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품이 현금으로…불·편법 온상

카지노형 술집
[연합뉴스 자료사진]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술집에서 카드 게임 등을 하는 이른바 '홀덤 펍' '카지노 바'가 처음부터 도박장으로 운영됐던 건 아니었다.

도입 초기 적절성 논란이 일었지만, 업주들은 사업자등록에 '보드게임 업종'을 추가해 보드게임 카페와 술집이 결합한 '이색 술집'이라는 외형을 갖췄다.

합법적인 테두리 속에서 번화가는 물론 주택가 인근까지 깊숙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이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카지노 술집들은 손님을 끌기 위해 카드 게임에서 이긴 사람에게 양주를 제공하는 등 경품을 걸었다.

돈이 오가지 않더라도 경품을 제공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손님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에서 이들은 결국 '돈이 되는' 불법을 택했다.

단속이 어려운데다 적발되더라도 처벌은 대체로 벌금과 영업정지에 불과해 돈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어느새 경품 대신 현금을 지급하기 시작했고, 술값 대신에 게임 참가비를 받았다.

판돈을 걸고 이기면 10배 가까이 돌려받는 도박장으로 변질된 셈이다.

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을 흔들었던 '바다 이야기도' 합법적인 게임으로 시작했던 것과 비슷한 수순이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관계자는 "처음에는 단순한 오락이라며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접근했다가 (도박으로) 변질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미 도박장이 돼버린 카지노 술집들은 더욱 지능적인 방법으로 변화하고 있다.

단골손님들만 들어갈 수 있는 별실을 차려놓고 고액의 도박을 벌인다.

단속에 대비해 빈 테이블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연결된 온라인 도박으로 판을 벌인 뒤 판돈은 그 자리에서 현금으로 지급받는 방식도 나타났다.

불법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필연적으로 탈세로 이어지고 있다.

중간대행업체(PG) 광고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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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카지노 술집들은 손님들이 참가비로 결제한 카드 매출을 쉽게 누락하고 현금화할 수 있었다.

중간대행업체(PG)를 통해 자신들의 매출을 PG 측의 매출로 둔갑할 수 있는 제도의 허점을 이용했다.

카지노 술집은 참가비 명목으로 걷은 판돈은 30％의 수수료를 떼고 승자에게 지급하는데 이때 모두 현금으로 주는 게 아니라 백화점 상품권을 섞어서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품권이 필요 없는 사람에겐 5∼10％의 교환 수수료를 받는 이른바 '상품권깡'도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합법으로 위장하기 위해 상품권 매매업종까지 사업자등록에 포함해놓는 치밀함도 보이고 있다.

텍사스홀덤 게임 테이블 2∼3개만 있더라도 성황인 곳은 한 달에 수천만원, 일년에 수억원의 매출은 우습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런 카지노 술집은 올해 들어 급속도로 늘어나는 추세로 보이지만 경찰과 지자체는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광주에만 최소 30여 개에서 최대 90여 개가 운영되고 있을 것이라는 추산만 할 뿐이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광주전남센터 상담 사례에 따르면 올해 온라인 카드 도박과 관련된 상담 비율은 전년과 올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오프라인 카드 도박과 관련된 상담 비율은 28.8％로 전년도에 비해 13.4％p 늘어났다.

단속 실적 역시 지난 2년간 2~3건 적발된 것과 비교해 올해엔 24건이 적발되는 등 급증했다.

광주 서구 관계자는 "과거엔 숨어서 한두 곳이 사행성 운영을 했다면 최근 들어 이런 카지노 술집이 광범위하게 퍼진 것으로 보인다"며 "일반 술집과 식당처럼 일반음식점 허가를 받아놓고 변질되는 경우가 많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홀덤펍에서 참가비를 내는 모습(지난 8월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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