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주년 기획] 도박? 게임? 스포츠? 포커스포츠 들여다보기①
데일리게임과 데일리e스포츠가 창간 11주년을 맞았습니다. '11'이라는 수가 가장 큰 의미를 갖는 분야는 포커라고 할 수 있는데요. '11'은 포커에서 가장 강력한 카드인 '에이스(A)' 두 장을 의미합니다. 때문에 포커계에서는 가장 큰 규모의 토너먼트 결승전을 11월에 개최하기도 합니다. 해외에서는 포커 대회가 스포츠로 인정받으며 인기리에 개최되고 있지만 국내서는 도박으로 치부되고 경향이 강한데요. 도박과 스포츠의 경계선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고 게임과도 유사한 측면이 적잖은 포커 스포츠의 이모저모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편집자주 >
호날두와 네이마르 등 스포츠 슈퍼스타들도 포커 스포츠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다.
◆포커 스포츠에 매료된 스포츠 스타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와 네이마르 다 실바 산토스 주니오르(PSG)는 여러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둘 모두 세계적인 축구스타이고 포루투갈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며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에서 최고의 기량을 뽐낸 뒤 다른 리그로 이적한 바 있는데요.
호날두와 네이마르는 포커 마니아라는 공통점 또한 지니고 있습니다. 유명 온라인 포커 사이트 홍보 모델로 함께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세계 최고 무대에서 뛰는 스포츠 스타들조차 매력을 느낄 정도로 포커 토너먼트는 해외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호날두와 네이마르 외에도 테니스 선수 라파엘 나달도 포커 애호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은퇴한 스포츠 스타들이나 연예인들도 포커 토너먼트에 출전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LA 다저스 출신 명투수 오렐 허샤이저는 '2010 월드 시리즈 오브 포커(WSOP)' 메인 이벤트에 출전한 모습이 ESPN 중계 카메라에 잡힌 바 있습니다.
◆맷 데이먼, 임요환 등 연예인과 유명인도 즐긴다
헐리우드 인기 배우 맷 데이먼과 그의 절친인 밴 애플렉도 포커 마니아로 알려졌습니다. 맷 데이먼은 포커를 다룬 영화 '라운더스'에 출연, 훌륭한 포커페이스 연기를 선보인 바 있는데요. 포커 토너먼트에서 입상을 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실제 포커 실력도 훌륭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e스포츠 선수 출신 포커 플레이어 관련 소식이 자주 들리고 있는데요. 과거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3' 등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낸 바 있는 베르트랑은 유럽의 메이저 토너먼트인 EPT(European Poker Tour)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프로게이머보다 포커 플레이어로 더욱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습니다.
'테란의 황제' 임요환이 포커 프로로 전향했다는 사실 또한 잘 알려져 있는데요. 임요환은 아시아 지역대회인 'APT(The Asian Poker Tour)'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출중한 실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바둑 프로기사 최철한 9단은 포커 겸업을 선언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요. 개그맨 김학도 또한 포커에 푹 빠져 여러 토너먼트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e스포츠 스타 플레이어 출신 임요환과 홍진호도 포커 프로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포커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는?
포커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은 왜 도박을 스포츠라고 하냐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기획과 관련한 회사 내부 회의에서도 반대 의견이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기본적으로 현금을 걸고 하는 포커 캐시 게임(Cash Game)의 경우 도박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같은 참가비를 내고 같은 조건에서 겨루는 포커 토너먼트의 경우 스포츠에 가까운 구조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도박꾼들이 아니면 범접하기 어려운 높은 금액의 참가비가 책정된 대회도 있지만, 누구나 부담 없이 지불할 수 있을 정도의 낮은 참가비의 대회도 많습니다.
포커의 경우 다른 스포츠와 다르게 진입 장벽이 낮습니다. 대회가 주로 열리는 장소인 카지노 출입 기준 나이를 넘긴 성인이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고, 성별이나 신체조건 제약이 따르지도 않습니다. 미식축구 프로를 꿈꾸다 성차별로 인해 좌절된 미국의 여성 선수가 포커 토너먼트에 도전한 사연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해당 선수가 좋은 성적을 냈는지 여부는 전해지지 않았지만 포커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남성들과의 대결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여성 프로들을 찾기가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포커 토너먼트는 신체에 장애를 지닌 이들이 일반인들과 동일한 조건에서 기량을 겨룰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실제 장애인들의 포커 토너먼트 참가는 보기 드문 일이 아니기도 합니다. 두뇌 싸움과 심리전이 중요하지만, 높은 지능이 포커에서 좋은 플레이를 하기 위한 필수 조건인 것도 아닙니다.
