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다 갑자기 침묵... 당하는 사람은 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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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다 갑자기 침묵... 당하는 사람은 괴롭습니다

마법사 0 299 0 0

사십 대에 접어드니 지나온 시간이 이제야 제대로 보입니다. 서른과 마흔 사이에서 방황하던 삼십 대의 나에게 들려주고픈, 지나갔지만 늦진 않은 후회입니다. <편집자말>

무방비 상태에서 '감정 폭행'을 당했다. 방송국에서 작가로 일하는 나는 초대손님을 맞이하고 편안하게 대접해주는 역할도 한다.

개편이 되고 새로 고정 게스트가 정해진 뒤, 얼마 안 지나서였다. 여느 때처럼 고정 게스트가 와서 반갑게 맞이하러 나갔다가, 그의 표정을 보고 순간 당황했다. '나 말하기 싫으니까 좀 나가줄래?' 딱 그런 눈빛이 레이저처럼 나를 쏘아보고 있었다. 그 기운에 눌려서 나는 인사만 겨우 하고는 급유턴했다. 그 순간 느낀 당혹감과 무안함이란!

그는 그날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고정 출연이 어렵다고 했다. 몸이 너무 안 좋아져서라고 했지만 진짜 그런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분명한 건, 나한테 화를 낸 건 아니라는 것. 좋은 마음으로 그의 쾌유를 빌었다.

말을 안 하는 게 최선일까
 

 진짜 몸이나 마음의 컨디션이 최악인 경우를 제외하고 자신의 감정과 기분을 제3자에게 배설해 버리는 건, 그야말로 감정 갑질이다.
unsplash


 
진짜 몸이나 마음의 컨디션이 최악인 경우를 제외하고 자신의 감정과 기분을 제3자에게 배설해 버리는 건, 그야말로 감정 갑질이다. 이런 종류의 갑질에서 "나는 아니다"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언젠가 일 때문에 만났던 사람이 자신은 회사에서 화가 나면 말을 안 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화내기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삭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그 말 속에는 자신의 스타일에 대한 긍지가 엿보였다. 무슨 일이 생겼을 때 큰 소리로 부하 직원에게 윽박지르는 무식한(?) 사람이 아니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상사라는. 그때는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는 시간을 갖는 건 나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러나 그 사람을 겪을수록 의문이 생겼다. 가만 보면 화를 내는 것만큼이나 당하는 사람으로서는 전혀 알 수 없는 침묵으로 불편하게 만들곤 했기 때문이다. 함께 업무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식사를 잘 하고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입을 다물어 버린다든지, 실컷 잘 떠들다가 어느 순간부터 단답형으로 답을 한다든지.

그러면 그 순간부터 긴장이 됐다. '저 사람 왜 저러지?', '내가 무슨 말실수를 했나?' 그러면서 눈치를 보게 되고, 그 사람과 헤어지고 나서도 내내 찝찝했다. 넌지시 물어봐도 아무 일도 아니라고 했다. 누가 봐도 무슨 일이 있는 게 뻔한데도 말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엔가는 자기 혼자 풀려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대하는 모습을 보면 혼란스러웠다. 이유도 없이 당하고 또 이유도 모른 채 받아줘야 하는 일이 반복되자 농락 당하는 기분마저 들었다.

그런 일이 반복되자 그 사람과 대화할 때마다 긴장됐고 만남이 피곤해졌다. 나중에는 솔직하게 말했다. 당신은 침묵이 화를 내거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려는 배려라고 하겠지만, 당신의 원인 모를 갑작스러운 침묵을 견뎌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벌서는 심정이라고. 계속 눈치를 보게 하는 건 감정적으로 폭행하는 것과 같다고.

스스로에 대한 평가가 후했던 그는 내 말에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리고 또 싸늘한 침묵. 결국 나는 더 이상 그와 일하지도, 만나지도 않기로 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수밖에. 무엇보다 그게 나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했다.
 
