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 핵시설, 단순 폐기 넘어 카지노·미술관 등으로 전환할수도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점쳐지는 영변 핵시설을 단순 폐기하는데 그치지 않고 카지노나 미술관, 생태공원 등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21일 서울 서초구 통일연구원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와 협력적 위협감소(CTR)’를 주제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홍 실장은 “북·미 정상회담이 잘 풀릴 경우를 대비해 ‘협력적 위협감소’와 같은 비핵화 로드맵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협력적 위협감소란 핵과 화학, 생물무기, 그 운반수단으로부터 초래될 수 있는 안보위협을 줄이기 위해 보유 대상국에 단계적·점진적 경제보상을 제공해 위협을 감소하는 국제안보프로그램이다. 과거 1990년대 초 시작된 우크라이나·카자흐스탄·벨라루스 등이 비핵화 과정에서 CTR을 사용했다. 홍 실장은 “향후 북한 핵시설과 핵무기 폐기를 지역 개발과 한반도 평화 경제 차원에서 CTR 프로그램화 할 필요가 있다”며 “핵시설 공간전환을 남북한과 국제사회의 경제적 협력 프로그램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홍 실장은 이미 실현한 바 있는 외국의 핵시설 재활용·공간변환 사례를 언급했다.    미국 몬트빌에 있는 핵 시설은 한 카지노 회사가 매입해 레저파크로 활용 중이며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R1 리액터’는 갤러리와 미디어 아트 시설로 변모했다. 영국의 ‘칼더 홀’은 전시공간으로의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이 밖에도 홍 실장은 핵시설이 천연가스 발전소, 과학기술센터, 생태공원 등으로 변환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신규도시개발보다 비용 적게 들어…당연히 비핵화 과정과 연동”   또 독일, 덴마크, 오스트리아 등은 탈원전에 따라 해체한 핵 시설을 ‘다크투어리즘’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다크투어리즘은 희생이나 아픈 역사를 관광화한다는 의미다. 현재 전 세계 65개의 핵 관련 상품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실장은 “새 도시개발보다 핵시설의 해체 비용과 운영 비용도 적게 든다”며 “효율적인 비용으로 기존 시설을 재활용하는데 더 많은 투자가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홍 실장은 “당연히 CTR은 비핵화 과정과 연동돼 있기 때문에 비핵화의 일정 부분 진행 후에 본격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주호 경희대 교수(원자력공학과)는 “북한이 평화적 핵·원자력 이용권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보다 깊은 고민과 상세한 준비가 전제 돼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들은 북·미가 영변 핵시설 폐기와 검증을 위한 로드맵에 합의한다면 상당한 성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안진수 전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책임연구원은 “검증·사찰 문제까지 진전될 수 있다면 그동안 북한 비핵화 역사에서 한 번도 가지 못한 길을 가는 것”이라며 “북한의 진정성 확인이나 신뢰구축면에서 상당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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