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검찰 개혁 요구하는 목소리 높다"…檢 수사 적절하다는 여론도 적지 않아 [김현주의 일상 톡톡]
검찰 개혁 의지 강력한 문 대통령 언급, 檢 개혁 지지하고 조 장관 가족 수사 과도하다고 여기는 여론에 힘입은 것으로 보여 / 檢 수사 적절하다는 여론도 상당해…종합적인 여론 두루 고려해야
△민생 법안 처리 △내년도 예산안 심사 △경제활력 촉진 입법 △선거법 개정 △검찰 개혁 의제 등을 다루기에도 벅찬 국회도 '조국 이슈'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연일 주요 언론도 관련 보도로 넘쳐나 어지러울 지경이다.
여론의 피로도도 누증하여 지치고 지겹다는 반응이 곳곳에서 나온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이 해야 할 일은 검찰에 맡기고 국정은 국정대로 정상적으로 운영해 나갈 수 있도록 지혜를 함께 모아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사실관계 규명이나 조 장관이 책임져야 할 일이 있는지 여부는 검찰 수사 등 사법 절차에 의해 가려질 것이라고도 했다.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당연히 당부하고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일 것이라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야당이 국회에서 '협력 정치'에 나설 가능성이 현재로선 상당히 낮다는 점이다. 여권이 조 장관을 계속 고집하는 것은 야당을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과 같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파 대결과 진영 논리는 더 강고해지고 있다며 그나마 검찰 수사 결과가 하루빨리 나와야 여론 변화나 정국 진정을 기대해 볼 수 있지만, 여야 정치권은 그전에라도 필수불가결한 민생 의제들은 갈등을 피하여 처리하는 지혜를 발휘하길 기대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조 장관 관련 의혹을 파헤치고 있는 검찰은 오로지 진실을 가려내는 수사에만 관심을 둬야 할 것이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검찰이 통제받지 않은 채 정치를 움직이고 세상을 쥐락펴락한다면 '검찰 공화국' 소리가 계속 나오기 마련이다. 경계하고 또 경계할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메시지에서 아무런 간섭 없이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데도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현실을 검찰은 성찰하라고 말했다. 법, 제도 개혁뿐 아니라 검찰권 행사의 방식과 수사 관행 등의 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면서 검찰이 검찰 개혁의 주체임을 명심하라고도 했다.
그 자신이 법률가이자 검찰 개혁 의지가 강한 문 대통령의 언급은 검찰 개혁을 지지하고 조 장관 가족 수사가 과도하다고 여기는 여론에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사가 적절하다는 여론도 많은 만큼 문 대통령을 위시한 집권 세력은 종합적인 여론을 두루 고려해야 할 것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집을 압수수색하던 현장 검사와 전화 통화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27일 정국은 격랑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모습이다.
여야가 각각 '검찰과 야당의 내통', '조국 직권남용' 프레임으로 대치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사실상 검찰의 조 장관 일가 수사에 '경고'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청와대와 검찰간에도 갈등구도가 조성되고 있다.
조 장관의 진퇴를 놓고 여야가 전면적으로 맞붙은 '조국 정국'은 민주당 대 한국당·검찰의 정면 충돌, 검찰개혁, 조 장관 탄핵 추진 등이 실타래처럼 얽히며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文, 조 장관 수사하는 검찰 향해 '경고'…靑 vs 檢 구도 형성?
문 대통령은 이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엄정하면서도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을 행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이 아무런 간섭을 받지않고 전 검찰력을 기울이다시피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는데도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검찰은 성찰해주시기 바란다"고도 지적했다.
문 대통령이 이 같은 언급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피의사실 공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데 대해 검찰에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은 이날 오후 3시쯤 "검찰은 헌법정신에 입각해 인권을 존중하는 바탕에서 법절차에 따라 엄정히 수사하고 국민이 원하는 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짤막한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그러나 이날 대통령 메시지를 촉발한 배경에 있는 조 장관과 압수수색 담당 검사의 통화 논란에 대해서는 "본질은 수사압력 사건"이라며 청와대와 여권의 공세에 적극 반박하고 있다.
대검은 조 장관과 압수수색 검사의 통화에 대해 이날 오전 간부회의 등 자리를 통해 "본질은 수사기밀 또는 피의사실 유출이 아닌 '수사압력' 사건"이라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때리기' 나선 與
문 대통령의 메시지와 함께, 여권은 일제히 '검찰 때리기'에 나섰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과 관련해 "11시간이나 압수수색이 계속됐다고 하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공권력을 집행한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기본권 침해가 최소화돼야 한다'는 원칙을 제대로 지켰는지 깊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주 의원의 통화 사실 공개에 대해 "단순히 피의사실 유출이 아니고 (검찰과) 내통한 것"이라며 "검찰에서는 철저하게 조사해 수사과정을 알려준 장본인을 색출해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야당과 내통하는 정치검사가 있다면 즉시 색출해 사법처리하라"고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공식 요구하면서 "합당한 조치가 없다면 부득불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해식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검찰은 문 대통령의 말을 엄중히 새겨야 할 것"이라며 "수사가 헌법과 법률에 입각해 진행하고 있는지 돌아보고 피의사실 공표나 공무상 기밀 누설과 같은 위법행위가 없는지 엄격히 살펴야 한다"고 논평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 앞에서 법무부 관용차량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
제1·2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직권을 남용했다'며 조 장관에 대한 탄핵 공조를 추진하는 한편, 여권이 '검찰에 대한 겁박'을 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당은 조 장관에 대한 탄핵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전 민정수석을 빨리 파면해야 한다"며 "장관 탄핵이라는 불미스러운 혼란이 오기 전에 포기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나 원내대표는 "검찰청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직권남용이자 수사 외압이고, 검찰 탄압이고, 법질서 와해·왜곡 공작"이라며 "본인이 유리할 땐 장관이고, 불리할 땐 가장인가. 공적 의식도, 공적 마인드도 하나도 없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이날 오후 검찰에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 및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조 장관을 고발했다.
