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판돈 170조원, 왕서방들 필리핀 온라인 도박 클릭클릭

코로나 사태 이후 중국인들이 즐겨 찾는 필리핀 인터넷 도박 사이트 화면./RAPPLER

중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불법 온라인 도박이 급증해 판돈이 수백조원에 달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6일 보도했다. 코로나 사태로 집에 격리된 중국인들이 무료한 생활에 질려 해외 온라인 도박 사이트로 눈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1949년 건국 이후 국내 뿐 아니라 해외 도박도 금지해왔다. 중국 공안(경찰)은 "코로나 사태 이후 중국 내 온라인 도박이 급증했고, 불법 도박 사이트들이 중국인 사용자를 끌어 들이기 위해 다양한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관영 경제참고보에 따르면, 중국인이 지난해 해외 온라인 도박에 쓴 돈은 1조위안(약 170조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한해 국내총생산(GDP)의 약 10%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이 거액의 판돈이 대부분이 필리핀에 개설된 업체로 흘러 들어간다. 한 필리핀 도박업체 관계자는 “최근에는 하루에 1억3000만달러(약 1543억원) 정도가 필리핀 카지노로 들어 온다"고 말했다.

필리핀이 온라인 도박의 중심으로 부상한 것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집권한 2016년부터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외국인 대상 온라인 도박 사이트 운영 면허 발급 권한을 필리핀오락게임공사(PAGCOR)에 위임하고, 회장에 자신의 측근인 안드레아 도밍고를 임명했다. PAGCOR는 이후 60여 곳의 온라인 도박장에 면허를 발급해줬다. 2018년 기준 필리핀 정부가 온라인 도박 사이트 면허 발급 등으로 벌어들인 수입은 74억페소(약 1800억원)고, 관련 업계에서 걷은 세금은 240억페소(약 5800억원)에 달한다.

중국 당국은 중국인들의 도박 사이트 이용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국 공안은 2월부터 본격 감독에 착수해 4개월 동안 2만7000여개의 해외 송금 계좌를 봉쇄했다. 인터넷 방화벽을 이용해 해외 도박 사이트 접속도 차단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도박꾼들은 새 계좌를 만들고,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방화벽을 우회한다.

[이벌찬 기자 b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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