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 ‘카지노 출입’ 논란 재점화…KBO 엄중경고 징계는 ‘사후약방문’?

프로야구 비시즌인 18일 오후, 도곡동 KBO 센터에는 이례적으로 취재진이 자리했다. KBO 상벌위원회가 열린 덕이다.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시기, 온라인에 공개된 한 장의 사진으로 야구계가 들썩거렸다. 스프링캠프지인 호주에서 LG 트윈스 소속 선수들이 카지노로 보이는 장소에 있는 모습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사진은 순식간에 퍼져나갔고 큰 파장을 일으켰다.  사진이 공개된 초기, 진위 논란이 일었지만 이는 곧 일단락 됐다. LG 구단은 심수창, 오지환, 임찬규, 차우찬의 훈련 휴식일 저녁 식사 이후 카지노 출입 사실을 시인했다. 다만 항간에 떠도는 3만 달러 베팅 루머 등에는 선을 그었다. 일부 선수가 500 호주 달러(한화 약 40만 원)를 지출했다고 밝혔다.  온라인에 공개된 호주 카지노 현장 사진.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해명에도 논란은 식지 않았다. 수년간 선수들의 도박 등 일탈행위가 논란이 된 가운데 스프링캠프 중 카지노 출입은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이에 놀란 타구단들도 미국, 일본 등 캠프지에서 ‘선수 단속’에 나섰다.  이번 선수들의 카지노 출입이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준은 아니다. 형법 제246조(도박, 상습도박)에 따르면 도박을 한 사람은 ‘①1000만 원 이하의 벌금 ②상습으로 제1항의 죄를 범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그중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는 조건이 존재한다.   KBO에서는 단순 도박도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 야구 규약 제151조 품위손상 행위에 따르면 ‘경기 외적으로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여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경우 총재는 적절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품위손상 행위에는 마약, 병역비리 외에도 인종차별, 가정폭력, 성폭력, 음주운전, 도핑과 함께 도박 또한 포함돼 있다.  상벌위원회의 선택은 엄중경고와 제재금이었다. 도박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진 심수창을 제외한 오지환, 임찬규, 차우찬 등 3명에게 엄중경고 조치가 내려졌다. LG 구단에는 선수단 관리 소홀의 책임을 물어 500만 원의 제재금이 부과됐다. KBO 징계가 내려지기 이전에 구단 측은 선수들에게 경고를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는 LG 뿐만 아니라 타 구단의 캠프에도 영향을 미쳤다. 10개 구단 전부가 해외 스프링캠프를 진행 중인 가운데 카지노나 파친코 출입을 금지하고 나섰다. 캠프 현지에서 ‘선수단이 자체적으로 출입을 금지했다’, ‘구단 차원에서 선수들에게 당부했다’는 소식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이어졌다. 최근 프로야구 구성원들의 도박은 점점 더 엄격한 잣대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 2015년 적발된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의 불법도박, 2017년 구단과 심판 간의 돈거래 등의 사건이 연이어 터졌다. 당시 문제가 됐던 심판이 구단으로부터 돈을 빌린 이유는 도박으로 밝혀졌다.  그간 알려지지 않았을 뿐 선수들의 파친코 출입은 지난해에도 계속됐다. 2018 시즌 전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취재 당시 파친코에도 현역 프로야구 선수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휴식일 이었기에 자유 시간을 부여받은 다양한 구단의 선수들이 파친코를 즐기고 있었다.  다만 취재가 시작되자 구단들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파친코 관련 사실 확인을 위해 질문을 건네자 얼마 뒤 ‘보도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의견이 돌아왔다. ‘이번 시즌에는 취재 기자들 사이에서 파친코 관련 기사를 자제하자는 합의가 있었다’는 말과 함께였다. 과거 스프링캠프 관련 보도에서 선수들의 휴식일 파친코 출입이 언급되기도 했던 전례와 달랐다. 이전까지는 선수 인터뷰에서 파친코 경험이 스스럼없이 나오기도 했고, 국가대표팀이 일본에 훈련캠프를 차렸을 때도 ‘저녁 자유시간을 이용해 선수들이 파친코에 간다’는 내용이 다뤄졌다.  하지만 파친코에서 선수들의 모습을 확인한 정확히 1년 뒤, 선수들의 카지노 출입을 놓고 논란이 일어났다. 온라인에서 공개된 사진에 언론보도 또한 쏟아졌다. 결국 KBO가 나서 징계를 내리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상황이 펼쳐지기 전 경각심을 가질 계기는 충분했다. 이전부터 도박 관련 이슈가 터져 나왔지만 ‘사전 단속’에 철저했던 프로야구 구성원은 없었다. 교육이나 관련 규정 개정이 아닌 보도를 ‘자제’시키는 것으로 해결하려 했다. 결국 호주 현지에서 사진이 찍히고 나서야 뒤늦게 ‘엄중경고’, ‘금지령’과 같은 단어들이 언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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