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9일 롯데호텔 서울 직원과 고객 모두 마스크 착용…GKL은 중국인 단체방문객 제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폐렴)이 확산하고 국내 특급호텔들이 대응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서울에 설치된 열화상 감지기의 모습. /사진=롯데호텔29일 오전 11시 찾은 국내 대표 특급호텔인 소공동 롯데호텔의 로비는 평소보다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호텔로 들어서려면 입구에 설치된 열화상 감지기를 지나 호텔 현장 직원의 체온 확인을 거쳐야 했다. 체크아웃을 위해 내려온 투숙객은 물론 식사나 비즈니스를 위해 찾은 방문객 대다수가 실내인데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조심스럽게 대화를 나눴다.

대면 서비스가 핵심이라 좀처럼 얼굴을 가리지 않는 호텔 프론트 직원들도 모두 마스크를 쓰고 고객을 응대했다. 하지만 별다른 불만이나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는 고객은 없었다. 호텔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고객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주고 있고 어제(28일)부터는 직원들의 마스크 착용도 의무화했다"며 "혹시 모를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한 당연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중국 허베이성 우한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공포가 국내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관광업계를 덮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을 비롯, 다양한 외국인과 내국인이 마주치는 호텔과 카지노도 예외가 아니다. 특급호텔들은 고객과 직원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위생·안전 관리 수준을 끌어올렸다. 일부 카지노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출입을 제한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2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예방을 위해 직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근무하고 있다. /사진=유승목 기자서울시내 주요 특급호텔들은 신종 코로나 봉쇄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설 연휴에 호캉스(호텔+바캉스)를 즐기기 위해 몰린 내국인과 춘제에 맞춰 방한한 중국인 관광객으로 대다수 특급호텔이 만실에 가까운 예약률을 기록하는 등 인파로 붐비면서 신종 코로나 확산에 따른 우려 시선이 호텔로 쏠렸기 때문이다.

실제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연이어 발생하고 우한 지역에서 6000명이 넘는 중국인이 한국에 발을 들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각 호텔에는 투숙 예약객들의 문의 전화가 쏟아졌다. 서울 강남 소재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우한에서 온 중국인 확진자에 이어 내국인 확진자까지 발생한 24일부터 객실 위생이나 중국인 투숙객 여부를 묻는 문의전화가 많았다"며 "많지는 않았지만 일부 예약취소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각 호텔들은 긴급 대응팀을 가동해 호텔에 열화상감지기와 비접촉식 체온계를 설치해 일선에서부터 관리를 시작했다. 또 투숙객들에게 매일 마스크를 나눠주고 프론트 데스크와 공용 화장실에 손 소독제를 비치해 개별적인 위생 관리를 강조하고 있다. 롯데호텔과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 등은 내외국인 관광객들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현장 직원들의 안전을 고려해 호텔업계에선 이례적으로 전 직원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폐렴)이 확산하고 국내 특급호텔들이 대응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사진은 롯데호텔 직원과 외국인 방문객이 마스크를 쓴 채 대화하는 모습. /사진=유승목 기자글로벌 체인 호텔들은 본사 지침에 따라 중국인 관광객 예약 취소 시 수수료 면제 정책 등을 시행하고 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는 인터컨티넨털호텔그룹(IHG) 지침에 따라 중국 및 홍콩, 마카오 타이완 지역에서 오는 투숙객에 한해 2월8일까지 무료로 취소 및 환불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JW메리어트 서울 등 국내 메리어트 호텔 계열 브랜드 호텔들도 지난 26일부터 오는 2월까지 글로벌 지침에 따라 중국에서 출발해 한국을 온 투숙객들이 취소할 경우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직원들에 대해서도 최근 중국을 방문한 직원들을 파악해 이번주까지 근무에서 제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리는 카지노도 신종 코로나 봉쇄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과 부산 등에서 세븐럭 카지노를 운영하는 카지노 공기업 그랜드코리아레저(GKL)은 지난 28일부터 이번 사태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에 나섰다. GKL은 신종 코로나 여파가 확산하기 전인 지난 7일부터 열화상 카메라를 운영 중이며 고객 뿐 아니라 딜러 등 현장 직원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설날인 지난 25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옥마을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스1특히 GKL은 지난 27일부터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입장을 제한하는 강수를 뒀다. 최근 중국 당국이 신종 코로나 사태로 해외 단체관광을 금지해 현재 추가 유입되는 단체 고객은 없지만 기존 예약 고객들을 돌려보냈다. GKL 사업장의 중국인 비중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파격적이다. GKL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과 부산 등 세븐럭 카지노를 방문한 고객은 172만 명으로, 이 중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17%(28만7000여명)에 달한다.

호텔과 카지노업계는 이처럼 대응체계를 지속 강화하고 있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피해가 적지 않을 것이란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확진자가 지속 발생한다면 관광·레저 심리 자체가 얼어붙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세 번째 확진자인 50대 한국인 남성이 강남구의 호텔을 다녀갔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해당 호텔 온라인 예약률이 80% 가까이 감소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내외국인 예약률이 크게 감소하는 경향은 없지만 내국인, 중국인에 관계 없이 국내 확진자가 늘어난다면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 당시처럼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목 기자 m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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