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끼얹고 잔혹하게 부부 살해, '심신미약' 주장했지만 무기징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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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끼얹고 잔혹하게 부부 살해, '심신미약' 주장했지만 무기징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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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나한아 기자] 사업 동업자와 그의 일가족에게 휘발유를 끼얹고 휴대용 라이터를 이용해 불붙여 숨지게 한 60대 여성이 1심 재판과 항소심에서 모두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재판장 박재우)는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박(62·여) 씨가 양형 부당 등을 이유로 제기한 항소와 검찰이 낸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지난해 11월 1일 오전 2시 48분께 강원 횡성군 한 주택에서 박 씨는 브로콜리 재배 사업 동업자 A(64) 씨와 그의 아내 B(61) 씨의 몸에 휘발유를 끼얹었다.

박 씨는 "죽어!"라고 소리치면서 휴대용 라이터를 이용해 두 부부의 몸에 불을 붙였다. 불과 3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A 씨 부부가 몸에 붙은 불을 끄고자 집에서 나와 마당에 쓰러지자 박 씨는 다시 휘발유를 끼얹었다. 그걸로도 모자라 자신의 승합차에서 생수통에 담긴 휘발유를 가져와 재차 두 부부에게 끼얹었다.

A 씨 부부의 딸(44)이 부부의 몸에 붙으 불을 꺼주기 위해 물을 뿌렸고, 박 씨는 이런 딸에게까지 똑같이 휘발유를 끼얹어 불을 붙게 해 얼굴과 목 등에 화상을 입혔다.

결국, A씨는 전신에 화상을 입어 병원의 치료를 받던 중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5일 만에 숨졌고, 그로부터 12일 뒤 B 씨도 패혈증으로 목숨을 잃었다.

조사 결과 박 씨는 A 씨와 동업하기로 하고 3억 원가량을 투자했으나 투자 수익금을 전혀 회수하지 못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부닥쳐 A 씨 부부에게 극도의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

박 씨는 재판에서 A 씨와 동업 문제로 오랫동안 스트레스를 받아 극심한 우울증을 겪고 있었고, 사건 전날 저녁부터 많은 술을 마셔 범행 당시 '심신 미약'이라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박 씨가 사건 전날 술을 마시면서 A 씨와 동업 과정에서 문제가 많다는 등 자신이 처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정도의 인식이 있었던 점 등을 근거 삼아 박 씨가 범행 당시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주취로 인한 심신미약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박 씨가 범행 당시 승합차에서 추가로 휘발유를 꺼내고 숨은 피해자를 찾기 위해 승합차로 주변을 맴도는 등 민첩하고 비틀거리는 모습이 없었다는 근거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박 씨가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범행의 원인이 피해자들의 잘못이라는 주장을 반복하면서 되레 피해자들을 원망하거나 자신의 억울함을 강조해 진정으로 반성하는지 의문을 품게 한다"라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판결에 불복한 박 씨는 또다시 심신미약을 주장하며 "형이 무거워서 부당하다"라며 항소했고, 사형을 구형했던 검찰도 "형이 가볍다"라며 항소했다.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춘천재판부는 지난 18일 양측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인간의 생명은 법이 수호하는 최고의 법익이자 가장 존엄한 가치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이유를 불문하고 용서할 수 없으며, 형을 달리할 특별한 사정변경도 없다"라고 밝혔다.

나한아 인턴기자 skgksdk91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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