포커 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간단한 이론을 갖추는 것만으로도 포커 대회에 참가해 다른 참가자들에게 위협적인 플레이를 펼치거나 깊은 인상을 남기기 충분합니다. 심지어는 포커 경험이 전무한 초심자들이 대회에 참가해 우승을 차지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누구나 최고가 될 수 있는 '클래식 핸드'의 짜릿한 승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여러 스포츠마다 최고의 무대는 있습니다. 최고 수준의 스포츠 경기에 열광하는 이들은 많지만, 그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최고 수준의 플레이를 반드시 내가 해야겠다고 한다면 축구나 야구 같은 종목에서 꿈을 이루기는 어려울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해답을 포커 토너먼트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수십 명에서 수백, 수천 명이 참가한 토너먼트에서 좋은 기량을 펼쳐 결승전 격인 파이널 테이블에 진출한 뒤 우승까지 차지한다면, 그 성취감은 무엇과도 바꾸기 어려운 것일 수 있습니다. 따라오는 상금은 보너스일 테고요.
꼭 우승이 아니더라도 한 순간만큼은 최고의 플레이를 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포커 대표 종목인 홀덤에는 '클래식 핸드'가 있습니다. '에이스킹(AK)'을 가진 쪽과 '포켓 퀸즈(QQ)'를 가진 쪽이 공유 카드를 확인하기 전에 자신의 핸드만 보고 올인과 콜을 주고 받는 것인데요. 승률은 거의 50대50에 가깝기 때문에 이후 결과와 관계 없이 좋은 플레이를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클래식 핸드' 승부에서 모든 칩을 걸고 공유 카드의 도움을 받아 승리한다면,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의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가 겨루는 '엘 클라시코'에 직접 출전해 이기는 것과 같은 짜릿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포커 토너먼트의 기본 종목은 노 리밋 홀덤
포커에는 다양한 방식의 플레이 방식이 존재합니다. 포커 토너먼트 또한 다양한 종목으로 치러지는데 가장 비중이 높은 종목은 바로 노 리밋 홀덤(No Limit Hold'em)입니다. 국내에는 '텍사스 홀덤'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홀덤은 각자 두 장의 카드를 갖고 시작하며 5장의 공유 카드(보드, 커뮤니티 카드)를 포함해 더 높은 5장의 조합을 완성한 쪽이 이기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홀덤은 비교적 손쉽게 경우의 수를 따질 수 있고 확률 계산도 수월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노 리밋 홀덤은 베팅 한계까지 없기 때문에 언제든 모든 칩을 거는 올인(All-in) 베팅이 가능해 게임이 스피디하게 진행되는 장점까지 있어 토너먼트 종목으로 가장 인기가 높습니다.
◆미국 서부 개척시대 텍사스서 시작된 홀덤
홀덤의 유래에 대한 정확한 이론은 없지만 미국 서부 개척시대 광활한 황야에서 시작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여러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내려온 전설 같은 이야기들이 많은데요. 포커 용어의 어원에 있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최고의 핸드를 뜻하는 '스톤 콜드 넛츠(Stone Cold Nuts)입니다.
넛츠는 영어로 '견과(nut)'를 뜻하기도 하고 '미친, 정신이 나간(nuts)'이라는 뜻의 형용사로도 쓰입니다. '견과류처럼 딱딱한 강력한 최고의 핸드', '정신이 나갈 정도의 최고 핸드'로 생각한다면 두 단어 중 하나가 포커 용어 '넛츠(nuts)'의 어원이라고 생각해도 무리는 없을 텐데요.
유럽의 대표적인 포커 토너먼트 EPT. 런던, 프라하, 바르셀로나 등 유명 도시에서 해마다 대회가 열린다.
◆목숨 걸 정도로 강력한 핸드 '스톤 콜드 넛츠'
하지만 가장 유력한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넛츠'의 어원은 기계 부품으로 볼트와 짝을 이뤄 쓰이는 '너트(nut)'입니다. 서부 개척시대 텍사스 일대를 주름잡던 황야의 무법자들은 해가 지고 나면 포커를 치곤 했다고 하는데요. 가장 강력한 핸드를 손에 넣고 모든 것을 건다는 의미로 자동차 바퀴 너트를 빼서 걸었다고 합니다.
추운 겨울 수많은 무법자들과 야생의 맹수가 출몰하는 황야에서 이동수단인 자동차를 잃을 경우 목숨을 지킬 수 있을지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자동차 바퀴 '너트'를 빼서 걸 정도라면 '절대 질 수 없는 최강의 핸드'를 가졌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홀덤의 경우 5장의 공유 카드를 모두 확인하고 나면 경우의 수를 따져 가장 강력한 핸드를 구별해낼 수 있습니다. '넛츠' 앞에 '스톤 콜드'가 붙은 것도 겨울 날씨로 인해 '너트'가 돌처럼 차가웠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전해내려오고 있습니다.
