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흔한 코뿔소’ 2천년 사이 싹 사라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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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흔한 코뿔소’ 2천년 사이 싹 사라진 이유

마법사 0 396 0 0

중국 한나라 때 제조된 코뿔소 모양의 청동 술병. 당시 코뿔소는 중국에 널리 분포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중국에는 비교적 최근까지 코끼리, 코뿔소, 호랑이, 곰 등 대형포유류가 널리 분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지난 2000년 사이 이들이 사라진 것은 기후변화 등 자연적 이유가 아니라 농경지 확대 등 문화적 이유 때문으로 나타났다.

슈칭 텅 중국 난징대 박사후연구원 등 중국과 덴마크 연구자들은 지난 2000년 동안 이들 5가지 포유류와 기상에 관한 기록을 분석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과학저널 ‘미 국립학술원 회보(PNAS)’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연구자들은 아시아코끼리에 관한 지역 행정당국의 기록을 기원전 6000년부터 1938년까지 410 지역에서 709건 찾아냈다. 또 코뿔소의 기록은 기원전 702년부터 1962년까지 614 지역에서 1277건 확인했다. 남중국호랑이에 관한 기록은 1976년까지 이어졌다.

서기 2년부터 1953년까지 지역 행정당국의 공문서 기록을 토대로 작성한 중국의 코끼리 등 대형포유류 5종 분포도. 오른쪽은 평균기온 변천도이다. 슈칭 텅 외 (2019) PNAS 제공.


교신저자인 예스-크리스천 스베닝 덴마크 오르후스대 교수는 “중국에는 2000년 이상의 문서 기록이 잘 보존돼 있어 넓은 지리적 범위에 걸쳐 자연과 문화가 어떻게 장기간 상호작용했는지 재구축할 드문 기회를 제공한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이 연구에서 중국 대형포유류의 운명은 한나라 문화에 의해 결정된 것으로 밝혀졌다. 슈칭 텅 박사는 “현재는 인구가 밀집한 중국 북부 평원이나 양츠강(장강) 중·하류 평야 지대에도 고대에는 대형포유류를 포함한 생물 다양성이 풍부했다”며 “비교적 최근 거대동물이 사라지게 된 것은 중국 북부에서 기원한 한 문화에 의해 집약적 농업이 남쪽으로 확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농업을 중시한 한나라 시대에 대형 초식동물은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끼리는 상아와 고기를 얻기 위해서도 사냥했지만, 농작물 피해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많이 죽였다.

이 때문에 서기 930년까지 중국 중·동·남부에 걸쳐 널리 분포하던 코끼리는 급격히 줄어 20세기 중반에는 자취를 감췄다. 현재는 미얀마와 인접한 중국 남서부 윈난 성에 소수의 야생 코끼리가 서식한다.

코뿔소도 중국 중부와 남동부에 1880년까지 널리 분포하다 1962년을 끝으로 완전히 사라졌다. 중국에 살던 코뿔소는 세계의 코뿔소 5종 가운데 아시아에 분포하는 자바코뿔소, 수마트라코뿔소, 인도코뿔소 등 3종으로 추정했다.

호랑이와 곰은 중국 전역에서 발견되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에 걸쳐 급격히 줄었다. 호랑이의 아종인 남중국호랑이는 1880년까지 널리 분포하다 서식지가 줄면서 급격히 줄었는데, 1950년 마오쩌둥이 벌인 ‘해로운 동물 제거’ 캠페인의 희생양이 되면서 절멸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때 4000마리 이상의 호랑이가 잡혔다.

뒤늦게 중국 당국은 1977년 호랑이 사냥을 금지했지만 1987년 조사에서 30∼40마리의 서식 흔적을 발견한 뒤 2001년 조사에서는 흔적조차 없어 야생에서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신시내티동물원의 남중국호랑이. 야생에서는 멸종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한나라 등장 이후 인류의 영향이 커지는 동안 기후도 한랭화와 온난화를 겪었지만, 연평균 기온은 1∼1.5도여서 대형포유류의 서식에 끼친 영향은 미미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연구자들은 “넓은 영역에서 장기간에 걸쳐 생물다양성이 감소하는 이유는 기후변화이고 인간 영향은 산업혁명 이후에나 두드러진다는 것이 그동안의 통념이었다”며 “이번 연구로 고대의 ‘문화 진화’가 기후변화를 압도할 수 있음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huqing N. Teng et al, Long-term effects of cultural filtering on megafauna species distributions across China, PNAS (2019), DOI: 10.1073/pnas.1909896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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