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월급 빼고 다 오르네”… 해 바뀌니 비싸진 먹거리 물가
“월급 빼고 다 오른다.”
직장인 박모(32)씨는 새해 들어 이런 푸념이 부쩍 늘었다. 혼자 사는 박씨의 가계 지출에서 먹거리 비중이 늘어난 것을 체감하면서다. 박씨는 “외식비를 줄였는데 도리어 전체 식비 지출은 늘었다”며 “저물가 시대라지만 장바구니 물가만큼은 체감이 다른 것 같다”고 토로했다.
장기간 지속된 불황과 새해에도 어두운 경기 전망 속에 먹거리 물가가 줄줄이 오르고 있다. 라면과 햄버거, 커피 등 주머니가 가벼운 서민들이 자주 찾는 식료품 가격이 오르는 것이어서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한탄이 쏟아진다. 업계는 ‘해가 바뀌면서 오른 인건비와 원재료 부담 등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했다’고 항변하지만, 매년 관행처럼 이뤄지는 가격 인상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달 27일부터 둥지냉면과 생생우동의 가격을 나란히 200원가량 올렸다. 출고가 기준으로 12.1%, 9.9%씩 인상한 것이다. 농심 관계자는 “제조원가와 판매관리비 등 제반 비용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불가피하게 가격 인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햄버거 가격도 일제히 올랐다. 롯데리아는 지난달 19일부터 버거 13종, 디저트 6종, 음료 2종, 치킨 5종의 가격을 100∼500원가량 인상했다. 버거킹도 대표 메뉴인 와퍼를 비롯해 버거 20종, 사이드 메뉴 6종, 음료 1종의 가격을 100∼300원씩 올렸다. KFC도 주요 제품의 가격을 100∼200원씩 인상했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이번 가격 인상은 여러 요인으로 인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해마다 시장이 커지고 있는 커피 가격도 들썩이는 조짐이다. 엔제리너스는 지난 3일 싱글오리진 커피 등 29종의 가격을 100∼200원씩 인상했다. 주로 팔리는 아메리치노는 5100원에서 5200원으로, 싱글오리진 아메리카노는 5000원에서 5200원으로 각각 올랐다. 엔제리너스 관계자는 “비용 증가에 따라 부득이하게 일부 품목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며 “개선된 서비스와 높은 품질의 제품을 제공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잇따른 가격 인상이 인건비와 원재료 부담에 따른 조치라고 입을 모은다. 올해 최저임금은 8590원으로 전년 대비 2.9% 인상됐다. 2018년의 16.4%와 2019년의 10.9%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최근 수년간 급격한 인상 폭으로 기업 부담이 높아진 상황에서 소폭 인상도 부담이라는 반응이다.
하지만 해가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가격 인상 퍼레이드에 대한 불편한 시선도 있다. 실제 농심과 롯데리아, 엔제리너스 등 롯데 계열의 경우 이전에도 해가 바뀌는 시점에 가격 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소비자들은 디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저물가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에 식료품의 가중치가 상대적으로 낮아 지표 물가와 체감 물가 간의 간극이 벌어진 것이다.
직장인 공모(30)씨는 “월급은 오르지 않는데 식료품 지출이 늘어 앵겔지수가 높아지는 것 같다”며 “줄이기 어려운 항목에서 가격이 오르니 체감하는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김모(35)씨도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니 다른 지출을 더 꺼리게 된다”며 “올해는 설 연휴도 빠른 편이어서 당분간 더 긴축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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