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기사 무책임해".. 中화웨이가 美신문에 발끈한 까닭은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이자 스마트폰 점유율 2위에 달하는 중국 화웨이가 ‘발끈’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한 ‘국가(중국)의 지원이 화웨이의 글로벌 성장을 이끌었다’는 제목의 기사 때문이다. 화웨이는 “WSJ이 최근 화웨이에 대한 불분명하고 무책임한 기사들을 보도하고 있다”면서 “이번 기사를 게재한 동기와 목적에 대해 의문이 든다”고 수위 높은 불만을 강하게 표현했다.
화웨이는 27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WSJ의 기사는 허위 정보와 잘못된 추론에 기반하고 있다”며 “터무니없는 추측성 보도”라고 잘라 반박했다. 화웨이의 성공이 정부의 지원 때문이 아닌 30년간의 연구개발(R&D) 투자와 덕분이라는 것이다. 중국 정부와의 ‘특별한 관계’에 대해서도 부정했다. 화웨이 측은 “우리는 정부로부터 추가 또는 특별한 대우를 받은 적이 결코 없다”며 “지난 10년간 화웨이가 중국 정부로부터 받은 R&D 보조금은 전체 매출의 0.3% 미만”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WSJ은 화웨이의 결정적인 성장 비결이 중국 정부로부터 지원 받은 750억달러(약87조1,000억원)이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과 국책금융기관의 신용 제공, 세금 감면 및 기타 재정 지원 내역, 회사 성명, 토지 등록 서류 등을 자체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를 알아냈다는 것이다. 또한 1998~1999년 지방세 탈세 혐의와 관련된 소송에서도 중앙정부가 이례적으로 개입해 소송이 몇 주 만에 해결되는 등 ‘수치로 계량하기 어려운 지원’도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화웨이와 중국 정부 관계에 대한 의구심이 생긴다”는 것이 이 기사의 골자다.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플래그십 매장으로 올해 9월 처음 문을 연 선전 영업장 모습. 선전=AFP연합뉴스◇‘화웨이-중국정부 유착’, 미국의 ‘몽니’인가 중국의 ‘음흉한 속내’인가
그 동안 화웨이는 통신장비 안에 백도어(사용자 몰래 기기에 심어진 불법 시스템 변경 코드)를 심어 정보를 꺼내간다는 의심을 받고 있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초 중국 등 외부 위협으로부터 미국 정보통신 기술과 서비스를 보호하겠다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화웨이와 70개 계열사를 ‘기업 리스트’에 올려 미국 기업들과 거래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화웨이는 민간기업이지만, 실질적으로 중국 공산당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로써 화웨이는 당장 스마트폰에 들어가야 할 칩과 부품부터 운영체제(OS)인 구글 안드로이드조차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화웨이 측은 미국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반박해왔다. 궈핑 화웨이 순환회장은 올해 4월과 6월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 있는 화웨이캠퍼스에 한국 기자들을 초대해 직접 백도어 논란에 대해 해명하기도 했다. 당시 궈핑 회장은 “화웨이 통신 장비는 이미 세계 170여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는데, 백도어는 자살행위나 다름없다”며 “우리가 사업을 이어온 30년 동안 단 한 건의 백도어 사건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와의 유착관계에 대해서는 “화웨이의 5G 표준 특허 수(1,500여개)는 노키아나 삼성, 에릭슨보다 많은데, 단순히 믿는 구석이 있어 화웨이가 성공했다고 말하는 건 이 업계를 너무 단순하게 보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화웨이 압박이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미ㆍ중 패권전쟁의 일부라고 해석한다. 미국이 쥐고 있었던 정보기술(IT) 업계 패권이 중국 쪽으로 넘어가자 확실히 확인되지 않은 ‘백도어’를 핑계로 미국이 견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 5월 블룸버그가 ‘영국의 통신사 보다폰이 2009~2011년 사이 화웨이 백도어를 발견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하는 등 백도어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주가 14년간 인민해방군에서 복무했다는 점도 화웨이와 중국 정부의 관계를 의심하게 만드는 점 중 하나다.
미국의 압박과 화웨이의 반발은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화웨이 측은 “화웨이는 직원들이 전적으로 소유한 민간 기업”이라며 “WSJ의 이번 보도와 같은 기사들은 화웨이의 명성을 심각하게 훼손했으며, 화웨이는 명성을 모호하기 위해 법적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음을 알려드린다”고 재차 강조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mailto: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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