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혁 해수부 “카지노 없는 크루즈 불가능…규제 풀어야”

3년째 표류 중인 한·일 어업협정…"일본이 무리한 요구"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이 크루즈 산업 육성을 위해 카지노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크루즈선 내에서 카지노 영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기존 인허가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일 어업협정 재협상과 관련해서는 일본이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했다. 매년 해오던 한·일 어업협정은 2016년 결렬된 뒤 계속 표류 중이다. 

문 장관은 26일 인천 송도동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크루즈선 사업에서 주요한 위락시설 가운데 하나가 카지노"라면서 "크루즈선 내 카지노 영업이 어렵게 되어있는 국내 법규를 푸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카지노가 주요한 위락시설 가운데 하나라면 제 기능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우리나라 사람은 이용하지 못하더라도 외국인 이용도 제대로 못하게 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인터뷰는 지난 3일 취임한 문 장관이 처음으로 가진 기자간담회다.

 

문 장관의 이 발언은 크루즈선사가 국내에서 카지노 사업을 할 경우 기존 카지노와 똑같은 방식으로 허가를 받게 한 현행 관광진흥법 규정을 바꾸자는 것이다. 관광진흥법은 관광특구 내 시설이나 여객선에서 카지노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계획과 장기 재무 전망 등이 포함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도록 돼있다. 또 신규 허가는 외국인 관광객이 직전에 허가를 내준 시기보다 60만명 이상 늘어야 한다. 현 규정은 외국인이 많은 관광지에서 대규모 시설을 설치·운영하는 사업 방식을 유도하는 것인데, 여러 척의 배에서 각각 소규모 위락 시설로 운영하는 크루즈선사의 사업 모델과는 맞지 않는다. 

문 장관의 발언은 내국인 선상 카지노 허용 등이 문화체육관광부 반대에 번번히 막힌 상황에서 전반적인 법규 완화라는 ‘우회로’를 찾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영춘 전 해수부 장관은 내국인의 선상 카지노 허용 등 규제 완화를 추진해왔는데, 문체부 등의 반대에 번번히 가로막혔다. 김 전 장관이 퇴임 당시 "선상 카지노 규제를 풀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고 여러 차례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 장관은 크루즈 산업 활성화와 관련해 "국제공항 수준으로 크루즈터미널의 각종 편의 시설을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또 "크루즈 관광 마케팅, 홍보 등에서도 해수부가 도울 영역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일 어업협정 재협상과 관련해서는 "협상 재개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일본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과 일본은 두 나라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이 겹치는 지역에서 조업 가능한 어선 수 등을 놓고 매년 협상을 해왔으나 2016년 결렬된 뒤 3년째 표류 중이다. 

문 장관은 "일본은 한국이 어선 수를 지금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요구하는가 하면, 한·일 중간수역(에 포함된 독도 인근 한국 영해 내) 조업에서 한국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일본은 독도 인근 한국 영해에서 한·일 교대조업을 하자고 요구하면서, 동시에 교대조업 협상은 정부간 협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독도 영유권 훼손 우려가 있는 사안을 요구한 것이다. 한국 정부는 교대조업은 가능하지만 두 나라 어업인들의 민간 협상 형태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 장관은 "신남방정책 등과 연계해 항만 개발, 운용, 관리 분야에서 해외 진출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트라아시아(Intra-Asia·아시아 역내권)에 한국이 진출할 지역이 많다"고 덧붙였다. 지난 22일 건화·대영·희림 등 한국 설계업체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방글라데시 파이라항 컨테이너 터미널 설계·감리 사업을 수주했는데, 비슷한 사례를 여럿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발표한 ‘해운혁신 5개 계획’에 대해서는 "정책 틀이 아주 잘 만들어져 있었다"며 "지금은 기존에 결정한 정책에 박차를 가하고 시행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금의 정책 방향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란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