엉뚱한 데 화풀이하지 않기

생각해 보면, 나도 20, 30대 때에는 비슷한 모습이었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하거나 화가 나면 '나한테 말 걸지 마', '나 건들지 마' 하는 기운을 몸으로 드러내곤 했다. 내 감정과 기분에 빠져서 나의 감정받이를 해야 하는 다른 사람이 어떤 기분일지는 헤아리지 못했다. 그 당시에도 누군가 나에게 "무슨 일이 있어요?"라고 묻기도 했던 것 같은데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다.

다행이라면,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비슷한 사람에게 똑같이 당하며 내 모습이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 내가 가해자일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피해자가 되자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팀장이 되기 전에는 모여서 팀장을 안주 삼아 뒷담화를 늘어놓지만, 막상 팀장이 되고 나면 팀장의 마음을 알게 되는 이치와 비슷했다. 겪어 보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랄까.

그때야 비로소 안 좋은 감정을 불러일으킨 사건과 상관없는 사람들에게 감정을 배설해서는 안 된다고 자각했고 그러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반대로, 내 잘못이나 실수가 아닌, 나와 무관한 일로 배설하는 안 좋은 감정과 대면했을 때 '너 기분이 안 좋구나. 나하곤 상관없어' 하며 무심해지거나 그래도 안 될 땐 물리적 거리를 두었다. 상대의 감정에 휩쓸려 감정적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한 일종의 자구책이었다.
 
사적인 친한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도 어렵지만, 사회적 관계를 세련되게 잘 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살고 있고, 그 관계에 의해 '평판'이라는 것이 생기기도 하며, 그 평판이 내 길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다른 사람의 평판에 매여서 그저 허허실실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전혀 아니다. 기분이 나쁠 때도 있고 도저히 감정이 조절 안 돼서 우거지상을 할 수밖에 없을 때도 있다. 인간은 버튼만 누르면 감정이 세팅되는 존재가 아니니까.

그러나 최소한으로 현재 자신의 감정에 상관없는 사람들에게는 감정을 전이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쉽게 말해 엉뚱한 곳에 화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분노는 대개 나보다 약자를 향하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누군가에게 화가 난다면 감정을 추스른 뒤, 그 일에 대해서만 말할 수 있을 때 하는 게 가장 좋다. 무조건 화를 참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참아서 괜찮아진다면 모를까, 자기 감정을 잘 소화시키지도 못하면서 침묵으로 다른 사람을 눈치 보게 만드는 건, 자기보다 약한 사람에게 안 좋은 감정을 배설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관계에서의 갑질이다.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
 

 지금까지 유지되는 관계를 보면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모두 서로에게 좋은 거울이 되어 주거나 나를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북돋아준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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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다양한 심리적 갑을 관계에 대해 정혜신 박사는 <당신이 옳다>라는 책에서 이렇게 조언한다.
 

"사회적 관계에서는 너와 나를 갑과 을로 나눌지 모르지만 심리적으로 모든 사람은 갑 대 갑이다. 갑과을 같은 사회적 관계로 너와 나의 관계 전체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만 인지할 수 있어도 갑을 관계를 갑갑의 관계로 바꿀 수 있다."

 
요즘은 사람 만날 일도 그다지 많지 않지만, 이런 저런 생각을 안 해도 되는 편한 관계만 만나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그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러나 정혜신 박사는 먹고 살기 위해서라도 자신을 망가뜨리는 관계를 끊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먹고사는 힘은 자기를 지켜내는 힘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맞다. 지금까지 유지되는 관계를 보면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모두 서로에게 좋은 거울이 되어 주거나 나를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북돋아준다는 것.
 

"상사가 아니라 그 어떤 관계도 그 관계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관계의 목적일 수는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그 관계가 기쁨과 즐거움이거나 배움과 성숙, 성찰의 기회일 때다. 그것이 관계의 본질이다." - 정혜신 <당신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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