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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규모 '퀴어축제' 앞두고 들끓은 성소수자-기독교단체 갈등

마법사 0 568 0 0

지난해 7월 14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퀴어퍼레이드' 행사. 축제 참여자들이 무대에 올라가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최대 규모 성소수자 축제인 ‘서울퀴어문화축제’가 1일 열리면서 기독교단체 및 보수단체들과 성소수자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올해 20주년을 맞아 축제 분위기가 한창인 성소수자 단체들과 달리 기독교단체들은 이번 축제를 막아내겠다며 연일 집회를 펼쳐왔다. 기독교단체들은 퀴어축제 당일 서울 시청광장 인근에서 1만여 명이 모인 맞불집회도 열 예정이다.

◆20주년 맞는 퀴어축제…3만명 참가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지난달 31일부터 1일까지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다. 퀴어축제 조직위원회는 20주년을 맞아 참가인원은 3만명이 넘어설 것이라며 사상 최대 규모를 예상했다.이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퀴어퍼레이드’는 1일 오후 4시부터 시청광장 을지로 종로 광화문 광장을 거쳐 진행된다. 조직위는 2014년 이후 안전사고 및 충돌을 우려해 퍼레이드 행진로를 미리 발표하지 않았으나 올해는 대규모 행진에 따른 교통불편이 예상되는 만큼 행진로를 미리 공개했다.
퀴어축제에 반대하는 단체들은 이번 행사를 저지하려 했지만 무산됐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지난달 31일 반동성애기독시민연대 등 보수·기독교 단체들이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를 상대로 낸 집회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기독시민연대는 지난달 22일 법원에 서울시청 광장에서 퀴어축제 및 퍼레이드를 금지해야 한다고 집회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기독교 단체인 기독시민연대가 지난 27일 서울 명동에서 동성혼, 퀴어축제에 반대하는 거리 행진을 벌였다. 


기독교 단체들은 집회금지 신청이 기각됐지만 ‘맞불집회’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동성애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는 1일 시청광장 맞은편인 덕수궁 대한문 광장에서 퀴어축제에 대항하는 예배식 및 집회를 열 예정이다. 예상 참가 인원은 약 1만명이다. 퀴어퍼레이드에 대응해 대한문 광장에서 시청, 숭례문 일대를 도는 가두행진도 벌일 계획이다.

경찰은 이들 단체간 충돌을 우려해 집회 및 행진 장소와 시간을 분리했다. 이에 따라 심각한 물리적 충돌 가능성은 적지만 퍼레이드 중 양측간 마찰이 생길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앞서 작년 서울에서 열린 퀴어퍼레이드에서는 일부 기독교단체 회원들이 행진로를 막으면서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작년 9월 인천에서 열린 퀴어축제에서 축제 참여자와 반대단체간 몸싸움이 벌어져 8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조직위 관계자는 “서울은 이번 행사가 정착됐기 때문에 지방과 달리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을 것”이라고 했다.

◆축제 후원하는 美대사관·구글까지 ‘불똥’

퀴어축제를 둘러싼 갈등은 인권단체는 물론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미국대사관과 구글 등 후원기업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청장에게 “적법한 집회를 최대한 보장하고 제3자의 방해로 집회의 자유가 제한되지 않도록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지난해 열린 대구퀴어축제에서 축제 참가자들과 반대단체가 서로 충돌하는 사태가 발생한데 따른 것이다. 인권위는 “최근 들어 성 소수자와 이주민·난민 등 사회적 소수집단에 대한 혐오와 반대 움직임이 조직적이고 폭력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소수자에 대한 평화집회를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수 기독교단체인 동성애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가 지난해 7월 열린 퀴어축제에 대항해 시청 인근에서 맞불집회를 벌였다. 국민대회는 올해도 맞불 집회를 열 계획이다. 연합뉴스


하지만 기독교 단체들은 국가기관인 인권위가 직접 퀴어축제에 참가하면서 경찰에 보호까지 요청하는 것은 지나친 개입이라고 주장한다. 미국 대사관과 외국계 기업들이 퀴어축제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하면서 보수 기독교계의 반대 목소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주한 미국 대사관은 지난 2014년부터 공식적으로 퀴어축제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인 구글이나 에어비앤비도 이들 축제를 후원 중이다.

기독시민연대 등은 지난달 27일 주한 미 대사관에 해리 해리스 대사의 퀴어축제 참여를 자제해달라는 입장문을 전달했다. 또 27~31일 퀴어축제에 항의하는 시위를 서울 명동, 이태원 등 시내 곳곳에서 열었다. 기독시민연대 관계자는 “인권위를 통해 항의했지만 우리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미국 대사관과 기업들이 퀴어축제를 지지하는 것도 지나친 간섭”라고 주장했다.

◆인권 진보 이뤘지만 ‘찬반 논란’ 여전

인권단체들은 퀴어축제가 국내 성소수자의 인권 향상에 큰 이바지를 했다고 평가한다. 2000년 대학로, 홍대 등지에서 50명 규모로 시작한 퀴어축제가 청계광장, 종로, 신촌 등지를 거치면서 양지로 나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015년부터는 시청 광장에서 축제를 열면서 시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퀴어축제가 여전히 선정적이라는 반응이다. 일부 참가자들이 반라(半裸) 상태로 행진하거나 성기 모양의 과자나 자위기구, 콘돔 등이 축제에 등장해 공공시설에서 열리는 행사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시청소속 공무원 20여명도 선정성과 광장 내 물품판매 등을 이유로 지난달 8일 퀴어축제에 반대성명을 냈으나 서울시는 큰 문제가 없다며 행사를 허용했다. 다만 서울시 관계자는 “행사 주최 측에 광장 사용 준수사항을 확실히 주지시킬 계획”이라며 “경찰에 협조 요청을 해 경범죄 위반 등을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면 신고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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