장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서귀포 롯데호텔제주에서 영업 중인 LT카지노가 옮겨올 예정인 드림타워 카지노는 기존 1175.85㎡에서 5367.67㎡로 약 4.5배 영업장을 확장할 계획이다.

드림타워 카지노가 문을 열게 되면 국내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큰 영업장이 생기는 것이다. 국내 최대 카지노는 인천 파라다이스 카지노(8726.80㎡)다.

랜딩카지노 개장 당시 사실상 신규 카지노나 다름없다는 ‘꼼수’ 논란이 일자 제주도는 2019년 조례 개정을 통해 ‘카지노 영향평가’ 제도를 도입했다.

‘제주도 카지노업 관리 및 감독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도지사는 카지노업 신설·이전·확장에 따른 허가 또는 변경허가 시 카지노 영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이에 따라 드림타워 카지노는 국내 처음으로 시행되는 카지노 영향평가 시험대에 올랐다.

◇제주 최초 도입…카지노 영향평가란

도 조례에 근거해 시행하는 카지노 영향평가는 LT카지노와 같이 영업장 면적 확장 등 사업내용을 변경할 시 제주도에 허가를 신청하기 전에 실시한다.

규정에 따르면 제주도지사 소속 영향평가 심의위원회의 평가를 통해 총 1000점 중 80% 이상 점수를 받을 경우 ‘적합’ 판정을 받는다. 60~80%는 ‘조건부 적합’, 60% 미만은 ‘부적합’이다.

점수는 Δ지역사회 영향 Δ지역사회 기여 Δ도민 의견수렴 등 3개 부문 9개 평가항목에 대해 각각의 기준에 따라 부여된다. 분야별 구체적인 점수 기준이 포함된 규정은 비공개 상태다.

제주도에 따르면 심의위원회는 관광분야, 교육분야 등 각계의 추천인과 내부 제안 인물 등 50명을 우선 선정했다. 그중 5개 분야별로 무작위 추첨을 통해 총 15명을 최종 선정했다.

대학교수 및 연구단체 3명, 관광전문가 3명, 법률 전문가 3명, 전직공무원 3명, 지역주민 대표 및 비영리민간단체 3명으로 위촉됐다.

제주도 관계자는 “심의위원회 구성 공정성을 위해 익명으로 번호를 부여해 추첨을 진행했으며 당시 상황을 촬영한 동영상도 있다”며 “다만 위원들의 요구와 심의 공정성을 위해 명단은 비공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경찰청은 드림타워 카지노 영향평가 관련 수사를 위해 압수수색을 통해 심의위원회 명단 등의 자료를 확보했다.

◇드림타워 ‘적합’ 판정…매출액 산정·여론조사 등 문제제기

지난해 8월 진행된 드림타워 카지노 영향평가 심의위원회에서는 심의위원 중 14명이 80% 이상의 점수를 줬으며 1명은 60~80%의 조건부 적합 판정을 내렸다. 이에 총 점수는 ‘적합’ 판정에 해당하는 857.7점이 나왔다.

평가항목별로 보면 지역경제 영향과 고용창출은 만점을 받았으며 주거권은 50점 만점에 26.8점으로 최하 점수를 받았다.

지역경제 영향은 드림타워 카지노 예상매출액 평가 등이 기준이 됐다. 주거권은 주거지역과의 이격거리, 부정적 영향 및 저감계획 등이 평가 기준이다.

또 학습권과 사회·문화적 영향은 각각 50점 만점에 41.9점을 받았다. 환경적 영향은 50점 만점에 42점이며 주변지역 및 제주도 기여 방안은 300점 만점에 268.3점을 받았다.

지역주민 의견 조사는 200점 만점에 138점을 받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영향평가 과정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19일 열린 제주도의회 제393회 임시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회의.(제주도의회 제공)2021.3.19/뉴스1© 뉴스1

지난 19일 열린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위원장 안창남)에서는 영향평가서에 제시된 매출액이 도마에 올랐다.

영향평가서 예상 매출액은 2021년 4779억원, 2022년 5102억원, 2023년 5416억원, 2024년 5747억원, 2025년 6098억원으로 5년 평균 5428억원으로 제시됐다.

반면 올해 1월 제출한 사업계획서 예상 매출액은 2021년 1468억원, 2022년 2850억원, 2023년 2863억원, 2024년 2876억원, 2025년 2889억원 등 5년 평균 2589억원이다.

영향평가 심의가 진행된 지난해 8월 이후 약 반년 만에 47.7% 수준으로 대폭 감소한 것이다.

이에 따른 제주관광진흥기금은 5년 평균 537억원(영향평가서)에서 253억원(사업계획서)으로 줄었다.

도의원들은 “사업계획보다 두 배 이상 차이 나는 예상 매출액을 놓고 영향평가를 했다”며 신뢰성 문제를 지적했다.

박원철 의원(제주시 한림읍·더불어민주당)은 “심의위원회 회의를 단 하루 열어 그날 위원장도 뽑고 그날 저녁에 평가를 다 끝냈다”며 부실 평가 의혹을 제기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공정성 확보를 위해 보안상 심의위원회 회의를 연장할 수 없었다”며 “당일 위원들에게 자료를 제공하고 업계 설명도 듣고 현장 방문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예상매출액 차이가 나는 것은 산정 시기가 다르기 때문”이라며 “사업계획서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달라진 외국인 관광객 현황 등이 반영됐다”고 밝혔다.

한편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여론조사 과정에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여론조사 대상 선정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으로 제주경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한 상태다.

◇영향평가 강제성 있나…상생계획 이행 여부 ‘관심’

제주시 노형동에 위치한 제주드림타워 복합리조트(롯데관광개발 제공).© News1

드림타워 카지노 사업자 측은 지역발전 상생계획으로 향후 3년 이내 제주발전기금 사업 120억6200만원 투자를 제안했다. 노형동 등 주변지역에 장학금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소상공인 대출 지원 등을 제시했다.

김한준 롯데관광개발 사장은 도의회 문광위 회의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약속을 지키겠다”며 “영업이익이 어려워져도 도민에게 한 약속은 지키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카지노 영향평가가 상위법에 근거가 없는 만큼 계획이 지켜지지 않더라도 제재할 방법이 확실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주도내 한 전문가는 “랜딩카지노에서도 변경허가 당시 지역상생방안을 제시했지만 코로나19 등으로 영업이 어려워지자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전문가는 “영향평가 도입 취지는 지역상생방안을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근거자료로 삼기 위한 것이지만 도조례만으로 강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 “같은 이유로 도지사가 영향평가 내용을 근거로 카지노 변경허가를 불허할 수 있는지 여부도 재량권에 대한 법적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제도적 보완 필요성을 제기했다.

gw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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