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사태에 마카오도 '불똥'..中 VIP, 한국 카지노 찾을까

홍콩 시민들의 대규모 반(反)중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며 홍콩은 물론 마카오 관광시장에도 부정적인 여파가 미치고 있다. 마카오로 몰리던 카지노 '큰 손'인 중국인 VIP가 갈 곳을 잃으면서 한일관계 악화로 고민하는 국내 카지노업계에 반사이익 가능성이 거론된다.

1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에 반발한 홍콩 시민들의 주말 집회가 19주 연속 이어지고 있다. 수 개월째 진행되는 시위가 중국 당국과의 대결 양상으로 치달으며 국제 관광도시 홍콩의 위상도 고꾸라졌다. 홍콩관광청에 따르면 지난 8월 홍콩을 찾은 관광객은 전년 대비 40% 급감했다. 전체 홍콩 인바운드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중국 관광객들이 홍콩에서 눈을 돌리면서 지척에 위치한 카지노 도시 마카오에도 위기감이 감돈다. 거액의 돈을 쓰는 중국인 VIP의 발길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마카오 관광당국에 따르면 8월 마카오를 찾은 관광객은 362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6.5% 증가하는데 그쳤다. 마카오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관광) 시장의 핵심인 홍콩에서 마카오를 들러 밤을 보내는 '오버나이트' 관광객은 5.7% 감소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증가세 둔화가 눈에 띈다. 8월 중국인 관광객은 4.7% 증가하는데 그쳤고, 개별관광객(FIT) 규모는 1.3% 역성장했다. 여름 성수기인데다, 최근 광둥성과 홍콩, 마카오를 잇는 강주아오 대교 개통으로 관광수요 증가가 예상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결과다. 이에 따라 마카오 카지노 시장도 다소 주춤하다. 마카오 도박감찰국에 따르면 8월 업계 총 매출이 약 30억달러(약 3조6500억원)로 전년 대비 8.6% 감소했다.

이처럼 마카오 카지노 시장이 위축되자 국내 외국인 카지노업계의 표정에 희미한 미소가 보인다. 갈 길을 잃은 중국인 VIP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특히 지난 7월 시작된 한일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며 일본 인바운드 증가세 둔화로 하반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대두되는 상황에서 중국 시장의 반등은 희소식이다.

실제 그랜드코리아레저(GKL)는 중국인VIP 확대 효과를 보고 있다. GKL은 일본과의 갈등이 불거진 지난 7월부터 일본인 VIP가 감소세다. 3분기 총 6만7593명이 방문했는데, 전년 동기보다 9100여 명 줄어들었다. 반면, 중국인 VIP의 경우 지난해보다 5만 명 가량 증가한 21만9880명을 기록했다. 파라다이스 역시 3분기 방문한 중국인 VIP의 수가 증가했다.

이에 따라 GKL과 파라다이스의 3분기 실적이 호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드롭액(이용객이 칩으로 바꾼 금액)과 홀드율(드롭액에서 중 카지노가 거둔 금액 비율)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있긴 하지만, 중국인 VIP의 증가 자체가 최근 부진했던 흐름을 벗어나 반등하는 국내 외국인 카지노업계의 훈풍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일 갈등으로 GKL의 일본인 방문수요가 감소했지만 중국인 수요가 이를 상쇄했다"며 "중화권의 지정학적 리스크 상승으로 마카오 VIP 수요가 주변국으로 분산돼 내년까지 국내 카지노업계의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