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사면초가 강원랜드-‘규제완화’, ‘폐특법’연장이 해결책 [홍춘봉 기자(=정선)]
 

지난 24일 문재인 대통령은 전북 군산시에서 열린 ‘군산형 일자리 상생 협약식’치사를 통해 “군산은 가장 아픈 손가락”이라는 표현으로 군산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나타냈다.

반면 강원랜드와 폐광지역의 주민들은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새만금을 품고 있는 군산은 군산출신 바른미래당 김관영 의원 주도로 ‘오픈 카지노’를 위한 ‘새만금사업 추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새만금 방조제. ⓒ프레시안

절박한 처지의 새만금을 회생시키기 위한 ‘오픈카지노’ 추진은 호남 정치권에서의 파급력을 감안하면 강원랜드 입장에서는 치명적인 위협으로 느껴지고 있다.

반면 전북지역 시민, 환경단체와 정치권 등의 강력한 반대로 중앙정부에서도 오픈카지노 추가 개설에 대한 명분을 찾기가 쉽지는 않지만 새만금의 오픈카지노 위협은 2025년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국내에서 오픈카지노 추가 개설 요구의 도전이 있다면 눈을 밖으로 돌리면 더 심각한 위기가 강원랜드를 강타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수도권에서 비행기로 1시간 거리에 오는 2025년 개장 예정인 일본의 복합카지노(IR) 때문이다.

오는 2020년 오사카 등 일본 내 3곳의 후보지를 확정한 뒤 착공을 거쳐 2024년까지 완공하고 이듬해 개장하면 강원랜드는 개점휴업 상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가 경희대 관광학과 이충기 교수팀에 의뢰해 분석한 ‘일본IR 도입에 따른 국내 카지노관광산업 영향 분석 보고서’는 강원랜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일본IR이 개장하면 강원랜드 고객 중 연간 67만 여명이 일본으로 이탈하고 이로 인한 외화 누출액이 1조33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아시아 최고의 복합카지노리조트(IR) 성공신화를 만든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프레시안

연간 강원랜드를 방문하는 약 300만 명의 고객 중 중복 방문 고객을 제외하면 67만 명이라는 숫자는 카지노 매출에 가장 기여하는 우량 고객들일 가능성이 높다는데 강원랜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전망과 분석은 ‘일본 카지노 개장=강원랜드 폐업’이라는 등식을 가능케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연간 최소 150만 명이 넘는 한국인들이 일본IR을 방문해 연간 최소 5조 원이 넘는 국부를 유출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오사카와 요코하마, 홋카이도 등 3곳에서 개장이 예상되는 일본IR은 1곳 당 10조 원 규모의 투자비, 세계 최고 수준의 시설과 친절서비스 등으로 무장하기에 아시아의 카지노 블랙홀로 떠오를 것이 자명하다.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 신종호 사무국장은 “일본IR 개장에 따른 국내카지노산업 분석보고서는 보수적인 숫자라서 실제 전망치보다 더 심각할 것”며 “일본IR이 개장하면 강원랜드는 직격탄을 맞아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것으로 분석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일본이 싱가포르의 성공사례를 받아 들여 IR을 도입한 것은 국부유출 방지와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것”이라며 “정부도 이제는 강원랜드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 줘야 일본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외에도 세계 최고의 ‘카지노 황제’마카오를 비롯해 필리핀, 베트남, 싱가포르, 캄보디아,라오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등지에 오는 2025년까지 76조5200억 원을 투자해 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은 남부 휴양지 푸꾸억에 대형 IR을 개장한데 이어 오는 12월에는 중부 휴양지 호이안에 마카오 선시티그룹이 4조 원을 투자한 호이아나 카지노리조트가 개장할 예정이다.

필리핀도 국제공항 인근의 클락지구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카지노가 지난 7월 개장해 성업 중이고 마닐라의 IR들도 한국인 고객유치에 혈안인 가운데 마카오 역시 대형 IR이 속속 개장하면서 강원랜드를 위협하고 있다.
 

