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업계 숙원사업 '비대면 서비스' 가능할까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고사 위기에 직면하게 된 카지노업계에 ‘비대면 서비스’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된다. 더불어 카지노에 대한 국민적 인식을 전환하고 업계 구조를 개편할 정부 차원의 중장기 계획도 수반돼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카지노 비대면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현행 관광진흥법 제28조에서 ‘허가받은 전용 영업장 외에서 영업을 하는 행위’를 금하기 때문이다. 국내에 카지노가 처음 들어선 지 55년째인 지금 국내 카지노 17곳 모두에서 오프라인으로만 직접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라는 변화의 물결 속에 다양한 산업군에서 비대면 서비스가 급성장 중인 것과 달리 카지노업계는 걸음마도 떼지 못하는 것이다.

카지노가 보수적인 운영에 머무는 것은 사행산업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사행성이 심화하면 사회적으로 한탕주의 풍조가 만연해지고 이는 건전한 노동 활동을 가로막아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사행성이 짙은 산업에는 적정 수준의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카지노업계가 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카지노의 사행성을 둘러싼 다수의 고정관념이 이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식, 비트코인, 게임 속 확률형 아이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행성 정도가 카지노와 동일하거나 오히려 심한 것도 많은데 내·외국인 모두 자유롭게 온라인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면서 "사행성 개념을 재정의하거나 적어도 규제 형평성이 있어야 하는데 카지노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변화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3조원에 달하는 국내 카지노산업을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5명이 관할한다"며 "단순히 카지노만 볼 것이 아니라 복합리조트나 관광 등 다양한 산업과 연계한 장기적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카지노업계가 요구하는 것은 제한된 범위 내의 비대면 서비스다. 비대면 서비스는 온라인 게임처럼 고객이 직접 베팅하는 ‘직접 참여(라이브 스트리밍)’와 카지노에서 대리인이 대신 베팅해주는 ‘간접 참여(비디오 스트리밍)’로 나뉜다. 카지노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입·출국이 어려운 외국인 가운데 VIP 고객에 한해 비디오 스트리밍 방식의 비대면 서비스를 허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비디오 스트리밍은 고객이 전화 같은 통신 수단으로 카지노 사업장에 있는 대리인을 통해 게임하는 방식이다. 고객은 온라인으로 게임 진행 과정을 볼 수 있다. 박병룡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장은 "이미 미국·유럽·필리핀 등지의 글로벌 카지노업체들은 정부 지원 아래 발 빠르게 비대면 서비스를 도입했다"며 "국제 경쟁력 확보와 매출 회복, 고용 유지 등을 위해 비대면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비디오 스트리밍 방식의 비대면 서비스에 일찌감치 눈을 돌린 필리핀의 카지노업계는 중국 고객을 대거 흡수하며 실적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일본 투자은행(IB)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필리핀 매출 1위 카지노 ‘솔레어리조트앤드카지노’의 2019년 매출은 11억5400만달러(약 1조2800억원)다. 이 가운데 비디오 스트리밍 매출이 1억1500만달러로 약 10%를 차지한다. 비디오 스트리밍 매출은 2016년 8100만달러에서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우리 정부의 입장은 신중하게 접근해보겠다는 것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현재 카지노 비대면 서비스와 관련해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하고 있다"면서 "다만 아직 연구 용역을 진행하는 등 제도 도입에 착수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황희 문체부 장관도 최근 간담회에서 "비대면 서비스는 외교적인 문제도 있고 불법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점 등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앞으로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동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