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실하다고? ‘절박’이다 

아유~ 내색은 안 해도 살벌합니다.” 한용덕(54)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의 2019 스프링캠프는 ‘도전과 경쟁’이 화두이다. 세대교체라는 메시지를 일찌감치 던져졌다. 김태균, 송광민, 이용규 등 베테랑은 자리를 지켜야 하고, 노시환 변우혁 유장혁 등 신인은 도전해야 한다. 한용덕 감독은 실제 스프링캠프 훈련을 진행하는 동안 신예 자원을 대거 활용하며 활력을 불어넣었다. 경쟁지는 치열하다. 외야수는 칼바람이다. 기존 호잉, 이용규, 최진행, 양성우 등이 경쟁하는 체제에서 내야수 정근우가 포지션을 변경하면서 합류했다. 여기에 장진혁 이동훈 유장혁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내야수는 노시환과 변우혁이 벌써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유격수 하주석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도전을 지향하는 한용덕 감독은 지휘 방침에 따라 선수단을 향해 ‘절실함’을 품어달라고 무언의 주문을 했다. 사실 아무리 주문을 한다고 해도 받아들이는 선수에 따라 분위기는 달라진다. 선수단 안에서 분위기를 느끼지 못하면 지도자가 아무리 주문해도 통하지 않는다. 한화는 반대였다. 감독의 주문을 받아들이는 선수의 진중함이 깊었다. 절실함을 넘어 ‘절박함’했다. 비슷한 뜻이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절실함은 다급하다는 의미가 크지만, 여기에 위기를 가미하면 바로 ‘절박함’이다. 이는 스프링캠프 곳곳에서 나타났다. 한화가 오키나와에서 머무는 리조넥스 호텔에 밤마다 후끈하다. 선수들이 자율적으로 개인 운동에 매진한다. 호텔 내부에 따로 운동 장소나 장비를 구비한 것은 아니다. 배트 하나 들고나와 연신 휘두르며 자세를 가다듬고 감각을 익힌다. 정근우와 하주석이 저녁 식사 후 함께 개인 훈련에 임한 장면이 대표적이다. 정근우는 이번 시즌 외야수로 전향을 꾀하고 있다. 자신의 경쟁이 벅찰 법도 한데, 내야수로서 입지를 확실히 다져야 할 하주석을 이끌고 서로 도와가며 훈련에 임한 것이다. 최진행이 이번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11㎏을 감량한 것, 김태균 송광민이 개인 트레이너를 통해 몸을 만든 뒤 훈련에 합류한 것 모두 ‘절박’을 대변하고 있다. 고참이 먼저 움직이니, 후배들은 절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한용덕 감독이 스프링캠프 훈련을 진행하면서 패밀리데이를 개최하고, 줄넘기를 통해 선수단과 호흡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선수단 스스로 절박한 모습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풀어줄 이유가 분명했다. 한화 관계자는 “선수들 모두 겉으로 내색하지 않지만, 훈련 중에 진중한 모습이 곳곳에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가장 확실한 것은 그동안 관습적으로 행한 행동들이 모두 사라졌다. 오키나와로 1개월 이상 전지훈련을 오는 선수들은 휴식일 골프를 즐기거나, 파친코를 찾아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다. 물론 최근 카지노 사건이 크게 논란이 일어나긴 했지만, 한화는 이와 무관하게 이러한 모습이 모두 사라졌다. 한용덕 감독이 부임한 이후 스프링캠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뜨거운 봄을 준비하는 한화는 절실함이 아닌 절박함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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