◆오마하, 스터드, 로우볼까지! 다양한 포커 종목
홀덤과 함께 포커 토너먼트에 가장 많이 채택되는 종목은 오마하(Omaha)인데요. 오마하는 각자 네 장의 카드를 갖고 시작하는 점이 홀덤과 다르지만, 5장의 공유 카드를 이용하는 점이나, 전반적인 규칙이 홀덤과 유사합니다. 단, 오마하의 경우 개인 카드 2장을 꼭 사용(공유 카드는 3장)해야 하기에 홀덤에 비해 다소 복잡한 계산이 필요한 측면이 있습니다.
오마하는 하이로우 방식으로도 플레이하며, 고정된 베팅금액의(픽스드 리밋)이나 노 리밋 방식으로도 플레이하지만 일반적으로 팟 사이즈보다 크게 베팅할 수 없는 팟 리밋 오마하를 많이 플레이합니다.
그밖에도 7카드 및 5카드 포커, 래즈(Razz), 2-7 로우볼 등의 종목도 있습니다. 이들 종목의 경우 베팅 한도가 베팅 라운드에 따라 고정된 픽스드 리밋 방식으로 주로 치러지며, 카드 교환이 불가능한 경우 스터드, 교환이 가능하면 드로우 게임으로 구분됩니다. 한국에서 즐기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로우볼의 일종인 바둑이는 해외에서도 즐기는 포커 종목으로 자리매김했는데요. 온라인과 오프라인 토너먼트 종목으로 바둑이가 채택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홀덤 토너먼트의 경우 베팅 방식뿐만 아니라 테이블 당 인원 수에 따라 종목을 구분해 치르기도 합니다. 일반 대회의 경우 10명이나 9명이 한 테이블에서 플레이하지만, 8맥스, 6맥스 등 테이블 인원을 줄여 여는 대회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1대1 대결로 치르는 '헤즈업(head up)' 토너먼트도 열리는데요. 오프라인 대회에서는 딜러가 많이 필요해 개최 비용이 많이 드는 관계로 자주 열리지는 않습니다.
◆50년 역사의 포커 스포츠…역대 최고액 우승상금은 220억 원
홀덤을 비롯한 다른 포커 종목의 유례는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포커 스포츠의 역사는 비교적 수월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이자 가장 오래된 포커 토너먼트인 '월드시리즈 오브 포커(WSOP)'가 올해로 50주년을 맞았기 때문인데요. 도박의 본고장인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해마다 개최되고 있는 'WSOP'는 도박꾼들의 지역 잔치로 출발해 지금은 해마다 수만 명이 참가하는 세계 최대 규모 포커 토너먼트로 발전했습니다. 50주년 'WSOP 2019'는 현재 라스베이거스 리오 호텔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WSOP' 외에도 유럽의 'EPT'와 미국의 'LAPT', 아시아 지역의 'APT' 등 세계 여러 지역에서 포커 토너먼트가 개최되고 있습니다. 라스베이거스와 마카오의 경우 매주 고정적인 대회를 여는 포커룸도 존재합니다.
역대 최고액 우승상금을 획득한 마술사 출신 프로 포커 플레이어 안토니오 에스판디아리.
포커 토너먼트 역대 단일 대회 최고 우승 상금은 1834만6673 달러(한화 약 220억 원)으로 'WSOP 2012'에서 열린 자선 토너먼트 '빅원포원드롭(BigOne for Onedrop)' 우승을 차지한 마술사 출신 포커 프로 안토니오 에스판디아리에게 돌아갔습니다. 참가비가 무려 100만 달러에 달했던 해당 대회 우승으로 거액의 상금을 획득한 안토니오 에스판디아리는 'WSOP' 기준 누적 상금 1위에 올라 있습니다.
◆한국 포커 프로 활동 늘어나…한국 대회 참가는 불가능
한국에서도 포커 토너먼트가 해마다 개최되고 있습니다. 아시아 지역 주요 토너먼트 주최측은 한국에서 꾸준히 대회를 열고 있는데요. 하지만 관련 법규로 인해 한국인들은 국내 개최 포커 토너먼트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포커 토너먼트는 주로 서울과 인천, 대구 등 대도시에서 열리고 있는데 대도시에 위치한 카지노의 경우 내국인 출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국내 포커 프로들은 해외 대회를 주무대로 삼고 있습니다.
자국 대회 참가가 불가능하다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포커 프로들의 활동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50주년 'WSOP 2019'에서 한국 선수 2명이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는데요. 'WSOP 2019' 메인 이벤트에는 그 어느때보다 많은 한국인 포커 프로들이 참가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인 최초 'WSOP' 메인 이벤트 우승자가 배출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네요.
다음 시간에는 한국이 배출한 최고의 포커 플레이어에 대해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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