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분 충전, 500㎞ 주행… 속도내는 '진짜 전기차' 전쟁
코로나 사태로 각사 출시 지연
올해는 선발업체 '테슬라' 독주
현대차 야심작 내년 상반기 내놔
폴크스바겐은 소형 세단 공들여
푸조, 한국 겨냥 모델 3분기 출시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차세대 전기차 출시가 코로나 사태 등 여러 변수로 내년으로 늦춰지고 있다. 이 때문에 올 한 해는 일찍이 차세대 전기차를 개척한 테슬라의 독주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통 완성차 업체들의 한발 늦은 투자가 결국 1년의 공백기를 만들고, 테슬라 독식을 용인할 수밖에 없게 됐다는 지적이다. 차세대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차를 개조한 전기차가 아니라, 전용 플랫폼(자동차 틀)을 기반으로 제작돼 공간 활용도가 높고 모터 성능·효율도 좋다.
◇현대차·폴크스바겐·GM, 내년 출시
현대차는 자사 최초 전용 플랫폼 기반 전기차(프로젝트명 NE)를 내년 상반기에 출시할 계획이다. 당초 현대차는 지난해 CES(국제가전박람회)에서 전용 플랫폼 E-GMP를 공개하며 올 하반기 출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로 글로벌 시장 환경이 악화한 데다, 전기차 전용 라인 구축을 위한 노조와 협의도 지연되며 출시가 미뤄졌다. 이 전기차는 지난해 현대차가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공개한 콘셉트 45를 기반으로 제작된다. 크로스오버(SUV와 세단의 중간) 형태로 휠베이스가 3000㎜ 정도인 중형급으로 알려졌다. 배터리는 SK이노베이션 제품이 탑재되는데,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500~600㎞에 달하고 급속 충전 시 20분 내에 80% 충전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G80 전기차 모델도 내년 판매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문제는 출시 시기다. 현대차는 최근 몇 년간 전기차 신차를 내놓지 못했다. 2018년과 2016년 각각 출시한 코나EV와 아이오닉 EV로 버텨왔다. 차세대 전기차 투자가 한발 늦어져 공백기가 길어진 것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 폴크스바겐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국민차 '골프'와 같은 대중 전기차를 선보이겠다"면서 지난해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소형 전기 세단 ID.3를 공개했다. 이 차는 폴크스바겐 최초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되며 3만유로(약 4000만원) 이하 가격대에 1회 충전 주행거리가 550㎞에 달한다. 당초 유럽 시장에서 올여름 고객 인도를 목표로 했지만, 소프트웨어 오류 문제가 불거져 올해 인도가 불가능해졌다. 국내 출시는 더더욱 기약이 없는 상황이다.
미국 GM은 지난 20일 자사 최초 전기 픽업트럭인 '허머 EV'를 공개할 예정이었다. 1회 충전으로 600㎞ 이상 가는 트럭으로, 테슬라의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이 경쟁 모델이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이 일정은 무기한 연기됐다. 내년까지 신형 전기차 10종을 선보인다는 계획도 불확실해졌다. 한불모터스도 국내 대중 전기차 시장을 겨냥해 푸조 전기차 e-208과 e-2008 SUV를 올해 상반기 출시할 예정이었지만, 유럽 공장 폐쇄가 길어지며 출시 시기를 3분기로 미뤘다.
이 밖에 전기차 대신 수소차를 준비해온 도요타, 폴크스바겐의 전기차 플랫폼을 공유받기로 한 포드 등 전통 완성차 강자들은 차세대 전기차 시대에 뒤처지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테슬라는 올해 '경쟁 제로' 시장에서 독주할 전망이다.
테슬라는 올해(1~4월) 국내 전기 승용차 전체 판매량 1만485대 중 40%(4075대)를 가져갔다. 지난 1분기에는 전체 수입차 업체 판매량 순위에서 3위에 올랐다. 업계에선 올해 테슬라가 가져갈 우리 정부 보조금 규모만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판매량 대부분(3941대)이 대중 전기차인 모델3로, 보조금을 받으면 3000만원대에 살 수 있다. 테슬라는 모델3의 대량생산을 사전 계약 3년 만인 지난해에야 본격화했지만, 소비자들은 혁신의 아이콘인 테슬라에 환호하고 있다.
테슬라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코로나로 멈췄던 공장을 지난 11일 재가동하기 시작했다. 테슬라는 대중 SUV 모델인 모델Y도 연내 국내 출시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벌써 10년 전부터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주도해온 테슬라가 시장을 당분간 독식하게 됐다"며 "전통 완성차 업체들은 미래 배터리나 전용 변속기 등'게임 체인저'급 기술 혁신이 없다면 계속 뒤처질 것"이라고 말했다.
[류정 기자 wel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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