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7세 아동도 ‘베팅’…국민 절반이 도박에 열중

태국은 한 해 4천만 명의 외국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 대국이지만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을 위한 카지노도 없다. 카지노 설립 자체가 불법이다. 국민 대부분이 불교를 믿는 불교 국가라서 카지노를 허가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만, 라오스나 캄보디아 등 인근 불교 국가들에서 카지노가 성업 중인 것을 보면 꼭 종교적 이유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도박을 좋아하는 태국인들의 성향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훨씬 설득력이 있다. 태국 사람들이 워낙 도박과 내기를 좋아해서 푸미폰 아둔야뎃(1927~2016) 전 태국 국왕이 도박을 엄격히 금지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태국에서는 정부 발행 복권과 경마를 제외한 도박 행위는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태국 인구 57%가 도박…. 7세 아동도 '베팅'

태국 도박연구센터(CGS)가 7일 펴낸 보고서를 보면 태국인들의 도박 성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이 센터에 따르면 올해 3천42만 명이나 되는 태국 국민이 도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인구의 57%에 달하는 수치다. 충격적인 것은 15~18세 청소년 중 약 20%인 73만여 명이 도박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센터 측은 지적했다.

태국인의 30%가 구매하는 태국 복권
특히 올해 70만 명이 넘는 태국 국민이 도박을 처음으로 시작했는데, 이 중에는 7세 아동도 포함됐다고 센터는 밝혔다. 태국인들이 가장 많은 사람이 하는 도박은 정부 발행 복권이었고, 다음이 불법 지하복권과 축구 결과 맞히기 내기 순이었다.

태국인 30%가 복권 구입…. 인구보다 많은 복권 발행

태국인들의 '복권 사랑'은 특별하다. 태국은 전 국민의 30%가 복권을 살 정도로 복권 열기가 뜨겁다. 한 달에 두 번 추첨이 이뤄지는데 태국 정부 복권국은 매회 1억 장 이상의 복권을 찍어낸다. 이는 태국 전체 인구 6천800만 명보다도 많은 숫자다.

태국 사원에 있는 나무로부터 행운의 숫자를 얻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
복권을 사는 태국인들은 복권에 당첨될 수 있는 행운의 번호를 얻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다. 태국에서 큰 나무들이 있는 유명 사원에 가보면 사람들이 저마다 나무 표면에 파우더와 같은 하얀 가루를 묻히고 계속 문지르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나무 표면에 특정 숫자의 형태가 나타나거나 마음속에 떠오르는 숫자를 얻기 위해서다.

행운의 숫자 찾기 진풍경……불법 복권까지 활개

총리나 연예인들의 차량 번호판이나, 심지어 주변 동물로부터 행운의 숫자를 찾아내기도 한다. 그런데 복권에는 번호가 미리 인쇄돼 나오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좋은 번호가 있다 하더라도 그 번호가 포함된 복권을 구하기 위해선 발품을 팔아야 한다.

행운의 숫자를 얻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
태국 복권의 정가는 80밧(약 3천200원)이지만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은 번호가 있는 복권은 최고 120밧(약 4천800원)까지 올라간다. 지나친 복권 인기에 유통 단계가 늘어나고 불법 복권까지 활개 치면서 한때 현 태국 총리가 복권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설 정도였다.

무에타이·투계 등 각종 스포츠에도 불법 도박판

태국 전역에서 벌어지는 닭싸움 경기
태국에서는 전국에서 벌어지는 무에타이 경기나 각종 스포츠 승패를 놓고 불법 도박판이 벌어진다. 동물 학대라는 이유로 우리나라에선 불법인 닭싸움에 태국에서는 엄청난 판돈이 걸린다. 원래 허가된 투계장에서 열리는 닭싸움에서 닭 주인 간 오가는 시상금만 허용되어 있지만, 관객들 사이에 도박이 이뤄진다. 태국에는 동네마다 무허가 닭싸움 장까지 성행하고 있다. 태국의 닭싸움 시장 규모는 총 1조 원이나 된다.

태국 국내에는 카지노가 없어도 돈 많은 부자와 저명인사들은 인근 라오스와 캄보디아 국경을 건너 카지노를 즐기고 돌아온다. 도박을 법으로 엄격히 제한해도 모든 스포츠와 경기에 도박과 내기가 빠지지 않는다. 태국이 '카지노 없는 도박 천국'이라는 말까지 듣는 이유가 있다.



유석조 기자 (sjyo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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