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사막서 검은황금 찾았다, 연 4500억원 캐는 ‘오벤져스’
‘자원탐사’ 석유공사 정현영 차장
2㎞ 지하로 시추, 뚫을 때마다 돈
2년 탐사끝 성공, 작년 7월 첫 생산
호르무즈 막혀도 걱정없다 자부심
중동에서의 갈등으로 국제 유가가 출렁이는 상황에서 중동 현지에서 뛰는 ‘자원탐사 선봉대’가 주목받고 있다. 그래서 아랍에미리트(UAE) 할리바 사막 한가운데서 원유 탐사 작업에 한창인 정현영 한국석유공사 아시아사업처 차장의 목소리를 빌려 해외 자원탐사의 희로애락을 들어봤다.
할리바 유전은 세계 8위 산유국인 UAE에 한국이 처음 진출한 사례다. 석유공사와 GS에너지가 참여한 한국컨소시엄 지분 40%, UAE 아부다비 국영 석유사(ADNOC) 지분 60%로 구성한 합작법인이 연 584만 배럴(약 4500억원) 규모 원유를 뽑아낸다. 한국은 2012년 3월 광구 참여 계약을 맺은 뒤 지난해 7월부터 생산에 들어갔다.
나는 2017년 3월 사업에 합류했다. 아부다비 시내에서 300㎞ 이상 떨어진 허허벌판 사막 한가운데가 업무 현장이다. 분석에 분석 끝에 원유가 나올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을 짚어 파고들어 가야 한다. 2㎞ 지하로 인공 지진파를 쏴 지질을 파악한다. 눈보다 코가 먼저 느낀다. 새벽 모래바람을 맞으며 기다리는데 알싸한 기름 냄새가 주변에 확 퍼지기 시작한 순간을 잊지 못한다. 파이프에 맺힌 짙은 갈색 물방울(원유)을 보자마자 환호성부터 질렀다.
할리바 유전 탐사 합작 법인은 다국적 기업이다. 한국·아랍인은 물론 미국·유럽·인도인 등 국적이 다양하다. 이렇다 보니 의견 충돌이 잦다. 특히 자원 부국인 UAE 출신은 “여기저기 뚫어보자”는 식이다. 우리가 가장 반기를 많이 든다. 비유하자면 원유 탐사를 ‘장님 코끼리 만지기’보다 ‘돌다리 두들겨 보기’에 가깝다고 보는 게 석유공사다. 뚫을 때마다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함부로 지를 수 없다. 석유 한 방울이 소중한 우리가 특히 탐사에 보수적인 이유다.
언성을 높이며 다투다 데이터와 기술력을 근거로 설명하는 우리 측 뜻대로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 맥주라도 한잔하며 달래고 싶지만, UAE는 술을 금하는 문화다. 커피 한 잔으로 풀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우리 의견을 들었을 때 시추 성공률이 높다는 점이 UAE가 우리를 신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UAE가 할리바 유전에 사업성이 있다고 봤다면 한국에 지분을 40%나 내줬을까. 가능성이 작다고 본 곳에 한국이 뛰어들어 유전을 발굴했다.
UAE는 산유국 중에서도 ‘프리미어 리그’로 꼽힌다. 여기서 BP·토탈·쉘 같은 글로벌 석유 메이저를 제치고 석유공사가 사업을 따냈다. 그것도 일부가 아니라 탐사→개발→생산 이르는 전 과정에 참여했다. 사기업이 섣불리 자원탐사에 뛰어들지 못하는 건 이 모든 과정이 20년 이상 걸리는 장기전인데다, 실패 확률도 높아서다.
‘이란 사태’를 보며 새삼 할리바 유전의 의미를 다시 생각했다. 이곳에서 생산한 원유는 호르무즈 해협 외곽에 있는 터미널로 옮겨 저장한다. 만약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다 하더라도 여기서 뽑아낸 원유는 국내로 들여올 수 있다는 얘기다. 내가 ‘에너지 안보관’이란 자부심으로 일하는 이유다.
가끔 MB 정부 이후 잔뜩 쪼그라든 자원탐사 분위기가 서글프기도 하다. 현지에서 만나는 선진국은 자원이 풍부한데도 자원탐사에 더 적극적이다.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일수록 더 적극적으로 자원탐사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게 내 일이고, 우리의 숙명이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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