▲해발 1800미터 정상에 위치한 말레이시아 겐팅하이랜드 리조트. 1965년 개발을 시작한 겐팅은 40년만에 복합리조트단지를 완성했다. ⓒ겐팅하이랜드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마카오와 필리핀에 이어 일본 IR개장은 강원랜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정책당국자들이 당장 다가온 위기를 헤아려 규제 대신 강원랜드의 경쟁력 강화에 눈을 떠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와 정치권은 싱가포르처럼 복합카지노(IR)산업이 관광산업의 꽃이고 국부유출을 막는 효자산업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카지노산업은 오는 2025년부터 아시아권에서 연간 100조 원의 매출을 올리는 최고의 산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지노 개장 20년을 맞아 강원랜드는 그동안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새로운 20년의 희망을 만들기 위해 뼈를 깍는 자구노력과 지역과의 상생협력을 한층 강화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울러 마카오, 필리핀, 일본 등 글로벌 IR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최대한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관광객 유치에 성공할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은미 한서대 카지노학과 교수는 “강원랜드는 중앙정부에 예속된 공기업이라는 한계 때문에 동남아 IR과 경쟁력을 전혀 갖출 수가 없는 구조”라며 “설립목적에 맞게 다른 공기업과 다른 시각에서 강원랜드를 스크린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필리핀 마닐라의 카지노 모습. 일본에 카지노가 개장하면 마카오와 맞먹는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프레시안

황인오 사북항쟁특위 위원장은 “다른 공기업은 정부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강원랜드는 지역주민들의 투쟁에 의해 설립된 특별한 공기업”이라며 “정부는 그동안 과잉 간섭으로 실패했던 사실을 반성하고 이제는 설립취지에 맞게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폐광지역과 전문가들은 자생력을 갖춘 복합리조트로 자립하면서 글로벌 IR기업들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폐특법 10년 연장의 기회를 다시 한 번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원기준 광산지역사회연구소장은 “지난 20년간 지역과의 상생발전이 매우 부족했던 점을 깊이 반성해야 한다”며 “2025년 이후에도 독점적 지위를 누리기 위한 명분을 강원랜드와 지역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적극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식 강원랜드 사외이사는 “총 1122만 평방미터의 사업부지 중 개발은 60%에 불과한 상황에서 복합리조트로 자생력을 갖추려면 폐특법 연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2025년 이후 중장기 경영전략이 시급한데 정부는 지난 29일 이사회에서 2024년까지 단기 경영전략을 요구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박종철 전 강원랜드 사외이사는 “미국 인디언보호구역카지노협회는 효율적인 재정운영으로 650억 달러가 넘는 기금을 확보하고 암호화폐 등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정부는 미국 인디언카지노의 성공사례를 교훈삼아 강원랜드 자생력 확보방안에 관심을 둘 때”라고 전했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장은 정부 정책당국자들에게 쓴 소리를 강하게 어필했다.
 

▲카지노 개장 20년을 맞아 강원랜드는 수준 높은 서비스를 다짐하고 있다. ⓒ프레시안

그는 “카지노 개장 20년간 자판기처럼 각종 세금과 관광기금을 빼먹는데 혈안이었기 때문에 강원랜드의 앞날이 캄캄하다. 사감위도 규제가 만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강원랜드는 발전은커녕 오히려 퇴보하는 현실을 감안해 일본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 특히 정부가 모델로 삼은 말레이시아 겐팅카지노리조트가 성공하기까지 40년의 세월과 10조 원이 넘는 투자비가 필요했던 현실을 정책당국자는 깊이 인식해야 한다. 대한민국 불법 사행산업 규모가 연간 300조 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감안해 합법은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과 불법 퇴출 및 양성화에 눈길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춘봉 기자(=정선) (casinoho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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