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일행 기다리며 3점에 1000원 내기
법원 "형법상 처벌 대상 아냐…오락행위"
"판돈도 적고, 도박 목적 모임도 아니다"[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3점에 1000원이다."
지난해 4월19일 오후, 서울의 한 택시노조 전·현직 노조위원장 김모(70)씨 등 4명은 노조사무실에 모여 고스톱을 쳤다.
이들은 매월 셋째주 화요일에 열리는 정기모임을 마치고 다른 일행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저녁식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고스톱을 선택한 이들은 '3점에 1000원' 내기를 시작했다. 5점을 따면 2000원, 7점을 따면 3000원으로 금액이 올랐다.
점수를 따 승리한 사람은 딴 금액의 절반을 박모(66)씨에게 주고, 박씨는 이를 모아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다른 일행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기 위해 시작된 고스톱은 신고를 받은 경찰관이 출동할 때까지 이어졌다.
1심 법원은 이들의 행위가 도박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9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3단독 송유림 판사는 도박 혐의로 기소된 김씨 등 4명에게 무죄를 최근 선고했다. 도박방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씨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송 판사는 "피고인들의 행위는 형법상 처벌되는 도박이 아니라 단지 일시적인 오락의 정도에 불과하다"며 "이들은 처음부터 도박을 목적으로 모인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현장에서 압수된 도금도 합계 35만2000원에 불과하고, 최고 소지한 금액도 각 8만원으로 비교적 소액"이라며 "이들이 도박행위를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들은 현금 8만원 가량을 소지한 것으로 조사됐고, 그 금액을 모두 잃거나 저녁 식사 비용이 적당히 모이면 게임을 멈출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송 판사는 대법원 판례를 들며 "도박죄에 있어서 일시 오락의 정도에 불과한지 여부와 같은 그 위법성의 한계는 도박의 시간과 장소, 도박자의 사회적 지위 및 재산 정도, 재물의 근소성, 그 밖에 도박에 이르게 된 경위 등 모든 사정을 참조해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