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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10만명 사망'에도…테마파크·카지노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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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이후 美 전사자 수 추월
가난한 흑인·히스패닉 치사율 높아

뉴욕, 내주 두달만에 봉쇄 해제
유니버설·디즈니월드 내달 재개장
추모보다 경제 정상화 목소리 커
비판 쏟아져도 트럼프 지지율 유지
“미국은 검고 침울한 이정표를 세웠다.”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가 10만 명을 넘어선 2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1면 기사 제목이다. 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미국의 사망자는 10만2107명으로, 전 세계 사망자 35만3414명의 28.3%를 차지했다. 세계 2위 영국(3만7460명)의 2.7배에 달한다. 6·25전쟁을 포함해 1950년대 이후 모든 전쟁에서 사망한 미군보다 더 많은 숫자다. 이날 하루에만 1535명이 사망했고, 신규 감염자도 2만546명에 달했다. 오는 8월께 사망자가 14만 명을 웃돌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상황이 여전히 심각하지만 미국 내에선 추모 목소리보다 경제 재개에 대한 희망이 더 큰 상황이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에 이어 또다시 2%대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주 미국 50개 주 모두 경제 부분 재가동에 들어간 가운데 워싱턴DC는 29일부터 경제를 재개하기로 했으며, 코로나19 충격이 가장 컸던 뉴욕시도 6월 첫째 주 경제 활동을 허용할 계획이다. 또 플로리다의 테마파크인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다음달 5일, 시월드는 11일 각각 문을 열기로 했다. MGM리조트는 내달 4일 라스베이거스에서 카지노 영업을 재개하기로 했다. 플로리다의 디즈니월드도 7월 다시 문을 연다.

세계 최강국으로서 ‘치욕적인’ 사망자 기록에도 경제 재개 목소리가 더 큰 이유로는 여러 요인이 지목된다. 첫 번째는 정치적 양극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세력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이 당초 추정보다 높지 않다며 곳곳에서 경제 재개 시위를 벌여 왔다. 조지아 텍사스 등 공화당 주지사가 다스리는 지역은 경제를 빨리 재개하기도 했다. 봉쇄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바이러스 확산보다 훨씬 더 감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초기엔 코로나19를 감기에 비유했으며, 지금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트럼프 책임론’이 불거졌지만 지지율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이날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의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지지한다는 응답자가 41%,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53%였다. 또 국정수행 지지도는 41%, 반대는 54%였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지난 1년여간 거의 변동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젊고 건강한 사람은 안전하다는 시각이다. 1만6610명의 뉴욕시 사망자 통계를 분석한 결과 10만 명당 사망자가 18~44세는 19.32명이었지만, 75세 이상은 1477.4명에 달했다. 또 사망자 대부분이 비만, 당뇨 등 기저질환을 갖고 있었다. 인종별로 따지면 10만 명당 히스패닉은 225.07명, 흑인은 214.8명이 사망했지만 백인은 106.72명에 그쳤다. 재산으로 나눴을 때 최저소득층은 241.16명 죽어 부자 103.83명보다 두 배 이상 사망률이 높았다. WP는 “부유하고 의료보험을 감당할 여력이 되는 지역은 사망률이 낮은 반면 불법 이민자가 많은 지역에서는 크게 높았다”고 분석했다.

너무 많은 사망자로 인해 무덤덤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로젠조 셀비지 리하이대 교수(문학)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숫자가 일정 규모를 넘으면 이해하기 어렵다”며 “3만 명, 5만 명을 상상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더 이상의 봉쇄는 어렵다는 현실론도 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는 지난 26일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경제 봉쇄는 90~120일만 지속할 수 있다”며 “더 장기화되면 불황으로 이어져 경제적 결과가 끔찍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코로나19 2차 유행이 오더라도 경제를 봉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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