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민에 주자" vs "저소득·피해계층만"…기본소득 논란 `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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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국민에 주자" vs "저소득·피해계층만"…기본소득 논란 `점화`

보헤미안 0 302 0 0

총선 쟁점으로 떠오르나

2차 추경도 `적자 국채` 불가피
재정 준칙 무시한채 펑펑 쓰다
정작 위기상황 닥치자 돈 부족

감당 못한다며 버티던 홍남기
文 특단대책 요구에 말 달라져
美·日 현금살포식 정책도 영향


◆ 재난기본소득 논란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정청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은혜 교육부총리, 이 위원장,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 [김호영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시내 117만7000가구를 대상으로 한 재난긴급생활비 지원 카드를 꺼내 들며 전국 단위의 재난기본소득 논의가 총선을 앞두고 본격 점화될 기세다. 여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불을 붙이고 청와대와 여당이 호응하자 반대 입장을 밝히던 정부도 대통령의 "전례 없는 특단의 대책" 요구에 끌려가는 모양새다.

지난 1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1인당 1000달러를 지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과거 한국 사회에 일었던 '무상급식' 논란을 연상케 한다. 지금 여당인 당시 민주당은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3+1(무상보육·무상급식·무상의료+반값 등록금) 정책'을 내걸어 화제가 됐다.

그동안 재난기본소득에 부정적이었던 정부도 지난주 금요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회의를 기점으로 입장이 미묘하게 바뀌는 중이다. 지난주 추가경정예산안 증액 및 여당의 재난기본소득 요구에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하겠다"며 버티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말이 살짝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홍 부총리는 지난 17일 국회에서 "재난기본소득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주는 게 효율성이 있는지 짚어봐야 하고, 재원 문제도 고민해야 하고, 국민적 공감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주와 이번주 연거푸 "전례 없는 특단의 대책"을 주문한데다 미국·일본 정부도 현금살포식 재난기본소득 정책을 잇달아 내놓았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는 2차 추경안이든 재난기본소득이든 1차적으로 가장 버팀목이 필요한 계층에게 집중되어야 한다는 게 정부 판단"이라며 "피해계층에게 집중된 재난기본소득의 경우 1차 추경안에 이미 상당 부분 지원책이 포함된 만큼 피해계층에게 추가적 지원이 필요할 때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는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의 경우 재난기본소득 형태의 추가 지원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피해계층에 대한 추가 지원이 필요하기에 재난기본소득의 필요성은 인정된다. 그러나 여당이 무차별적인 살포 방식을 내세운 반면, 야권은 피해계층에 대한 지원에 집중하자고 주장한다. 해묵은 보편복지와 선별복지 논란이 재연된 상황이다.

여론은 선별복지의 손을 들어주는 상황이다. 서울시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이달 12~13일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보편복지) 지지도는 29.4%에 그친 반면, 일정 소득 이하 가구에 지급하는 방식(선별복지)의 지지도는 61.5%에 달했다.

문제는 재원이다. 18일 박 시장이 발표한 지역사랑상품권·선불카드 방식의 지원은 그가 주장해온 보편적 복지가 아니라 선별적 복지 성격이다. 재원도 3000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반면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주장하는 전 국민에게 1인당 100만원씩 지급하자는 것은 재원이 최대 50조원이 필요하다.

이처럼 재난기본소득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국가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규모를 가늠할 수 없는 2차 추경안 편성이 기정사실화돼 적자 국채 추가 발행이 불가피해진 탓이다. 재정에 여유가 있던 정권 초반에 성과도 불분명한 소득주도성장에 세금을 쏟아부은 탓에 정작 위기상황에서 과감한 재정정책을 시행할 폭이 줄어들었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이두원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 초호황기에 출범한 문재인정부는 정권 내내 재정준칙을 무시한 채 예산을 편성해왔다"며 "그 결과 정작 위기가 닥쳤을 때 쓸 돈이 부족한 상황에 처했다. 재난기본소득 문제도 10년 전 선거 때 무상급식처럼 정치논리로 밀어붙이면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난기본소득을 위한 2차 추경안이 편성되면 적자 국채 규모는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 1차 추경안 때도 마땅한 재원이 없어 전체 11조7000억원 가운데 무려 10조3000억원을 적자 국채로 조달한 것을 감안하면, 2차도 전적으로 적자 국채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재난기본소득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지자체들도 소리만 요란할 뿐 중앙정부 곳간만 바라보고 있다.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면 중앙정부의 교부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차별적 살포 방식은 경기부양 효과도 미미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촉발된 현재 위기는 과거 유효수요 부족으로 촉발된 경제위기와 금융시스템 붕괴로 촉발된 금융위기와는 본질이 다르다"며 "감염병으로 수요와 공급이 복합적으로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현금이 실물경제의 모세혈관까지 도달할 것으로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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