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엄마는 죄인인가"…신종코로나 '공포'에 우는 승무원들
"승무원 엄마는 죄인인가 봅니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2, 3차 감염까지 발생하며 확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일부 과도한 공포의 시선이 애꿎은 항공사 승무원들에게 향하고 있다.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애플리케이션(앱)인 '블라인드'에는 "자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엄마가 승무원이라 불안하니 등원을 안 시키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국내 한 항공사에 종사하는 승무원이라는 이 글의 작성자는 "퇴사하고 싶은 마음 가득"이라며 "엄마가 승무원이라 잠재적 보균자라 뭐라나…슬프고 아이들에게 죄인이네요"라고 말했다.
이 승무원은 이어 "분명 며칠 전까지는 일하는 자랑스러운 엄마였는데"라며 "불안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게 맞느냐. 승무원 부모를 둔 아이들은 그럼 다 잠재적 보균자냐"고 반문했다.
마스크 쓴 공항 근로자[연합뉴스 자료사진]
다른 승무원도 "저도 엄마가 승무원이라는 이유로 어린이집에서도 쉬쉬하는 분위기"라며 "어쩔 수 없이 일해야 하는 저 자신도, 혹시나 저 때문에 피해를 볼 수 있는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에게도 미안하고 속상하다"는 글을 올렸다.
한 승무원은 "오늘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는데 수첩에 비행기 내에서는 '에어커튼' 덕분에 감염이 쉽지 않다는 내용을 구구절절 적어 보냈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항공기는 통상 가열 멸균된 공기를 헤파(HEPA·High Efficiency Particulate Air) 필터를 통해 기내에 공급하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안전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운항 중 엔진을 통해 새로운 공기가 유입되고 내부 공기는 항공기 외부로 배출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기내가 2∼3분마다 환기된다. 특히 객실 내 공기는 수평으로 흐르지 않고 구역별로 수직으로 흐르는 이른바 '에어커튼' 방식이어서 바이러스 등이 앞뒤로 퍼지는 것을 방지한다.
항공기 내 공기 순환도[대한항공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일부 병·의원에서는 진료 예약시 의료기관 전산시스템(DUR)을 통해 승무원의 해외 국가 방문 이력을 확인한 뒤 진료를 거부하는 사례마저 발생하고 있다.
한 항공사의 승무원은 블라인드에 "코감기 증상이 있어 병원 진료를 받고 싶었는데 지난주 중국 퀵턴(목적지에서 체류하지 않고 바로 돌아오는 비행) 다녀온 게 신경 쓰여 관할 보건소에 연락했더니 동네 병원에서 진료받으라는 안내를 받았다"며 "항상 다니던 집 근처 내과에 갔는데 접수 뒤 병원 측에서 중국 입국 이력이 있어 진료가 힘들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승무원은 "다시 보건소에 전화해 자초지종 설명하는 동안 병원에서 보건소와의 통화내용을 녹취하고 저는 병원 밖 복도에서 진료 전까지 대기해야 했다"며 "호명되는 순간 모든 사람이 저를 쳐다보며 수군거리는 게 너무 속상했고 맡길 곳이 없어 유모차에 태워 간 아이에게도 너무 미안했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병원에서 진료를 거부당했다며 회사에 하소연하는 승무원들도 늘고 있다.
병원 입구에 붙은 안내문[연합뉴스 자료사진]
한 항공사의 객실 승무원은 회사 측에 "중국 비행을 퀵턴으로 다녀온 뒤 치과에 갔는데 치과에서 중국에 다녀왔기 때문에 진료를 안 하겠다고 연락을 받았다"고 호소했다.
보건소에서 단순 감기라는 검진을 받았는데도 병원에서 진료를 거부하고 거점 진료소로 이동하라고 했다는 기장의 사례도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항공사 종사자는 현지에서 가장 늦게 철수하는 직종 중 하나"라며 "지금도 중국에 우리 국민이 많이 있는데 이런 공포증 때문에 항공사가 단항하고 철수하면 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수송할 거냐"고 반문했다.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도 "승무원 나름대로 운송 업무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종사하는데 이런 사회적 분위기로 항공사 직원을 기피하면 아무도 중국행 비행기에 안 타려고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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