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그렇군요] 공 달고 뛰는 SON, 어떻게 공 없는 수비수보다 빠를까
수비수들, 손의 방향 예측 못해
순간 속도·페인팅 뛰어난 손을 전속력으로 따라붙을 수 없어
"손흥민은 손나우두(Sonaldo)다. 그가 우상으로 여기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가 아니라 역대 최고 드리블러 호나우두(브라질) 말이다."
지난 8일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과 번리의 리그 경기(5대0 토트넘 승) 직후 조제 모리뉴 토트넘 감독이 한 말이다. 손흥민은 이날 75m를 단독 질주해 팀의 세 번째 골을 넣으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 손흥민과 골대 사이에는 7명의 번리 선수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공을 몰고 달리는 손흥민을 따라잡는 것조차 어려워 보였다. 어떻게 공을 몰고 달리는 선수가 공이 없는 수비수보다 빠른 것일까.
최형준 단국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100m 달리기처럼 총성과 함께 출발했다면, 공을 가진 손흥민이 꼴찌로 결승선에 들어왔을 것"이라며 "손흥민이 번리 수비수를 홍해바다 가르듯 제친 것은 순간속도와 민첩성, 페인팅(상대를 속이는 동작) 기술 때문"이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지난 8일 경기에서 처음 공을 잡고 75m 드리블해서 골을 넣는 동안 자신의 전속력으로 일정하게 달리지 않았다. 처음엔 확 가속도를 붙여 상대 수비 라인을 허문 다음엔 때로는 잔걸음을 밟으며 속도를 줄였다가 상대 수비수가 공을 뺏기 위해 발을 먼저 뻗으면 순간적으로 빈 공간을 향해 치고 나갔다.
최 교수는 "손흥민이 패스를 할지, 속도를 낼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수비수들도 전속력으로 따라붙지 못한다. 잘못 달려들었다가 다른 선수에게 공간을 내줘 쉽게 실점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점 때문에 축구는 100m 달리기 기록보다 30m 달리기 또는 '순간속도' 기록을 더 중시한다. 수비수 두세 명은 쉽게 따돌리는 리오넬 메시(32·바르셀로나)의 100m 달리기 기록은 12초대로 운동선수치고 평범한 수준이다. 그러나 빠른 순간속도에 상대 수비수의 무게 중심을 흐트러뜨리는 고도의 페인팅 기술까지 더해져 '현역 최고의 드리블러'로 평가받는다.
영국 스카이스포츠에 따르면 손흥민이 75m 단독 드리블을 할 때 순간 최고 속도는 33.64㎞였다. 이는 메시(32.5㎞)와 호날두(33.6㎞)의 전성기 기록(2015년)보다 빨랐다. 손흥민은 독일 분데스리가 데뷔 시절 때만 해도 빠른 발을 이용해 '치고 달리는' 기술이 전부였다. 하지만 프로 10년 차인 현재 드리블 기술과 경기장 전체를 내다보는 시야까지 갖춘 정상급 선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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