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떠난 18조 카지노 황제···자식 14명, 승계전쟁 벌이나

공식 부인 4명에 인정받은 자녀만 16명, 17명이란 설도
카지노 회사 SJM 지분 구조가 아주 복잡해
부인들과 자녀들이 불안하고 미묘한 세력균형 유지
2011년 내분 사태가 6월9일 주총에서 되풀이 될 수도마카오 ‘카지노 황제’ 스탠리 호는 이제 떠났다. 그의 제국은 내부 갈등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에 흔들린다. 메시아가 필요한 절실한 순간이다.
 

마카오 카지노 재벌 스탠리 호(가운데)와 셋째 부인 이나 찬(오른쪽), 딸 플로리다(왼쪽). 사진은 내분이 한창이던 2011년 호가 셋째 부인의 홍콩 집에 머물고 있는 모습.

스탠리 호가 26일 99세의 나이로 세상을 등졌다. 그의 가문 재산은 평가하는 곳마다 다르지만, 최대 150억 달러(약 18조4500억원)에 이른다. 승계 작업은 그의 생전에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여차하면 내분으로 치달을 수 있다.

운명의 순간이 다가온다. 6월9일 카지노 제국의 지주회사인 SJM홀딩스의 주주총회가 예정돼 있다. SJM 아래 카지노가 20여개에 이른다. 홍콩-마카오 사이 여객선과 헬리콥터를 운영하는 회사도 들어 있다.
 

창업자 스탠리 호는 ‘공식적으론’ 여성 네 명과 결혼했다. ‘그가 인정한 자녀’는 16명이다. 17명이란 설도 무성하다. 지주회사 SJM을 보면 둘째 부인 루시나 람과 그의 자녀 5명이 승계 작업을 주도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카지노제국 '스탠리호'.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SJM에 따르면 최대 주주는 스탠리 호의 개인회사인 마카오관광오락공사(澳門旅遊娛樂股份有限公司ᆞSTDM)이다. SJM의 지분 54.11%를 쥐고 있다. 이 유한공사의 최대 주주가 둘째 부인의 자녀 3명이다. 각각 20%씩 쥐고 있다. 둘째 부인의 둘째 딸인 데이지 호가 2018년 SJM 회장 자리를 차지한 배경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28일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SJM 회장인 데이지는 카지노 경험이 거의 없다”며 “자매인 팬지 등과 연합해 회장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

팬지는 생존한 자녀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다. 아버지가 숨졌을 때 가문을 대표해 장례 절차를 주관했다. 블룸버그는 “(스탠리 호가 남긴 카지노 제국의) 지분구조는 아주 복잡하고, 가문 사람들 사이에 불안한 세력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1년 이전처럼 언제든지 내분에 휩싸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요즘 카지노 산업 자체가 위기다. 코로나19 때문에 마카오 카지노 전체 매출액이 90% 정도 급감했다. 코로나를 무릅쓰고 밀폐된 공간인 카지노를 찾으려는 관광객이 거의 없는 셈이다. 블룸버그는 “마카오 카지노 회사들이 하루 100만 달러씩 적자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카지노제국 '스탠리호'.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위기는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 6월9일 SJM 주주총회에서 둘째 부인 루시나 람이 이사로 재선임되기 위해 나설 전망이다. 또 팬지가 카지노를 모르는 데이지를 대신해 SJM 경영권을 쥐려고 할 수도 있다. 

스탠리 호와 둘째 부인 사이에 태어난 팬지 호

둘째 부인의 아들인 로런스도 잠재적인 경쟁자다. 그는 멜코리조트&엔터테인먼트를 경영하고 있다.

여기에다 블룸버그는 “넷째 부인 안젤라 렁이 SJM의 지분 8% 정도를 쥐고 있는데, 마카오에서는 잠재적인 도전자로 꼽힌다”고 보도했다.
한마디로 장례의 슬픔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후손들 사이에 생존을 건 싸움이 벌어질 조짐이다.

한편 스탠리 호는 1921년 영국 식민지 시절 태어났다. 2차대전이 한창이던 40년대에 본격적으로 부를 일궜다. 당시 포르투갈령이던 마카오에서 중국으로 사치품을 밀수출하면서다. 61년에서 마카오에서 유일하게 카지노 면허권을 받아 2001년까지 40년 동안 현지 시장을 독점해 왔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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