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치는 순간 원오브뎀'…安, 합당조건 꺼내든 까닭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힘과의 합당 문제를 두고 '진빼기' 전략을 구사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낳고 있다.
국민의힘과의 합당이 자신에게 전혀 유리할 게 없는 만큼 시간을 끌어 협상 판과 몸값을 키우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안 대표는 지난 12일 노원구 상계동 카페에서 '번개 회동'을 한 데 이어 16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만나 합당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했다.
표면상 합당의 당위성에는 이견이 없었다.
이 대표는 "합당 후 당은 철저히 안 대표와 과거 바른정당 동지들이 꾼 꿈까지 반영된 큰 당이 될 것"이라며 "다만 그 과정을 국민이 불안한 눈빛으로 지켜보지 않게 하자"고 말했다.
안 대표도 "범야권이 혁신하고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한 가장 중요한 일이 양당 통합"이라고 했다.
그러나 각론에서는 교집합이 거의 없었다. 안 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 당명 변경과 관련해 "입장을 바꾸면 그게 당연한 것 아니겠나"라고 되물었다.
이에 이 대표는 "새로운 제안"이라며 당혹감을 내비쳤다. 전당대회 전 안 대표와 합당을 논의한 주호영 전 대표 대행으로부터 "오히려 반대의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예방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가 취임 인사차 국민의당 안철수 당 대표를 예방, 양당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6.16 jeong@yna.co.kr
야권 주자들이 국민의힘으로 들어와 한꺼번에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는 방안인 이 대표의 '버스 정시 출발론'을 두고도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는 반대 의사를 밝혔다. 안 대표가 이 대표가 마련한 버스에 순순히 탈 뜻이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더 나아가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은 라디오에서 "당 대 당 통합에는 신설 합당과 흡수 합당이 있는데, 신설 합당은 당명 개정까지 포함한다"며 "국민의당 당원과 지지층은 신설 합당을 원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합당은 선언만 하면 되는 수준'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국민의힘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당장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안 대표가 시간끌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특히 '대장주'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당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합류하면 당내 주자 중 한 명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란 얘기가 줄을 잇는다.
사실 안 대표 입장에선 자신에게 우호적인 국민의힘 중진들을 외곽에서 관리하며 대선후보 등록일 직전까지 단일화 게임을 벌이는 게 유리할 수 있다.
이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안 대표가 취한 경로와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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