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내려도 안팔려”…중고차 시장서 자취 감춘 일본차
28일 서울 강남구 율현동 중고차 매매단지. 일본차가 드물게 한대씩 주차돼 있었다.
"중고 일본차 매물이 있나요?" "일본차를 왜 찾으시나요. 요즘은 아무도 안 사는데 혹시 일본인이세요?"
28일 서울 강남구 율현동 중고차매장에서 만난 매매상 이모(51)씨는 "일본차는 가격을 내려도 잘 안 팔린다. 지금은 아무도 안 산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씨는 "딜러들이 손해를 보더라도 차를 처분하려고 하지만 일본제품 불매 운동이 시작되고부터 판매 문의, 등록 건수가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라고 했다.
서울 최대 규모인 율현동 중고차매장은 전시차종이 1만여대에 달해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그러나 이날 매매단지에서 일본 브랜드 차량을 찾는 것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 같았다. 매매단지 건물 2동 지하 1층부터 3층을 찾아 헤매도 일본차는 약 75대에 불과했다.
일본 차량 매매상 김모(34)씨는 "이전까지 7~8월은 여름 휴가철을 전후해 차를 팔고 사는 경우가 많아 중고차 성수기에 해당했다"며 "하지만 일본 브랜드에 대한 불매 여파와 경기 악화로 중고차 매매상들 모두가 힘겨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日 불매운동 유탄 맞은 중고차 시장
서울의 대표적인 중고차 매매 시장인 성동구의 장안평 중고차 매매단지도 일본 불매 운동의 유탄을 비껴가지 못했다. 매매단지 4개(A, B, C, D)동 주차장에 줄지어 늘어선 차를 30분 동안 조사했지만, 대부분 국내와 독일 브랜드 차량뿐이었다. 간신히 찾은 렉서스 2대는 눈에 띄지 않는 A동 구석에 주차돼 있었다.
서울 성동구 장안평 중고차 단지 A동 구석에 렉서스 1대가 주차돼 있다.
일본차가 중고차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것은 매매상들이 불매 운동에 따른 싸늘한 시선을 의식해 일본차 매입을 꺼리고 있는 까닭이다. 일본차 소유주들이 시장에 내놓으려고 해도 이를 입찰하려는 매매상이 크게 줄었다. 온라인 중고차 경매서비스인 ‘헤이딜러’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계기로 일본 대표 인기 차종의 헤이딜러 경매 입찰 매매상 수가 6월과 비교해 8월에는 57% 줄었다고 발표했다. 일본 중고차 1대 당 평균 입찰 매매상은 6월 8.9명에서 7월 6.6명, 8월 3.8명으로 줄었다. 이는 2018년 BMW 화재사건 후 대표 모델인 520d 평균 입찰 수 최저치인 4.8명보다도 낮은 수치다.
29년 차 매매상인 나운형(51)씨는 "이달 들어 일본차 거래 자체가 없다"고 했다. 나씨는 "신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강해지면서 전체적인 중고차 시장 경기가 안 좋아진 것도 있지만, 일본차는 불매 운동 악영향이 크다"며 "본인도 혼다 차종을 몰고 있는데, 눈치가 보여 차를 팔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가격 내려도 안 팔려…동요하는 일본 브랜드 직원들
일본차에 대한 인기가 급격히 식은 데는 일부 소비자들의 과격한 불매 운동 탓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 김포에서는 지난 25일 일본 차량이라는 이유로 골프장에 주차된 렉서스 승용차 3대를 돌로 긁어 파손한 의사가 경찰에 붙잡혔고, 인천에서는 지난달 일본 차량을 일부러 부순 뒤 길거리에 전시하는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한 중고차 매매상은 "일본차에 김치 테러를 하고, 수리를 거부한다는 등 황당한 루머가 연이어 쏟아지면서 소비자들이 큰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 장안평 중고차 매매단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고차 매매상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가격을 낮춰 차를 판매하고 있다. 인기 모델인 렉서스 ES300h는 올해 상반기보다 200만원 정도 내린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2018년에 출고된 ES300h의 중고 거래 가격은 5000만원대에서 4300만원으로 내렸다. 도요타의 미니밴인 시에나의 중고 가격은 4200만원대에서 3900만원을 밑돌고 있다. 매매상 이동철(50)씨는 "일본차는 기본적으로 200만~300만원은 떨어졌다고 보면 된다"며 "이거(일본 불매운동) 터지기 전에 물건 가져온 딜러들은 지금 손해를 보면서라도 팔려는 눈치다"라고 말했다.
불매 운동이 길어지면서 일본차 브랜드에 재직 중인 직원들은 동요하고 있다. 일부 일본 브랜드는 전시장 문을 닫거나 법인을 철수할 것이란 루머에 휩싸였다. 일본 브랜드 중 국내 판매량이 가장 많은 렉서스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2019년식 ES300h의 경우, 불매 운동 이전까지만 해도 차를 구매 후 인도까지 3개월 이상 기다려야 했지만, 현재는 주문이 없어 계약하면 바로 받을 수 있다.
렉서스 직원 조모(33)씨는 "일본 보복 이전과 비교해 강남 전시장 방문객수가 90% 이상 줄었다"며 "딜러는 판매 수당으로 월급을 받다 보니 죽을 맛이다. 언제 좋아진다는 확신도 없다"고 했다. 조씨는 이어 "아직 '탈출러시'는 없지만 슬슬 다른 브랜드로 이직하려는 딜러들이 나오는 조짐이 보인다"며 "렉서스뿐 아니라 닛산 등 다른 일본 브랜드도 비슷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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