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원들 출입 통제하면서 삼엄한 분위기
주민들 긴장 분위기 역력 "아파트서 입단속 시켜"
현장서 A4용지 8장 분량 유서도 발견
경찰, 시신들 부검 진행해 사건 경위 파악

[CBS노컷뉴스 김태헌 기자]

13일 오후 서울 양천구의 한 아파트 입구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다. (사진=김태헌 기자)13일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된 서울 양천구의 한 아파트 인근은 긴장된 분위기가 역력했다. 참변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은 외부인과의 접촉을 꺼렸고, 경비원 여러명은 아파트 출입문을 굳게 닫고 출입을 통제했다.

이날 오전 8시쯤 서울 양천구 오목교역 인근 한 아파트에서는 남편과 아내, 다섯 살, 한 살 배기 어린 자녀 등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초동수사 결과 경찰은 한의사인 남편 A(35)씨가 아내(42·한의사)와 자녀 둘을 자택에서 살해한 뒤 아파트 고층에서 투신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A씨는 아파트 건물 앞 도로에서 발견됐다. 아파트에서 뛰어내린 A씨를 처음 발견한 목격한 회사원 김모(30)씨는 취재진과 만나 "출근길에 한 남성이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며 "손발이 미동도 없이 굳어 있었고 숨도 안 쉬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김씨는 "상당히 가까이 다가갔었는데 머리 부분에서 피가 많이 난 상태였고 술 냄새는 나지 않았다"며 "대부분 사람들은 별 관심 없이 지나쳤고, (나를 포함) 3~4명 정도가 모여서 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발견 당시 A씨는 겉옷까지 챙겨입은 외출복 차림이었다고 한다. 김씨는 "출근 복장이었다. 외투는 물론 양말까지 신고 있었다"며 "계획된 자살이었다면 굳이 그랬을 것(옷을 갖춰입은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공모씨는 "당시 출근 전이었지만 (투신할 때)쾅 하는 소리가 났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진 일가족 '참변'에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 역력했다. 경비원들은 철제로 된 아파트 출입문을 굳게 닫고 취재진 등 외부인들에 한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한 50대 여성은 "관리 사무소에서 (오늘 일에 대해) 함구하라고 입단속을 단단히 시켰다"면서 "젊은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보니 서로 잘 알지 못하고, 왜 그랬는지 아는 게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남편 A씨가 투신해 숨졌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뒤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15층 집을 찾았다가 숨져 있는 다른 가족들을 발견했다.

당시 부인과 자녀는 안방 침대에 반듯이 누운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집에서는 A씨가 남긴 A4용지 8장 분량의 유서도 나왔다. A씨는 최근 빚이 늘어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망자들을 부검해 구체적인 사인과 사건 경위 등을 파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