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인, 난민 불인정 처분 취소 소송서
1심 법원 실수로 선고 결과 뒤늦게 알아
대법 "주소 미기재 법원 책임" 항소 허용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연합뉴스법원이 사건 관계인 주소를 제대로 기재하지 않은 탓에 선고기일 통지서와 판결문을 전달받지 못했다면, 정해진 항소기간이 지났더라도 당사자에게 뒤늦게 항소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난민불인정 처분취소를 청구한 이집트인 A씨 사건에서 항소기간을 넘겼다며 각하한 결정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10월 난민신청을 했지만 인천출입국·외국인청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지난해 2월 인천지법에 ‘난민 불인정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이집트 세관 직원이자 폭력조직 우두머리인 B씨가 자신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해,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그러나 “A씨가 주장하는 박해는 인종·종교·국적·정치적 견해를 사유로 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근거가 있는 공포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A씨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재판 결과와는 별개로 1심 내내 재판 관련 서류가 A씨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법원의 ‘주소 기재’ 실수 때문이었다. A씨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자신의 주소지와 송달장소를 '인천 연수구 ○○대로 ○○○(○-○-○)'의 형태로 기재했다. 앞에는 건물의 번지를 적고 괄호 안에 구체적인 층수와 호수를 적은 것이다.
그러나 1심 법원은 A씨에게 변론·선고기일 통지서, 판결문을 보내면서 괄호 안 특수 주소는 빼고 '인천 연수구 ○○대로 ○○○'로 송달했다. 반복된 송달에도 서류가 A씨에게 전달되지 않자, 법원은 발송송달(발송만 하고 송달이 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로 처리하고 판결했다.
A씨는 1심 판결이 이미 확정된
2020년 8월에야 뒤늦게 자신이 패소한 사실을 알고, 추후보완(추완) 항소장을 제출했다. 추완항소란 당사자가 책임질 수 없는 불가피한 사유로 항소기간(1심 판결 후 2주 내)을 넘긴 경우, 뒤늦게 항소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A씨의 추완항소를 검토한 서울고법은 "A씨에게는 소송 진행 상황을 조사하고 선고 결과를 확인할 의무가 있었다”며 ‘불가피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주장하는 박해는 사인(私人)으로부터의 위협에 불과하다”며 “A씨 항소가 적법하다고 해도 난민으로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그러나 1심 법원이 정확한 주소를 기재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1심 법원이 특수 주소가 있는지는 살피지 않고 서류를 송달하고, 송달이 되지 않자 바로 발송송달을 했다”며 “그러한 발송송달은 위법해 송달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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