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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사진의 나비효과…캠프는 지금 ‘템플스테이’

보헤미안 0 1474 0 0

캠프에서 찍힌 사진 한 장이 커다란 ‘나비 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생존 경쟁으로 긴장감이 넘치는 스프링캠프는 속세와 연을 끊고 참선을 경험하는 ‘템플 스테이’를 닮았다. 경쟁에 지친 스트레스도 조심스런 ‘참선’으로 극복하고 넘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캠프 현장에서는 “가혹하다”는 불만과 함께 “이 기회에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11일 공개된 호주 카지노의 사진 한 장이었다. LG 차우찬이 테이블에 앉아 있고, 이를 임찬규와 오지환이 지켜보고 있는 장면이 담겼다. 이날 이들은 쇼핑센터에 들른 뒤 카지노 도박을 했다. 상습성이 없었고, 금액이 작아 법률상 문제가 없었지만 팬들의 비난이 거셌다. KBO는 지난 18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선수들에게 엄중경고, 구단에 500만원 제재금을 결의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이 공개된 뒤 미국과 일본, 대만에 차려진 캠프에는 ‘긴장감’이 돌았다. 공식·비공식적으로 ‘오해살 수 있는 행동 자제령’이 내려졌다. 카지노는 물론이고, 일본 캠프지 인기 장소였던 ‘파친코’ 금지령이 퍼졌다. 훈련 없는 휴식일, 식당에서 술 한 잔 하는 일도 조심스런 일이 됐다. 사진 또는 증언이 SNS를 통해 퍼질 경우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기 때문이다. 한 지방 구단 관계자는 “스마트폰이나 촬영장비의 발달로 인해 쉽게 노출될 수 있는 곳은 잘 다니지 않게 됐다는 선수들이 많다. 쇼핑이나 식사를 할 때도 사람이 많지 않은 장소나 시간을 택하게 된다”고 말했다.  

LG는 사건 발생 이후 “선수단 교육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카지노는 물론 카지노가 포함된 쇼핑센터도 기피장소가 됐다. 한국시리즈 우승팀 SK는 오키나와 2차 캠프 때 공식적으로 ‘파친코 금지령’을 내린 상태다. 롯데 역시 오키나와 2차 캠프 때 파친코 출입 금지를 선수단에 강조할 계획이다.  

익명을 요청한 수도권 구단의 ㄱ 단장은 “선수단 관리·운영 책임을 맡는 입장에서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단장은 “스프링캠프는 ‘생존경쟁’ 때문에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매우 크다. 훈련 효과를 고려하면 스트레스 해소는 중요하다”면서 “법률상 문제 없는 일까지 금지하는 것은 솔직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수도권 구단의 ㄴ 선수는 “선수들에게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아쉽다”고 말했고 ㄷ 선수는 “사람들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을 굳이 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무조건 나쁘다고 몰아갈 일도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KBO 상벌위원회는 이번 사태 제재 이유로 ‘품위 손상’을 들었다. 선수협회 김선웅 사무총장은 “사회적 물의, 품위 손상이라는 기준이 불명확하다. 현행법 위반이 아닌데도 징계를 통해 범죄자처럼 되는 일이 문제”라고 말했다. 기준이 불명확하다보니 선수들 스스로 ‘자기 검열’을 강화하게 되고, 모든 행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한 관계자는 “과장하자면, 침을 뱉는 행위도 품위 손상이 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를 계기로 아예 캠프 문화를 바꾸는 게 좋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금껏 도박, 음주 등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했다는 지적이다. ㄹ 선수는 “솔직히 외국인 선수들은 파친코 안 한다. 그들이라고 스트레스 없겠나”라고 말했다. SK 구단 관계자는 “최근 어린 선수들은 낚시를 하는 경우도 있고 콘솔 게임기를 가져와 즐기는 일도 많다”고 말했다. ㄱ 단장은 “스프링캠프지에서 선수들이 골프를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예전에는 고참 몇 명에게만 허용됐지만 이제 분위기 바꿀 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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