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이 우리 담당이야" 뒷맛 씁쓸한 공무원 청탁 사건 무죄

제주 공무원 자녀 카지노 기업 채용 청탁 혐의 1·2심 무죄
재판부 "자녀 자격조건 갖췄고 부정한 청탁 증거없어"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형사부(부장판사 왕정옥)는 22일 제3자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제주도 전 서기관 A씨(55)와 사무관 B씨(55)에게 원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 뉴스1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자녀를 카지노 기업에 채용해 달라고 청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공무원들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1·2심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됐지만 재판에서 카지노 관리·감독 공무원과 카지노 기업 간부가 사적인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등 부적절한 행동이 드러나 뒷맛을 씁쓸하게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형사부(부장판사 왕정옥)는 22일 제3자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제주도 전 서기관 A씨(55)와 사무관 B씨(55), 그리고 신화월드 랜딩카지노를 운영하는 람정제주개발 전 간부 C씨(50·여)에게 원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재판의 가장 큰 관심사는 람정제주개발의 공무원 자녀 채용 과정에서 부정한 청탁이 인정되느냐 여부였다.

제주도 카지노 감독 부서에 근무하는 A씨와 B씨는 2017년 12월 랜딩카지노 확장·이전 인허가를 대가로 C씨에게 청탁해 B씨의 자녀를 람정제주개발에 채용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B씨 자녀 채용과 관련해 A씨와 C씨가 휴대전화 메시지를 주고받았고 실제 채용으로까지 이어졌지만 왜 무죄가 선고된 걸까?

◇공무원 연락받은 카지노 기업 간부, 채용에 적극 나서

판결 내용을 종합해보면 2017년 11월쯤 공무원 B씨는 상관인 A씨에게 5개월이 지나도록 람정제주개발 채용박람회에 지원한 자녀의 합격 소식이 없어 궁금하다는 말을 꺼낸다.

A씨는 이전부터 친분이 있던 람정 간부 C씨에게 "지금까지 연락이 없어 아빠가 답답한 모양이다" 등의 메시지를 보내 B씨 자녀 채용 여부를 문의한다.

A씨와 B씨는 단순한 문의에 불과했고 취업 청탁이 목적이라면 채용박람회 직전이나 직후에 요구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 연락을 받은 C씨는 채용 담당 직원에게 B씨 자녀의 지원 사실을 알리며 "이분 아버님이 우리 카지노 담당이다. 지난번 문제 생길뻔한 거 막아줬다. 이건 기밀로 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B씨 자녀는 얼마 후 람정제주개발에 채용된다.

재판부는 "제주도민 출신으로 다른 지원자에 비해 우수한 조건을 갖춰 반드시 채용하려고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학력과 이력 등 B씨 자녀의 채용 자격조건에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

"지난번 문제 생길뻔한 거 막아줬다"는 메시지는 람정이 내국인 카지노 출입으로 시정명령 처분을 받은 사건인데 경찰이 내사 종결했고 A씨와 B씨가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검찰이 대가성의 근거라고 제기한 카지노 변경이전 허가도 결과적으로 도의회에 허가서가 늦게 제출되면서 람정이 목표했던 12월 개장이 무산돼 부정한 청탁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재판부는 특정한 대가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C씨가 공무원들과 우호적인 관계로 지내 향후 편의를 바라는 막연한 기대를 한 수준으로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C씨에게 받은 18만원 상당의 화장품과 기념품 선물도 "개인적 친분이 있던 둘 사이에서 사회상규를 벗어나는 수준은 아니다"라며 뇌물수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람정 간부 C씨의 경우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B씨 자녀의 면접 평가표를 조작하도록 직원에게 지시한 혐의(증거위조 교사)가 인정돼 1심과 마찬가지로 벌금 700만원이 선고됐다.

kd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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