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부진에 빠졌던 강원랜드가 회복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하지만 폐광기금을 둘러싼 강원도와의 갈등이 암초로 떠올랐다. 강원도가 기존 폐광기금 산정방식이 잘못됐다며 2000억원 규모의 미납금 부과를 추진하면서 강원랜드의 실적 전망에도 먹구름이 감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강원랜드의 실적은 다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강원랜드의 올해 2분기 매출액은 364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50.2% 늘어난 1728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총량제 규제로 인한 테이블 및 영업시간 감축 등의 여파로 2017년부터 9분기 연속 주춤하던 실적이 오름세로 돌아섰다.

워터월드 개장 등 비카지노 부문의 효과가 카지노와 시너지를 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여름 일본여행 수요 위축에 따른 반사이익도 기대되는 상황이라 하반기 전망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폐광기금 리스크가 발목을 잡는다. 폐광기금 납부 산정방식을 둘러싼 강원도와 강원랜드의 줄다리기가 수년 째 이어지는 가운데 강원도가 칼을 빼들었기 때문이다.

폐광지역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폐특법)에 따라 카지노업을 영위하는 강원랜드는 매년 법인세를 차감하기 전 당기순이익의 25%를 강원도에 납부한다. 올해는 지난해 결산 기준으로 1248억 원을 받았는데, 이를 강원도와 정선군, 태백시, 삼척시 등 8개 유관 지자체가 나눠 가지는 구조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는 해당 지자체 입장에선 가뭄에 단비 같은 돈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납부방식 기준을 두고 이견 차가 있다는 것이다. 강원랜드는 현재 폐광기금을 매년 항시적으로 지출해야하는 고정 비용으로 간주, 순이익에서 기금 출연분을 빼고 25%를 내고 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폐광기금은 수익창출을 위해 법률 규정에 따라 필수 납부하는 것으로 비용으로 봐야 한다"며 "폐광기금과 성격이 비슷한 방송발전기금을 영업비용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강원도는 비용으로 차감하면 안된다는 입장이다. 폐특법 시행령에 명시된 대로 순수한 당기순이익의 25%를 납부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원도의 계산을 따르면 현재 강원랜드는 순이익의 5% 가량을 더 내야 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따지면 약 312억 원 가량을 더 내야 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강원도는 금전채권과 채무 소멸시효 기한이 5년임을 고려, 최근 2013년부터 발생한 미납금액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연간 300억~400억원씩 총 약 2170억 원 규모다. 강원도 관계자는 "금액 규모가 크다보니 강원랜드 영업이나 투자 등 전반적인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해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조율 중에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는 조율 결과와 관계 없이 미납분 부과 방침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랜드는 난색을 표한다. 영업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2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내야할 뿐만 아니라 향후에도 매년 수 백억의 지출이 더해지게 생겼기 때문이다. 최근 실적반등을 노리는 강원랜드로서는 최악의 결과가 될 수 있다. 강원랜드는 미납분이 부과된다면 따를 수 밖에 없지만 차후 법적대응을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강원도와 강원랜드는 각각 이와 관련한 법률자문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강원도의 폐광기금 미납금 부과 결정이 최근 강원랜드의 실적악화로 폐광기금이 급감한 것과 관련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강원도는 "10여 년 전부터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문제제기가 있어오는 상황으로 더 이상 미루면 안된다고 판단했다"며 폐광기금 감소세와는 상관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