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월호 사찰' 기무사 변호인, "소련" 거론하며 무죄 주장
군검찰, 소강원 당시 610기무부대장에 징역 3년 구형... "반복되지 말아야 할 역사"
▲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 이희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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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당시 유족 등을 사찰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아래 직권남용)로 재판을 받고 있는 소강원 육군 소장(당시 국군기무사령부 610기무부대장, 대령) 측이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두 개만 조합하면 전 정권 사람 누구든 처벌할 수 있다"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반면 군검찰은 "다시 반복되지 말아야 할 역사"라며 소 소장에게 징역 3년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재판장 이익원)은 10일 오전 직권남용 혐의를 받고 있는 소 소장의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에서 소 소장 측 변호인인 여운국 변호사는 "(호남지역을 관할하는 610기무부대장이었던) 피고인(소강원)은 사령부 내 구성원이 아니었기 때문에 (기무사 내 세월호TF 구성이나 유족 사찰 지시와 관련해) 의사결정을 한 것이 없다"라며 "직권남용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가의 보도로 휘두를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정부가 들어서고 전 정권 사람들, 가령 우병우 이런 사람들이 직권남용으로 처벌받았다. 현 정권 사람들도 직권남용으로 고소·고발돼서 수사를 받고 있다"라며 "(마음만 먹으면) 어떤 행위를 하면 직권남용으로, 행위를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로 처벌할 수 있다. 구소련에서의 부작용이 그런 부분"이라고 덧붙였다(여 변호사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직권남용 등 혐의 수사 당시 변호인을 맡은 바 있다).
또 여 변호사는 "(피고인이 사령부나 세월호TF로부터) 지시를 직접 받은 것도 아니다. (지시를 내린 사람들이 재판을 받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소극적이고 직권남용의 피해자에 해당하는 피고인을 상대로만 먼저 결론이 내려진다면 피고인 입장에선 불리한 점이 있다"라며, 법정에 나오지 않은 증인들을 다시 부르기 위해 재판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21일 국방부 특별수사단은 두 달 전 기무사의 민간인 사찰, 계엄령 문건 작성 등 수사를 개시한 이후 처음으로 소 소장을 기소한 바 있다(관련기사 : 국방부 특수단, '세월호 사찰' 기무사 소강원 전 참모장 구속기소).
세월호 유족 "우리만큼 억울한가" 분통
소 소장 측 요청에 재판부는 "논의 좀 하겠다"며 재판을 잠시 중단했다. 방청석에 있던 세월호 유족들은 휴정 직전 소 소장 측 변론에 강하게 항의했다. 유족들이 "말 같은 소리를 하세요", "창피하고 부끄러운 줄 아세요"고 소리치자, 소 소장은 잠시 유족들을 노려보기도 했다. 이에 유족들이 "왜요? 억울하세요? 우리만큼 억울하세요?"라고 맞받아쳤고, 소 소장은 눈을 감은 채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유족들은 "아직도 권력이 살아 있어 눈을 그렇게 뜨는 거예요?"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5분 남짓 휴정 후 재판부는 "(나오지 않은) 증인들이 (사건과) 직접적인 접점이 있는 분들이 아니다. 이미 준비기일과 (법정에 나온 증인들을 상대로) 증인신문을 몇 차례 진행했다"라며 소 소장 측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곧장 구형 절차에 들어갔다.
이에 주민광 군검사는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기무사가 당시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 등 정권 보위를 위해 어려움에 처한 세월호 유족을 상대로 무분별하게 첩보를 수집해 여론 압박의 수단으로 사용했다"라며 "피고인은 예하 부대장으로서 상급자의 지시를 받았다고 하지만 군인은 상관에게 충성해야 할 뿐만 아니라 국가, 국민, 헌법정신에 충성해야 한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피고인은 생명과 안전을 수호해야 할 군인이자 경력과 지위를 가진 예하 부대장이었다. 위법 지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거나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어야 했다"라며 "그럼에도 이를 제지하지 않았음은 물론 적극 협력하기 위해 직권을 남용해 휘하 부대원에게 유족 사찰이란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으므로 책임이 가볍지 않다. 징역 3년을 구형한다"라고 강조했다.
▲ 소강원 육군 소장. ⓒ 권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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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형 직후 여 변호사는 "610기무부대의 첩보 수집은 기무사의 업무범위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라며 "피고인도 예하부대장으로서 (기무사 내) 세월호TF의 통제대상이었다. 사령부 지시에 따라 610부대원과 함께 활동한 피고인에게 고의가 있다고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시가 위법했다고 보더라도 피고인이 (사령부와) 공모한 바가 없고, 공모에 대한 입증이 되지 않은 상태"라며 "억울한 사정을 살펴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해줄 것을 부탁한다"라고 덧붙였다.
방청석에 있던 세월호 유족들은 강하게 항의했다. 재판장으로부터 발언권을 얻은 강지은(단원고 고 지상준군 어머니)씨는 "유족을 통제대상으로 보고, 종북좌파로 몰고, 안보단체들 몰아서 공격하게 하고, (세월호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했으면서 정치적으로 이용한 곳이 기무사였다"라며 "자식 꺼내달라고, 손만 잡고 싶다고, 한 번만 안아보자고 한 국민들을 어떻게 사찰할 수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금도 광화문에 가면 '종북좌파, 자식들 이용한다'고 공격받고 있다. 당시 여당과 여러 단체들 때문에 아직도 상처받고 있다"라며 "선체인양 하지 말고, 시신수습 하지 말라고, 기무사에서 초기에 계획했던 내용이 다 실행됐다. 재판부는 권력을 가진 이들이 직권을 남용해 국민을 핍박하고 학대한 행위가 얼마나 큰 죄인지 꼭 선례를 남겨주셨으면 한다"라고 요청했다(관련기사: 헌법 흔든 기무사... 세월호 유족 사찰하고 '좌파세' 분석도).
소 소장은 최후변론을 통해 "저도 자식이 있는 입장에서 유족의 침통한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마음이 아프다"라며 "저도 고향에서 처음 근무하는 동안 아픈 사건이 나서 부대원들과 6개월 동안 고생했고, 같이 힘을 합쳤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무사의) 정치댓글 사건을 보면 사령부 소속의 경우 소령급까지 처벌을 했음에도 예하 부대의 경우 (지시를) 수행한 것으로 간주해 대령이나 장군급도 기소되지 않았다"라며 "제가 사령부의 지휘자였다면 당연히 (세월호TF 구성 및 유족 사찰을) 계획하고 지시한 책임이 있겠지만, 저는 예하 부대장으로서 사령부와 세월호TF의 지시를 받은 것이다. 저희의 업무 수행으로 유족 분들에게 상처를 드렸다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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