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관광진흥기금 80% 내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 코로나 직격탄 맞아도 기금 지원 제외

23일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관광산업을 육성·지원하기 위해 적립·운용하는 제주관광진흥기금은 △제주도 출연금△카지노 업체 매출액의 1~10% △출국납부금 △기금 운용에 따라 발생하는 수익금으로 조성된다. 카지노가 내는 기금이 80%를 차지한다.

제주관광진흥기금은 2017년 237억원, 2018년 238억원, 2019년 625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이는 카지노납부금이 같은 기간 156억원·131억원·475억원으로 급증했고, 출국납부금 역시 64억원·88억원·126억원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49억원으로 급감했다. 카지노 업계 어려움으로 152억원 납부가 유예되면서 19억원만 징수됐고, 해외 여행길이 막히면서 출국납부금도 25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2020년 매출액 기준으로 부과되는 올해의 경우 10억원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주관광진흥기금이 고갈 위기를 맞으며 관광산업 지원사업도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제주특별법 특례로 별도로 운영되면서 정부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는 제주도가 130억원을 출연해달라고 건의했지만, 지자체 기금에 대한 지원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여파로 무사증 입국이 전면 중단되면서 경영난에 처한 카지노는 정작 기금 지원에서 제외되고 있다.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에 따르면 제주지역 8곳의 카지노 매출액은 2017년 1798억원에서 2018년 랜딩카지노 개장에 따른 반짝 효과로 4327억원으로 급상승했다. 

하지만 랜딩카지노가 여러 악재가 겹치며 매출 부진으로 이어졌고, 도내 전체 카지노 매출도 2019년 1903억원으로 급감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에 따른 무사증입국제도 정지와 입국방역절차가 엄격해지면서 카지노 주 고객인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했고, 카지노 매출은 692억원으로 전년의 36.4% 수준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영난으로 도내 8곳 카지노 중 4곳이 휴업 중으로 전국 16곳 중 제주가 유일하다.

도내 카지노 1곳당 채용인력규모가 100명에서 최대 2000명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카지노업계는 고용 규모가 크고, 제주관광진흥기금의 80%를 부담하는 것을 고려하면 제주경제와 관광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카지노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 카지노가 매출을 올리면서 제주도가 도내 관광사업체에 기금을 통해 저리 대출 지원을 해 왔지만, 정작 카지노가 경영난에 처할 때는 손을 벌릴 때가 없다”며 “고용유지지원금 외에는 사행산업이라는 이유로 정부의 재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도 관계자는 “정부에 카지노도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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