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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을 하루에 다 걸다… ‘양방러’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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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이 활성화되며 젊은세대가 도박에 심취한다. 과거 카지노, 경마장 등에서나 즐길 수 있던 도박을 인터넷, 휴대폰 등 어디에서나 즐길 수 있게 되며 젊은층의 도박 비중이 증가하는 것. 심지어 불법토토를 직업으로 삼는 젊은층이 늘어나고 있으며 10대들까지 쉬운 접근경로로 인해 도박에 빠져드는 등 문제가 심각해진 분위기다. <머니S>는 갈수록 늘어나는 젊은층의 도박 실태를 진단했다. 그들은 왜 도박에 빠지는 것일까.<편집자주>


[도박에 빠진 청춘들-중] 단속 사각지대 불법토토 ‘100만명’
 


한 대형포털사이트의 해외축구 중계방에 10만명의 접속자가 몰렸다. 이들은 경기를 함께 보며 채팅창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경기가 끝나자 양 편으로 나뉜 사람들이 아쉬움과 기쁨을 표한다. 그런데 분위기가 영 이상하다. 단순히 응원하는 팀이 졌을 때의 감정표현이 아니다. 일부 사람들은 지나친 욕설을 섞어가며 진 팀 혹은 선수들을 비난한다. ‘똥배’, ‘역배’, ‘플핸’, ‘놀이터’ 등 일반인이 알아볼 수 없는 전문용어들이 채팅창에 주를 이룬다. 이들의 정체는 무엇일까.

똥배는 낮은 배당, 플핸은 플러스핸디캡의 줄임말로 두 팀 중 전력이 떨어지는 팀에게 핸디캡 배당을 준다는 뜻이다. 일반인이 봤을 때는 해석이 필요한 말이지만 이 채팅창에 모인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용어다. 이들은 바로 불법스포츠베팅을 하는 사람들이다. 스포츠에 관심이 많으면서 인터넷 이용이 활발한 2030세대에게 불법토토는 이제 일상이 된 분위기다.

◆불법토토, 사람들 왜 몰리나

스포츠경기 결과에 돈을 거는 온라인 토토사이트는 전세계적으로 활성화돼 있다. 국내도 국민체육진흥공단(문화체육부 소관)이 수탁사업자 케이토토를 통해 공식 인터넷 배팅사이트 ‘배트맨토토’를 운영한다. 도박자체가 건전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소액으로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며 돈까지 걸 수 있어 이용자가 많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합법과 불법을 통틀어 스포츠토토를 즐기는 사람은 약 100만~200만명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배트맨토토는 한 회차당 수십만명에서 수백만명이 배팅에 참여한다. 단, 과몰입을 막기 위해 하루 6회차까지만 살 수 있으며 구매금액은 회차당 1인 5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룰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불법 토토사이트가 넘쳐난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스포츠경기에 합법 배팅이 가능한 온라인사이트는 배트맨토토가 유일하다. 반면 불법 배팅이 가능한 사설 토토사이트가 수백, 수천개에 이른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스포츠도박규모는 약 25조원 수준이었다. 이중 사이버도박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30세대 비중이 높았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사이버도박 피의자는 3만5922명으로, 연령대별로는 30대가 1만5090명(42%), 20대 1만1756명(33%), 40대 6004명(17%) 순이었다. 피의자 4명 중 3명이 2030세대였다.

불법 배팅러들은 경기가 열릴 때마다 포털사이트 중계방, 아프리카TV,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에 모여 함께 경기를 지켜본다. 경기스코어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어플리케이션 채팅방에도 수만명이 모인다. 국내 1위 스코어 어플리케이션 ‘라이브스코어’의 앱 다운로드 수는 이미 100만건을 돌파했다.

이들이 합법사이트 대신 불법 토토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은 ‘배팅 방식과 배당액 한도’, 그리고 ‘배당률’ 때문이다. 배트맨토토는 최소 두게임 이상에 돈을 걸어야 한다. 하지만 불법토토는 한게임만 배팅이 가능해 당첨확률이 높다. 배당률도 불법사이트가 더 좋다.
 

회차당 5만원인 배트맨토토와 달리 불법토토는 배팅액 제한도 없다. 사다리게임, 파워볼, 스크린경마 등 스포츠경기 외에도 참여할 수 있는 게임이 많다. 소위 토토에 재미를 들인 사람이라면 합법보다 불법사이트에 더 흥미를 느낄 수밖에 없다.


◆토토가 직업이 된 2030
 

불법 토토사이트가 문제인 것은 이른바 ‘양방러’, 즉 ‘직업 토토인’을 양성한다는 점이다. ‘양방’이란 양쪽에 모두 배팅한다는 뜻으로 어느 곳에 걸더라도 절대 손해를 보지 않는 배팅방식을 말한다. 배팅사이트별로 배당률이 달라 각각 다른 팀에 배팅해 차익금을 챙기는 식이다. 

사이트별로 적립금을 받아 수익을 낼 수도 있다. 예컨대 한 토토사이트에서 경기 배당률을 A팀(승리) 1.80, B팀(승리) 2.10로 책정했다. 이때 다른 토토사이트에서 같은 경기에 A팀(승리) 2.10, B팀(승리) 1.80의 배당률을 책정했다.


그럼 양방러는 두 사이트에서 각각 A와 B에 똑같은 금액을 배팅한다. 누가 이겨도 양방러는 손해를 보지 않는다. 이때 사이트별로 배팅 금액의 일정비율을 적립금으로도 준다. 적립금은 당연히 돈으로 환전할 수 있다. 높은 금액을 배팅할수록 환전금액은 높아진다. 

이처럼 양방 배팅의 소문이 퍼지며 직장에 다니는 평범한 2030세대는 사직서를 내던지고 불법 토토의 세계에 입문한다. 불법 토토사이트를 운영한 바 있는 A씨는 “2010년대 초반부터 양방 배팅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며 “제 주변 지인만해도 양방 배팅으로 건물을 샀을 정도”라고 말했다.

불법 토토사이트 이용자인 A씨는 양방 배팅의 경우 하루 최대 수천만원의 수익도 낼 수 있다고 말한다. A씨는 “양방러들은 하루 종일 사이트를 돌며 배팅할 만한 경기의 배당률을 확인하는 것이 주 업무”라며 “직원까지 두는 기업형 양방러도 많다. 하루에 일반인 직장 월급을 벌 수 있는 데 누가 회사를 다니려 하겠나. 이들은 배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수익이 보장된 그냥 ‘일’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불법 토토사이트가 기승을 부리지만 단속은 쉽지 않다. 사이트 운영자들은 대부분 해외에 적을 두고 서버를 운영한다. A씨는 “불법토토 운영자들은 필리핀이나 중국 등지에서 사이트를 3~4개씩 운영하며 그때그때 사이트를 열고 닫는 수법으로 경찰 단속망을 피하고 있다”며 “배팅하는 사람들도 쉽게 경찰에 신고하지 못한다. 현행법상 배팅한 사람도 함께 처벌받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불법스포츠도박은 운영자뿐만 아니라 참여한 사람에게도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여된다. 불법 토토사이트가 이른바 ‘먹튀’(고액배팅에 성공한 회원이 나오면 사이트를 폐쇄)를 하더라도 신고할 경우 본인도 처벌받기 때문에 주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강기수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불법토토는 거액을 벌 수 있을 것 같지만 중독성과 사행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도박의 특성상 결국 돈을 잃게 되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운영자와 함께 배팅을 하는 사람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아져야 불법토토 인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9호(2019년 11월19~2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기자 kjhnpc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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