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손들어 준 IAEA "후쿠시마 오염수, 방사능 영향 미미"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일본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일본명 '처리수')를 바다에 방류하려는 일본의 계획이 "IAEA 안전 기준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오염수가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방사능 영향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4일 일본을 방문한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최종 보고서를 이날 오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전달했다. 동시에 IAEA 홈페이지를 통해 140쪽 분량의 보고서 전문을 공개했다. 일본 정부는 보고서 내용을 근거로 후쿠시마 어민과 한국·중국 등 주변국을 설득하고 방류 시작 시기를 조만간 확정할 계획이다. 일본은 방류 시기를 두고 "올해 여름쯤"이라고 말해왔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을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거르고, ALPS로도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는 바닷물로 희석해 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낮춘 후 방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IAEA는 11개국 출신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약 2년 동안 이 계획을 검증한 결과를 최종 보고서에 담았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보고서 서문에서 "종합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처리수 방류에 대한 일본의 접근 방식이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또 "도쿄전력이 현재 계획하는 대로 처리수를 점진적으로 바다에 방류한다면 사람과 환경에 미치는 방사능 영향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기시다 총리와의 면담에서 "IAEA의 평가 결과는 과학적이고 중립적이며, 일본이 (원전 사고 수습과 관련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요소를 담고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다만 IAEA는 보고서에서 "오염수의 해양 방류 여부는 일본 정부가 결정할 일이며, 이번 보고서는 방류 방침을 권장하거나 승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방류 외 다른 방법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일정한 양의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물을 방류하는 것은 중국, 한국, 미국, 프랑스를 포함해 많은 나라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IAEA가 사전에 평가한 (총 다섯 가지) 방법 중 세 가지는 현재 실재하는 기술이 아니었고, 증기 배출과 해양 방류 등 현존하는 두 가지 방안 중 일본 정부는 해양 방류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떤 방법을 선택할지는 일본 정부가 결정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 방법(방류)이 현재 존재하고 입증된 사례도 있다고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AEA의 결론이 오염수 위해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킬지는 미지수다. 이에 그로시 사무총장은 "우리의 임무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IAEA가 후쿠시마 제1원전에 수십 년 동안 상주하며 오염수 방류 상황을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또 IAEA의 검증이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에 기반해 이뤄졌다"면서 한국과 태평양 도서국 등 의문을 제기하는 국가들을 방문해 보고서 내용을 투명하게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5일 후쿠시마원전을 방문해 IAEA 모니터링 사무소의 개소식에 참석하고, 오는 7일에는 사흘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해 최종 보고서에 대해 한국 정부에 설명한다.
기시다 총리는 보고서를 받은 후 "나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리더로서 '일본인과 세계인의 건강과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방출은 인정하지 않겠다'고 말해 왔다"며 "앞으로도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국내외에 정중하고 투명하게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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