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vs 단순오락..법률로 살펴본 '카지노 논란'

(서울=뉴스1) 정명의 기자 = LG 트윈스 선수들의 카지노 출입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상벌위원회 개최를 결정했다.

LG 선수들의 카지노 출입은 지난 11일 야구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졌다. 12일에는 구단의 해명과 함께 언론 보도가 이어졌고, KBO는 14일 상벌위원회 개최를 결정했다. 상벌위원회는 오는 18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상벌위 개최까지 KBO는 많은 고민을 했다. 상벌위를 열 사안인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 KBO 야구규약에는 '도박 등 경기 외적인 행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문제는 카지노 출입을 도박으로 규정할 수 있느냐다.

법률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먼저 카지노 출입 자체가 불법이냐를 놓고 이견이 있다. 일단 호주 현지에서는 불법이 아니다. 관광객들의 출입 또한 마찬가지다. 이는 일본의 파친코도 다르지 않다.

한국인이 호주의 카지노 또는 일본의 파친코를 출입할 경우는 '속인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한국 형법을 고려해야 한다.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은 타국에서도 한국 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것이 속인주의다. 이에 따라 호주나 일본에서 합법이더라도 한국 형법에 따라 도박으로 간주될 경우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카지노 출입이 '불법이냐 아니냐'는 '도박이냐 아니냐'의 문제로 볼 수 있다. 도박이 아닌 '일시적 오락'이었다면 야구선수들의 카지노 또는 파친코 출입은 법률적으로 처벌받지 않는다.

김형진 변호사(법무법인 창비)는 "카지노나 파친코 모두 출입 자체로는 합법이냐 불법이냐를 논할 수 없다. 도박죄에 해당할 정도가 돼야 불법으로 규정할 수 있다"며 "관광객이 카지노에 가서 10달러 정도를 썼다고 불법, 도박죄로 처벌할 수 없는 것을 떠올리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도박과 일시적 오락의 경계는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법률 전문가들은 베팅 규모와 상습성을 그 근거로 꼽는다. 규모가 크지 않고 상습적이지 않다면 '일시적 오락'으로 본다.

카지노 게임 자체를 도박으로 규정할 수도 있다. 김도영 변호사(법무법인 전문)는 "우연성에 기대 재물을 걸고 하는 게임은 그 자체로 도박이다. 일본 파친코도 마찬가지"라며 "다만 일시적 오락이라고 판단될 경우 처벌을 하지 않을 뿐인데 그 구분은 금액이나 횟수 등으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LG 선수들은 호주에서 진행 중인 스프링캠프 기간 중 휴식일에 쇼핑몰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재미삼아 카지노에 들렀다. 일본 캠프에서 흔히 찾는 파친코를 생각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카지노를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 LG 구단의 자체 조사 결과 최대 500호주달러(약 40만원)을 걸고 카지노 게임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분위기와 함께 LG 선수들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오지환의 경우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병역 논란의 중심에 섰던 선수라 비난의 강도가 더해졌다.

예전부터 일본 스프링캠프에서는 선수들은 물론 감독, 코치들까지 파친코를 즐기는 경우가 많았다. 한 달에 가까운 기간 동안 수백만원을 탕진한 선수도 꽤 있었다. 파친코 역시 법률적으로는 도박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선수들이 조금 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KBO도 법률적 측면보다 '품위손상행위'에 기반해 상벌위 개최를 결정했지만 이번 기회에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 일본에서 캠프 중인 구단들도 자체적으로 파친코 출입을 금지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