◆한국당 "조 장관 탄핵 나설 것"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오후 논평을 내고 "문 대통령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을 향해 개혁 주체라며 겁박에 나섰다"며 "검찰의 조국 수사는 대한민국의 주권을 가진 국민의 명령이며, 국민은 검찰의 소신 있고 중립적인 수사를 응원하고 있다. 검찰은 결코 국민의 목소리가 아닌 문 대통령의 목소리에 굴복해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바른미래당 역시 이날 '조국 규탄' 의원총회를 열고 조 장관 퇴진을 압박했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해임건의안부터 먼저 제출하고 상황을 지켜보면서 탄핵소추안 발의 여부를 판단하겠다"며 적당한 시점을 조율해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손학규 대표는 "원내대표 책임하에 의원들이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탄핵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기 전에 문 대통령은 장관 임명 철회를 결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 메시지에 대해서는 김수민 원내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의 발언은 또 다른 외압"이라며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제1·2야당이 '조국 탄핵' 추진을 공식화했으나, 실제 국회에서의 탄핵소추 가능성은 미지수다.
국무위원 탄핵소추안 발의는 재적의원 3분의 1(99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의원들만으로 가능하지만, 본회의 의결에는 재적의원 과반수(149명)의 찬성이 있어야 해 다른 야당의 동참이 필요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7일 점심을 먹기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당장 정의당은 탄핵 추진에 반대하고 있다.
여영국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조 장관의 통화는 부적절한 행동이지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전후 사정을 무시한 정치공세에 불과해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의원 10명이 활동하는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대안정치) 역시 장정숙 수석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대안정치연대는 줄곧 조 장관 사퇴를 주장해왔지만, 한국당과는 어떠한 형태의 연대도 할 생각이 없다"며 탄핵 불참 의사를 확고히 했다.
민주당은 이 때문에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탄핵 추진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없는 정치공세"라고 선을 긋고 있다.
◆檢, 曺 수사 속도조절 가능성? '글쎄'
한편 문 대통령이 27일 조 장관 관련 의혹 수사에 사실상 경고 메시지를 날렸으나, 검찰은 법 절차에 따라 엄정히 수사하겠다고 맞받으며 강제수사를 이어갔다.
청와대와 검찰이 조 장관 관련 수사를 두고 정면 충돌하는 상황에서 검찰이 '속도조절' 보다는 고강도 수사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고 뉴스1이 보도했다.
대검찰청은 이날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검찰은 헌법정신에 입각해 인권을 존중하는 바탕에서 법절차에 따라 엄정히 수사하고 국민이 원하는 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엄정 수사' 방침을 밝힌 검찰은 이날 금융감독원 지분 공시팀에 대한 압수수색을 이어갔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에서 조 장관 가족이 출자한 사모펀드가 투자한 가로등 점멸기 생산업체 WFM 공시 관련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 장관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WFM 경영은 물론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PE 설립과 경영에도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모(36)씨로부터 정 교수에게 10억원이 흘러간 정황을 확인해 정 교수와 조씨가 WFM 자금 횡령을 공모했을 가능성도 높게 보고 수사 중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제317회 정기국회 3차 본회의 외교·통일·안보에 관한 질문에서 '조국 탄핵' 팻말을 붙이고 있다. 뉴시스 |
조 장관과 직접 연관성이 드러나진 않았으나 '버닝썬' 의혹에 연루된 '경찰총장' 윤모 총경에 관련해 서울지방경찰청도 압수수색했다. 지난 6월 버닝썬 사건과 관련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송치된 윤 총경은 조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한 이력이 있다.
특히 윤 총경이 잉크제조업체 녹원씨엔아이의 전신인 큐브스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 장관과 윤 총경 관계에 대한 의혹이 불거진 상태다. 윤 총경이 큐브스 주식을 매입할 당시 큐브스 2대 주주는 WFM의 전신인 교육업체 A1N이었다.
◆'빈 껍데기' 수사 결과 내놓을 시 檢 비판 여론 높아질 듯
대통령의 경고에도 검찰은 조 장관 관련 수사를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조 장관 본인이나 부인이 관련 의혹에 직접 관여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빈 껍데기' 수사 결과를 내놓을 경우 이미 검찰 수사에 '불순한 의도'가 깔렸다는 비판 여론만 높아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이 부인 정 교수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될 경우 청와대와 여권이 역공을 펼치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일각에선 대통령이 나서서 '인권 존중'을 언급한 마당에 검찰 입장에서도 더이상 수사를 확대하기 보다는 속도조절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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