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속도도 지켰는데 벌금 700” 무단횡단 사망 판결
무단횡단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30대 운전자가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신호와 규정 속도를 준수했다는 운전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춘천지법 헝사2단독 허경무 부장판사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32)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2월 11일 오후 8시 46분쯤 강원도 인제군 한 국도를 운행하던 중 보행자 신호를 위반해 무단횡단하던 50대 여성 B씨를 발견하지 못하고 치었다. 이 사고로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당시 눈이 내려 도로가 젖어 미끄러운 상태였고, 횡단보도 끝에는 투광기가 설치돼 있었다.
A씨는 재판에서 “이미 차량 진행 신호가 켜져 앞선 차들이 차례로 횡단보도를 그대로 통과했다”며 “사고는 차량 진행 신호가 들어온 지 11초 이후에 발생한 것으로 무단횡단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또 “시속 56.1㎞의 규정 속도로 주행하며 전방, 좌우 주시의무를 다했지만 사고 지점이 너무 어둡고 피해자 역시 검은색 계통 옷을 입어 피해자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허 부장판사는 “피해자는 횡단보도 중앙지점에서 버스와 승용차가 지나가는 것을 확인하고서 다시 횡단을 시도하려다 사고가 났다”며 “여기서 알 수 있듯 피고인이 횡단보도로 접근할 때 피해자는 이미 횡단보도에 들어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통상의 주의력을 가졌더라면 피해자가 무단횡단을 시도하거나 보행자 적색 신호에 횡단보도 중간지점에 서 있는 것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보이고 정지거리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다”고 판시했다.
허 부장판사는 “도로를 운행하는 운전자는 상대방 역시 교통법규를 준수할 것이라는 신뢰에 기초해 운행할 때 그 운전자에게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신뢰의 원칙이 있으나, 이 사건은 그 원칙이 적용되는 사안이라고 볼 수 없다”며 “피고인의 무죄 주장은 이유 없고, 여러 사정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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