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원도 푼돈처럼 느껴져요"…장래희망은 '토사장'이라는 아이들

[10대의 도박③]

[대전CBS 김정남 기자]

불법 도박은 성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의 2018년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에서 나온 재학 중 청소년의 도박 유병률은 6.4%. 이미 성인(5.3%)의 수준을 넘어섰다. 청소년 도박 중독과 채무 문제 또한 심각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불법 도박에 빠져드는 청소년들의 실태를 4차례에 걸쳐 집중 보도한다. 세 번째 순서는 청소년기부터 성인이 돼서도 이어지는 '도박의 늪'이다. [편집자 주]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학생 때 도박을 처음 접한 A(30)씨. 30대가 된 지금까지 도박을 끊지 못하고 있다.

학생 때 진 빚 1200만원을 부모님이 갚아줬는데, 또 5000만원의 빚을 졌다.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모은 곗돈까지 도박에 썼다는 A씨. 도박으로 빚을 해결하려고 하고, 다시 빚을 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한 번만 따면 모든 빚을 청산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B(17)군과 C(16)군도 A씨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친구들의 소개로 도박에 손을 댔다는 B군. 부모님의 귀중품까지 내다팔며 도박을 했고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밤새 아르바이트를 뛴다고 했다.

아들의 도박 문제가 심각해지고 제어가 되지 않으면서 부모님이 직장까지 그만둔 상태지만 도박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C군은 한 번에 수십, 수백만원을 따고 잃으며 "백만원도 푼돈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수업을 들으면서도 머릿속에는 온통 도박 생각뿐이고 어떻게 돈을 만들어서 배팅할지에 대한 고민만 계속 한다"고 C군은 말했다.

그는 부모님의 휴대폰과 지갑의 돈까지 '판돈'으로 쓴 상태다.

그럼에도 배팅한 것이 적중했을 때의 짜릿함을 잊을 수가 없다는 C군.

도박이 무서운 것은 중독이 되기 때문이다.

큰돈이 순식간에 오고가는 경험을 반복한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더욱 깊은 도박의 늪에 빠지는 실정이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도박 시작연령이 낮을수록 장기간 도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이미 중독과 같은 문제를 겪고 있는 '위험집단'의 비율 역시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2학년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2018년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도박 문제 위험집단 비율은 중학교 1학년 5.4%에서 고등학교 2학년은 8.7%로 높아진다.

이들 상당수는 이른바 '미니게임'과 불법 스포츠 도박 등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도박에 빠져든 경우가 많다.

이런 온라인 도박이 카지노에 가서 도박하는 것에 비해 중독성이 10배 더 강하다는 연구 결과(Mark Griffiths et al., 2012) 등은 앞으로 많은 청소년들이 문제성 도박자로 발전할 위험성이 높음을 지적하기도 한다.

재학 중 청소년의 47.8%는 '돈내기 게임'을 경험해봤고 58.7%는 청소년 도박 문제가 심각하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이승희 대전도박문제관리센터 예방홍보팀장은 "도박을 하는 청소년들을 보며 가장 안타까운 점은 '이 친구가 시급 만원도 안 되는 아르바이트를 견뎌낼 수 있을까'라는 것"이라며 "청소년기에 형성되는, 세계에 대해 바라보는 가치관과 경제관, 미래관을 갖고 앞으로 살아가게 되는데 이 친구들의 경우 청소년기에 도박으로 인해 상당히 많은 부분이 뒤틀린 상태로 성인기를 맞게 된다"고 말했다.

도박 위험집단 청소년의 41.8%는 성인이 된 뒤에도 사행활동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부 아이들이 밝힌 장래희망은 '토사장',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의 운영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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