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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가 뭐길래…6만원에 거래되는 ‘스타벅스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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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가 내놓은 '2020년 스타벅스 플래너'. 스타벅스코리아 제공

“스벅(스타벅스) 다이어리 프리퀀시 완성본 팝니다.” “스벅 하양이(프리퀀시 흰색) 4개 삽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중고 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 들어가면 1분에 1~2건 꼴로 스타벅스 다이어리와 관련한 글이 올라온다. 스타벅스는 매년 10월 중순쯤부터 12월 말까지 17잔의 음료를 마시면 다이어리로 교환해주는 ‘프리퀀시 이벤트’를 펼치고 있는데 연말 즈음엔 품귀 현상을 빚을 만큼 인기다. 이 시즌에는 중고나라에 스타벅스 다이어리나 프리퀀시를 거래하는 글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올해는 4가지 색상의 다이어리를 내놨는데 한정판인 보라색과 분홍색 제품은 벌써부터 품절된 곳이 나오고 있다. 원하는 제품을 얻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에 프리퀀시를 모으지 않고 다이어리만 구매하는 이들도 적잖다. 한정판인 보라색과 분홍색은 8일 현재 쿠팡에서 5만4900~5만6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이렇게 사는 게 경제적이라고 보기도 한다.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교환하려면 17잔의 커피(3잔은 스타벅스가 지정한 음료 3종류 가운데 선택)를 마셔야 하는데, 가장 싼 제품으로만 마셔도 6만3600원이 들기 때문이다. 평소 커피는 자주 마시지 않지만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원하거나 한정판 제품을 구하려는 경우에 온라인 구매를 이용한다.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는 8일 오후 4시54분부터 5시15분까지 약 20분 동안 15건의 스타벅스 다이어리 관련 판매글이 올라왔다. 중고나라 화면 갈무리

매년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김모(32)씨는 “마음에 드는 걸로 빨리 사 놓아야 마음이 놓인다. 커피를 자주 마실 수는 없어서 프리퀀시를 제 때 못 모을 수 있으니 다이어리를 따로 사는 편인데 그게 더 경제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프리퀀시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매매가 이뤄지거나 기부하는 방식으로도 쓰인다. 김씨도 자신이 모은 프리퀀시를 주변에 팔거나 즐겨 찾는 인터넷 카페에 기부해오고 있다. 스타벅스 다이어리가 워낙 인기다보니 일부 인터넷 카페나 동호회에서는 스타벅스 프리퀀시를 기부 받아 다이어리로 교환하고 이를 되팔아 기부금을 마련하거나, 아예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어려운 청소년 등에게 지원하는 식으로 기부 활동을 하기도 한다.

얼마나 많은 소비자들이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갖고 있는지는 집계되지 않는다. 스타벅스코리아는 다이어리 물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지난 10월 29일부터 교환이 이뤄지고 있다. 아직 진행 중인 이벤트여서 현재도 매장에 꾸준히 입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몇 년 째 스타벅스 다이어리의 인기가 계속되면서 다른 외식업계도 다이어리 마케팅에 뛰어들었다. 엔제리너스는 스누피와 컬래버에리션한 다이어리를 한정판으로 내놨고 할리스, 커피빈 등도 다이어리를 내놨다. 커피업계가 이끌고 있는 다이어리 마케팅은 외식업계와 유통업계로 외연을 넓히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BHC도 다이어리를 내놨고 배스킨라빈스, 텐바이텐 등도 다이어리 마케팅에 합류했다.

스타벅스와 다른 점은 프리퀀시처럼 쿠폰을 모아야 다이어리를 교환해주는 게 아니라 아예 다이어리를 판매한다는 것이다. 스타벅스만큼 충성도 높은 고객이 많지 않다보니 쿠폰을 모으게 하기보다는 음료 등의 쿠폰이 탑재된 다이어리를 판매하는 방식을 택했다.

커피전문점 엔제리너스는 스누피와 컬래버레이션한 다이어리 한정판을 출시했다. 엔제리너스 제공

디지털 시대의 맨 앞줄에 서 있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아날로그 감성의 다이어리에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스타벅스 다이어리는 싱가포르 스타벅스 제품까지 6만원에 육박하는 금액에 구매대행 방식으로도 거래되고 있다.

적잖은 값을 내고 구매대행으로까지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사려는 것은 무엇보다 ‘한정판’에 열광하는 소비 심리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몇 년 째 ‘한정판’ 마케팅이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어필하고 있다. 가심비를 충족시켜주는 ‘한정판’을 ‘힙한’ 스타벅스가 만들었다면 필요하지 않더라도 갖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구매대행으로 샀다는 김지율씨(28)는 “디자인이 마음에 쏙 들어서 너무 갖고 싶었다”며 “주변에 이걸 가진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것도 기분 좋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매년 구매한다는 이정은씨(40)는 “어차피 매년 사야 하는 다이어리인데 이왕이면 트렌디한 걸 쓰고 싶다”고 했다.

아날로그 감성을 충족시켜주는 ‘예쁜 아이템’이라는 점도 다이어리의 매력으로 꼽힌다. 커피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가 다이어리를 내놓을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디자인’이다. 실용성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평상시 들고다니는 ‘소품’으로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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