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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수 홀수냐 짝수냐... 사람 목숨 놓고 '코로나'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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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서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 성행
신규 환자 수 홀짝, 증가폭 등 놓고 내기
경찰 "법에 따라 엄격한 조치할 것"

누군가는 죽어 가는데, 다른 누군가는 거기에 돈을 걸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국가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일일 확진자 수를 놓고 돈을 거는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가 성행하고 있다고 현지 일간 더뉴페이퍼(TNP)가 16일 보도했다. 도박꾼들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등 현지 보건 당국이 매일 발표하는 코로나 신규 환자 수가 홀수·짝수인지, 전날 증가 폭보다 큰지 여부 등을 두고 게임을 하고 있다.

지난 7일 싱가포르의 금융 중심지를 마스크를 쓴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싱가포르 의회는 이날부터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일체의 사적, 공적 만남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EPA 연합뉴스 


TNP가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불법 도박 사이트들은 각국의 확진자 수를 생중계하고 있다. 마치 스포츠 경기 결과를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듯한 모습이다. 싱가포르에만 이런 사이트들이 최소 5개가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축구, 야구 등 스포츠 경기가 모두 중단·연기된 상황에서 도박에 중독된 사람들이 내기를 걸 만한 게 거의 없어졌기 때문에 생겨난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한 정신과 의사는 “코로나 확진자 수에 도박을 하는 현상은 매우 암울하지만, 도박꾼들 정신세계에서는 그저 기술을 요하는 또 하나의 게임일 뿐”이라며 “사람 목숨을 놓고 노름을 하는 것이라도 돈을 걸려는 사람만 있다면 내기가 벌어질 것”이라고 TNP에 말했다.

TNP가 16일 공개한 싱가포르 불법 도박 사이트 캡처 사진. 위에서부터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국기가 나와 있고 각국별로 일일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가 생중계되고 있다. 도박 참여자들은 각 수가 홀수인지 짝수인지, 전날보다 증가폭이 큰지 여부 등에 따라 돈을 걸 수 있다. /TNP

싱가포르 의회는 지난 7일부터 코로나 확산 예방을 위해 사적·공적 공간에서 일체의 만남을 금지하는 ‘서킷 브레이커(Circuit Breaker·회로 차단)’ 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 국유 복권 회사인 ‘싱가폴 풀스’는 복권의 온·오프라인 판매를 중단했고 싱가포르에 있는 카지노들도 문을 닫았다고 TNP는 전했다. 싱가포르는 17일 기준 누적4400여 명 이상이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지금까지 10명이 코로나로 숨졌다.

싱가포르 사법 당국은 단속과 엄중한 처벌을 경고하고 나섰다. 싱가포르 경찰 대변인은 “코로나 환자 수 도박 건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들여다보고 있다”며 싱가포르의 ‘원격 도박 금지법’을 위반하는 행위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했다. 해당 법에 따르면 불법 원격 도박에 참여한 자는 최대 5000싱가포르달러(약 430만원) 또는 징역 6개월을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불법 도박 서비스를 제공한 자는 20만싱가포르달러(약 1억 7000만원) 또는 징역 5년에 처할 수 있다.

[이건창 기자 lgc777@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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